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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멜로를 그리워 하는 배우들’. 추억의 산물이 된 하지만 누구나 꿈꾸는 진한 멜로

[아날로그에 취하다] 실패 확률 높지만… '멜로' 그리워 하는 배우들

입력 2015-08-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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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순정’은 지난 6월 22일 촬영을 시작했다. 촬영 장소는 전남 고흥이로 내년 상반기 관객에게 소개될 예정이다. (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요즘 멜로 영화가 정말 하고 싶어요.”
손현주, 박보영, 김고은 등 요즘 인터뷰를 하는 배우마다 약속이라도 한듯 멜로 영화를 언급한다. 요즘 영화계에서 멜로는 실패할 확률이 높은 도박이다.

 

최근 ‘베테랑’ 개봉에 맞춰 만난 황정민은 그들 중 한 명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너는 내 운명’ 같은 멜로가 좋다. 기회가 되면 또 다른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다. 하지만 제작을 안 한다. 하면 망할 걸 아니까. 매년 가을이면 따뜻한 멜로 영화가 잇따라 개봉하던 그 시절이 그립다”며 한숨이다.

대중 영화의 한 장르인 멜로는 어느덧 ‘아날로그’의 산물이 됐다. 인간의 모든 이야기를 사랑으로 풀었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실화와 허구의 이야기를 자극적으로 버무리는 데 힘을 쓴다. 관객의 이목을 끌고 흥행으로 이어지는 안전한 길이기 때문이다.

국내 영화 시장 멜로 가뭄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지금까지 개봉된 국내 영화 중 박스오피스 10위권 내에 멜로는 단 하나도 없다. 대신 ‘명량’, ‘연평해전’, ‘수상한 그녀’ 등이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30위권 내에 멜로는 ‘남자가 사랑할 때’,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오늘의 연애’ 단 세 작품 뿐이다. 각각 20위, 22위를 기록한 ‘나의 사랑 나의 신부’와 ‘오늘의 연애’는 오늘날 관객이 기억하는 정통 멜로와는 거리가 멀다. 두 작품 모두 코믹으로 얼룩져 관객의 성에 차지 않지만 멜로 가뭄 속에서 그들에게 선택의 폭은 제한적이었다.

한상덕 대중문화평론가는 “멜로는 누구나 다 아는 사랑과 이별을 이야기한다. 그렇기에 다른 작품들보다 더 잘 만들어져야 하는 장르가 바로 멜로다. 하지만 현재 제작사는 그런 작품을 만들 역량과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오늘날 대중은 힘든 환경 속에서 울고 싶고 사랑도 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다. 영화는 그들의 감정을 표출하는 통로가 돼야 한다. 멜로라서 인기가 없는 게 아니라 잘못 만들어서 흥행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 반갑다 ‘멜로’, 기대된다 ‘순정’

‘순정’은 실로 오랜만에 제작되는 멜로 영화다. 라디오 생방송 도중 23년 전 과거에서 온 편지로 추억여행을 하는 작품으로 전라남도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펼쳐지는 애틋한 첫사랑을 그린다. 어린 시절 엄마를 잃고 몸이 아파 섬에서만 지내던 소녀 수옥(김소현)과 수줍음 많은 소년 범실(도경수)를 중심으로 산돌(연준석)·개덕(이다윗)·길자(주다영)의 따뜻한 사랑과 우정이 담길 예정이다.

지난달 28일에는 영화 촬영 공개가 있었다. 초등학교에서 노래자랑이 열리는 장면을 촬영했다. 노래자랑에 나가고 싶은 수옥을 위해 친구들은 몸이 아픈 그녀를 리어카에 태우고 달린다. 친구 중 달리기를 잘하는 산돌은 행사 마이크를 뺏어 시간을 끈다. 촌스럽게 변신한 배우들의 모습과 ‘골드 스타’ 상표가 찍힌 소품들은 시간을 과거로 되돌렸다.

현재에서 시작해 과거로, 첫사랑이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순정’은 지난 2012년 개봉해 큰 인기를 얻은 ‘건축한 개론’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는 첫사랑에 대한 공감가는 이야기와 추억의 결합으로 누적 관객 수 411만을 기록했다. 수옥은 이날 무대 위에서 ‘보라빛 향기’를 불렀다. 수줍게 부르던 노래는 친구들이 무대로 올라오면서 신나게 바뀌었다. 개성 있는 친구들 사이에서 노래를 부르는 수옥의 모습은 ‘건축학개론’ 속 서연(수지)의 모습과 겹쳐졌다.

오랜만에 제작되는 청춘 멜로 영화에 대한 부담감을 묻자 ‘순정’의 이은희 감독은 “멜로는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고 잘하는 장르”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멜로는 보편적인 사랑인 동시에 성장 이야기다. ‘순정’이라는 작품으로 관객이 자신 안에 있는 가장 순수한 시절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한다.


