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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노트르담 오르가니스트 올리비에 라트리 “다재다능 오르간, 귀를 열면 들리는 것들!”

[人더컬처] 오르가니스트 올리비에 라트리, 16일 서울에서 오르간 리사이틀

입력 2023-05-08 18:00 | 신문게재 2023-05-0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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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에 라트리ⓒDeyan Parouchev(사진제공=롯데콘서크홀)

 

“제가 오르간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재다능함입니다. 한 가지 레퍼토리만 연주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어요. 오랜 역사를 지닌 악기는 최고의 스승이죠. 연주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거든요.” 

2017년 롯데콘서트홀에서의 솔로리사이틀에서 ‘애국가’를 즉흥연주해 관객들이 한목소리로 “동해물과 백두산이~”를 부르는 진풍경을 자아냈던 프랑스의 오르가니스트 올리비에 라트리(Olivier Latry)는 오르간의 매력을 “다재다능함”이라고 꼽았다. 

“오르간을 21세기로 가져오기 위해 우리는 많은 것을 할 수 있습니다. 그 사이에는 수많은 가능성이 있죠. 저는 30년 이상 연주한 음악이 어떤 오르간에서는 완전히 다르게 들리는 걸 발견할 때 항상 놀라움을 금치 못해요. 귀를 열면 매번 새로운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전통과 진화는 그렇게 함께 작용하죠.”

마치 오르간에 빗댄 삶의 지혜 같았다. 혹은 그의 표현처럼 “21세기로 가져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많은 것” 같은 말이기도 했다. 올리비에 라트리는 23세에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전속 오르가니스트로 2012년 몬트리올 국립 오케스트라의 명예 오르가니스트로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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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에 라트리ⓒHenry Buffetau(사진제공=롯데콘서크홀)

 

더불어 40년 가까이 베를린 필하모니, 필하모니 드 파리, 디즈니 홀, 샌프란시스코 데이비스 홀,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 함부르크 엘프필하모니,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빈 뮤직페라인, KKL 루체른, 로열 알버트 홀 등 세계적인 공연장의 정기공연 무대에 오르고 있다.

 

“오르간은 교회, 리사이틀, 오케스트라 공연, 합창단, 다양한 앙상블과의 콘서트뿐 아니라 록, 랩, 댄스, 힙합 등 모든 종류의 음악과 크로스오버할 수 있는 복합적인 악기예요. 오르간의 모든 가능성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영화음악 콘서트 또는 훨씬 더 특이한 공연에서도 오르간은 무엇이든 할 수 있거든요.”

이어 “게다가 오르간은 정말로 시각적인 악기”라며 “오르가니스트가 연주하는 것을 보는 것은 물론 오르간 내부 탐험은 늘 인상적이다. 동영상으로 여러 각도에서 그 내부를 보여줄 수 있고 이는 오르간을 더욱 친숙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악기의 소리가 너무 넓고 다채로워 항상 압도되죠. 현대 작곡가들은 오르간을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하며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저는 오르간의 미래가 정말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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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올리비에 라트리 리사이틀 포스터(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2017년 솔로리사이틀, 2018년 오르간 듀오&오케스트라와의 협연에 이은 6년만의 내한 오르간 리사이틀(5월 1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올리비에 라트리는 “청중과 오르간 그리고 제 자신에게 어울리는” 레퍼토리들을 연주한다.


바그너(R. WAGNER)의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Der fliegende Hollander) 중 1막 ‘서곡 NO. 63’(Ouverture No. 63), 리스트(F. LISZT)와 생상스(C, SAINT-SAENS)의 ‘2개의 전설’(1ere Legende) 중 ‘I. 새에게 설교하는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 NO 175’( La predication aux oiseaux No. 175), 그의 아내이자 오르가니스트 이신영이 편곡한 ‘동물의 사육제 발췌’(Extraits du ‘Carnaval des Animaux’), 프랑크(C. FRANCK)의 ‘오르간을 위한 영웅적 소품, NO 37’(Piece heroique NO. 37) 그리고 비도르(C. WIDOR) ‘오르간 교향곡 제5번, f단조, No. 42-1’(5eme Symphonie)를 연주한다.

“저는 오르간 연주와 오르간 음악 작곡가의 전통이 뿌리 깊은 프랑스 출신이기 때문에 프랑스 음악의 홍보대사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프랑스 작곡가인 프랑크, 생상스, 비도르의 음악을 선택했죠. 특히 마지막 5악장 ‘토카타’로 유명한 비도르의 ‘오르간 교향곡 제5번’을 선보이고자 합니다. 더불어 바그너와 리스트도 연주해요. 바그너와 리스트는 세 명의 프랑스 작곡가(프랑크, 생상스, 비도르) 모두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죠.”