◇ 다시 보고 싶은 영화 1위 ‘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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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접속’ (제공=명필름)

올해는 ‘건축학개론’을 만든 명필름 창립 20주년이다. 명필름은 특별행사 ‘명필름 전작 전: 스무 살의 기억’ 개최를 기념해 다시 보고싶은 명필름 영화를 뽑는 설문을 진행했다. 

 

그 결과 한석규와 전도연이 출연한 ‘접속’이 1위다. ‘공동경비구역 JSA’와 ‘건축학개론’이 뒤를 이었다. 

 

지난 1997년 개봉한 ‘접속’은 PC 통신으로 만난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한국 멜로 영화의 새로운 틀을 마련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영화는 당시 283만 관객을 동원해 그 해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서로의 얼굴도 모르는 두 남녀가 만나는 설레는 감정을 노래한 메인 OST 사라 본의 ‘어 러버스 콘체르토(A Lover‘s Concerto)’도 명곡 반열에 올랐다. 

 

돌이켜보면 ‘접속’이야 말로 아날로그의 집합체다. PC 통신, 공중전화, 삐삐, 종로 피카디리 극장 등 부족해서 느낄 수 있던 설레는 감정들이 영화를 가득 채운다. 

 

이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공유하고 사람을 만나는 현대에는 느끼기 힘든 경험이다. 전도연은 자신의 ‘접속’으로 데뷔와 동시에 스타가 됐다. 

 

추억속으로 사라진 멜로 영화에 대해 명필름 심재명 대표는 “신파와 같은 정통 멜로는 유효기간이 지난 콘텐츠다. ‘접속’은 PC 통신이라는 당대의 새로운 문화, ‘건축학개론’은 첫사랑과 건축이라는 요소의 결합으로 성공했다. 이처럼 앞으로 멜로는 순수한 감정과 정서에 차별화된 요소가 결합되어야 한다”고 분석한다. 

 

그는 이어 “완성도 높은 멜로 작품을  만드는 일은 액션 블록버스터 만드는 일만큼 힘들고 까다로운 고난이도의 과정이다. 그럼에도 실제 흥행면에서는 대작 오락영화에 비해 상업적 경쟁력이 떨어진다.  또 다른 멜로를 만들고 싶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덧붙인다. 



◇ ‘접속’ 이후 개봉한 인기 멜로 영화

연도의 앞자리 수가 바뀌면서 다양한 멜로 영화가 관객에게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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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건축학개론’ (제공=명필름)


- 2000년 ‘오! 수정’ : 홍상수 감독 ‘오! 수정’ 속 사랑은 예쁘지 않다. 영화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욕망을 이야기한다. 성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지질할 정도로 집착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관객은 현실적인 사랑을 볼 수 있었다.

- 2001년 ‘번지점프를 하다’ : 지금은 나아졌지만 당시만 해도 동성애는 작품 속 절대적 금기(禁忌)였다. 하지만 영화는 첫사랑, 환생, 동성이라는 키워드를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로 버무려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 2001년 ‘파이란’ : 최민식 주연의 격정 멜로. 별 볼 일 없는 삼류 건달에게 찾아온 사랑에 많은 관객이 울었다. 소설 ‘러브레터’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최민식은 ‘파이란’으로 제22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 2002년 ‘연애소설’ : 차태현, 손예진, 故 이은주 주연의 청춘 멜로 영화. 제목 그대로 한편의 연애 소설을 읽는 것 같은 영화로 사랑과 우정이 얽힌 삼각관계를 풋풋하게 그렸다.

- 2003년 ‘클래식’ : 세월이 지나도 그 가치가 사라지지 않는 클래식 같은 사랑 영화. 이 영화를 떠올리면 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 멜로디가 자연스레 입안을 맴돈다.

- 2004년 ‘아는 여자’ : 영화감독 장진의 이름을 알린 작품. 공감되는 야이기와 감독 특유의 코믹 요소가 어우러져 신선한 멜로 영화를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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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너는 내 운명’ (제공=CJ엔터테인먼트)


- 2005년 ‘너는 내 운명’ : 목숨보다 소중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는 영화. 평범한 시골 노총각과 파란만장 인생을 거친 다방 종업원의 목숨보다 진한 사랑 이야기.

- 2006년 ‘그해 여름’ : 이병헌, 수애 주연의 잔잔하면서 슬픈 영화. 다른 건 몰라도 배우로서 이병헌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 2007년 ‘밀양’ : 이 작품으로 전도연은 한국 배우 최초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남편을 잃은 여자와 그를 지켜보는 한 남자의 이야기.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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