이어 “비도르는 1876년 페스티벌 개막을 위해 바이로이트에 갔고 프랑크는 모든 바그너 오페라를 분석해 자신의 음악에 화성효과 일부를 반영하기도 했다”며 “비도르와 생상스는 리스트와 매우 가까운 사이다. 리스트에게 교향곡 3번을 헌정하기도 한 생상스는 오르간을 위한 전설적인 편곡을 만들어냈다”고 부연했다. 이어 “이번 프로그램에서 연주되는 모든 작곡가들은 마치 음악 대가족처럼 서로 연관돼 있다”고 덧붙였다.

“콘서트는 유일한 경험이자 관객과의 교감입니다. 그래서 매번 다르죠. 오르간도 마찬가지예요. 각 악기는 고유하며 오르간 연주자의 임무는 최상의 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모든 ‘매력적인’ 소리를 찾아 우리가 연주하는 음악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된 그 음색을 사용해야 하죠. 이번 공연은 이전 공연과는 다른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매력적인 스톱 버튼들도 달라질 거예요. 와서 보세요, 와서 들으세요. 분명히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

2017년 내한시 관객이 신청한 즉흥연주곡 선정하는 모습
2017년 내한시 관객이 신청한 즉흥연주곡 선정하는 올리비에 라트리(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매번 공연이 끝날 즈음 관객들의 요구와 취향을 반영해 선보이는 오르간 즉흥연주로 감동을 자아내는 그는 “즉흥 연주는 매번 매우 큰 도전을 필요로 할 만큼 어렵다”며 “매번 다른 콘서트의 전반적인 분위기, 청중, 악기, 주제, 그 순간의 분위기 등 즉흥연주는 여러 가지에서 비롯되며 청중의 기억 속에만 남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즉흥연주는 ‘그 자리에서’ 작곡되며 마지막 음이 끝나면 즉시 사라지죠. 근사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연주회 마지막에 즉흥 연주를 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데요. 전체 연주회 동안 이미 좋은 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더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죠. 이번 리사이틀의 즉흥연주는 앙코르 곡의 테마를 떠올리면서 어떻게 연주할지 두고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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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에 라트리ⓒWilliam Beaucardet(사진제공=롯데콘서크홀)

 

베르사유 궁전에 있는 샤펠 로얄 오르간으로 녹음한 프랑수아 쿠프랭의 미사곡 두곡을 담은 앨범을 발매한 그는 이후 다양한 활동과 더불어 내년 1월 1일 헬싱키의 시벨리우스 콘서트홀에 오르간을 봉헌한다. 

“오르간 형태와 악기 모두 완전히 혁신적이며 미래지향적입니다. 처음부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저로서는 매우 설레는 일이죠. 헌정을 위해 저는 솔로 리사이틀 그리고 훌륭한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에사 페카 살로넨의 신작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를 연주할 예정입니다.”

이어 그는 향후 계획 중 가장 큰 이슈로 “(2019년 화재로 불탔던) 노트르담 대성당이 2024년 말 다시 열리는 것”을 꼽았다. 그는 “대성당 건축 초기부터 노트르담 대성당에는 50명 이상의 오르간 연주자가 있었고 많은 성가대 지휘자들도 있었다”며 “노트르담 대성당의 음악은 ‘노트르담 학교’와 ‘아르스 안티쿠아’에서 ‘아르스 노바’로까지 발전한 이래 항상 매우 중요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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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에 라트리ⓒDeyan Parouchev(사진제공=롯데콘서크홀)

 

“그 노트르담 대성당이 2024년 12월 8일에 다시 문을 열 예정이고 첫 미사에는 위대한 오르간이 있을 겁니다. 화재 발생 후 몇 달 동안 오르간을 꺼내 청소하고 복원했고 현재 오르간 빌더 들이 다시 설치하고 있죠. 보이싱(음색 조정) 작업은 재개관 전에 먼저 이루어질 것이고 당연히 저희 오르가니스트들이 참여합니다. 지금으로서는 제가 어떤 곡을 연주할지 전혀 모르겠어요. 음향 측면에서 건물이 어떻게 개선됐는지, 우리가 어떻게 느끼는지를 봐야할 것 같아요. 마치 즉흥연주처럼 그때 가봐야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곤 “노트르담은 저 뿐 아니라 모든 프랑스인, 어쩌면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는 것 같다. 화재 후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며 “그런 건물과 영구적으로 만나는 것은 사람을 다르게 만든다”고 말을 보탰다.

“낮의 미사, 저녁 리허설, 공연 후 또는 하루의 강의가 끝나면 이곳에 갔던 기억이 납니다. 여행이나 하루 일과로 지쳐 피곤한 몸으로 도착했지만 이곳에 가면 완전히 활력이 넘치곤 했어요. 그 건물의 힘은 정말 감동적입니다. 수세기 동안 사람들이 기도한 덕분일까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복원 이후에도 그 힘을 다시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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