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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뮤지컬 ‘데스노트’ 이영미·장지후 “선택의 순간과 고민, 결국 지금”

입력 2023-06-0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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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데스노트
뮤지컬 ‘데스노트’ 렘 역의 이영미(왼쪽)와 류크 장지후(사진=이철준 기자)

 

“렘 입장에서는 사랑 같아요. 우리는 사랑받고 주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들 하잖아요. 수많은 업적을 이룬다고 해서 그 사람의 삶이 행복하고 가치 있을까. 그건 다른 후세에 혹은 다른 사람들이 판단해주는 거잖아요.”

이에 이영미는 미사를 향한 마음을 담은 ‘어리석은 사랑’ 중 “사랑이 너에게 뭐 길래. 스스로 모든 걸 버렸어. 끝없이 깊은 어둠 속에 한 줄기 흔들리지만 꺼지지 않는 빛. 목숨마저 희생하는 이 아이의 눈먼 사랑 이해할 수 없는 그 사랑. 하지만 그런 사랑을 받을 수만 있다면 누구라도 욕심이 날 걸”을 가장 좋아하는 가사로 꼽으며 ‘사랑’을 강조했다.

 

뮤지컬 데스노트
뮤지컬 ‘데스노트’ 류크 장지후(사진=이철준 기자)

◇렘의 사랑과 류크의 “그냥 심심해서”


“지금 당장 내가 행복하려면 결국 사랑해야 하는 것 같거든요. 이 세상에 태어나 누구도 사랑하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한다면 내 인생의 가치, 내 존재는 누가 확인해줄까…그런 생각이 들어요.”

장지후는 “라이토의 ‘이걸 왜 떨어뜨렸냐’는 물음에 ‘그냥 심심해서’라고 답하는 게 개인적으로는 힘이 많이 들어간 장면”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미사와 렘의 선택을 왜 희생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고 라이토가 울부짖으며 찾고자 했던 정의도, 아버지가 라이토에게 줬던 신뢰도 도대체 어떤 형태인지 모르겠고…류크에겐 다 재미도, 의미도 없다”고 부연했다.

“부질없는 행동들을 반복하는 인간들이 재미없어진 거죠. 천재라는 사람들이. 그러면 안되는 사신 렌까지도. 류크가 바라보는 건 (인간이 아니라) 돌멩이에요. 그런데 렘은 움직이지 못하는 이 돌은 얼마나 답답할까 생각하는거죠. 어느 날은 진짜 라이토를 죽이고 싶은 거예요. 렘한테 쏟아붓고 노트로 때리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거 죽어야 되는데. 안되겠는데’ 이런 생각이 들면서 너무 어이가 없어요. 그럼에도 렘을 저렇게 만들고 이 세상을 혼탁하게 만든 라이토를 처벌했다면 마지막에 점점 소멸해 가겠죠. 인간사에 개입한 게 되니까요.”


◇선택의 순간, 이미지 소비에 대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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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데스노트’ 렘 역의 이영미(사진=이철준 기자)

 

“저는 사실 제일 큰 선택은 아이를 낳은 거예요. 진짜 커다란 전환점을 맞았죠. 제 인생에 이런 도로가 깔릴 줄은 추호도 몰랐으니까요. 4차원의 문이 열렸달까요. 존재 이유를 찾아 헤매다 나를 변화시키고 가치롭게 만드는 그런 존재를 만나는 선택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저한테는 아이가 미사같은 존재이기도 해서 더 잘 표현하고 싶은 것 같아요. ”

각 캐릭터들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한 ‘데스노트’는 그래서 이영미에게 특별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모성애는 아니지만 미사를 위한 렘의 선택, 그 마음이 뭔지 알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어떤 분은 렘이 미사를 자식을 보듯 하는 건지, 성애적인 의미가 있는 건지를 묻기도 하시는데 그런 것들을 뛰어넘는 존재 같아요. 렘에게 미사는. 제가 성애적인 부분을 트릭처럼 숨겨두긴 했지만 존재가 존재를 사랑하는 느낌이 훨씬 강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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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데스노트’ 류크 장지후(사진=이철준 기자)

 

장지후의 오랜 고민은 “이미지 소비”다. 그는 최근 몇 년 간 “배우로서의 쓰임이 비슷비슷하게 소비되는 것 같아 고민하게 되고 선택이 어려워진다”고 털어놓았다. 소속사 없이 혼자서 활동하는 지금의 상황 역시 그 고민의 결과이기도 하다.

“지금은 아무 고민이 없어요. 뭘 많이 고민한다고 해서 대단하 게 주어지지도 않고 가볍게 선택한 게 결코 가볍지 않더라고요. 너무 힘주고 살아서 힘든가 싶은 생각도 들고. 그래서 그냥 조금 내려놓고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는 좀 해소되고 있는 시점같아요.” 

 

장지후의 “이미지 소비”에 대한 고민에 이영미는 “그 과소비를 내가 23년째 하고 있다”며 눙쳤다. 이영미는 “처음부터 센 캐릭터로 인식되다 보니 그 외의 역할에서는 아예 재껴두곤 한다”며 “사람들이 보는 나는 ‘센 캐릭터’로 정해져 있어서 하고 싶은 역할은 할 수 없을 때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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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데스노트’ 렘 역의 이영미(사진=이철준 기자)

“지금 보면 배우로서는 감사하고 좋은 일 같아요. 우리는 소모되는 이미지를 고민하지만 많은 배우들이 자신만의 이미지가 생기지 않아서,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서, 자기 정체성을 못찾아서 고민하곤 하거든요. 저에게 최적화된 이미지가 있고 어떤 캐릭터에 저를 떠올리신다는 게 꽤 괜찮은 것 같아요.”


이영미의 말에 장지후는 “어떤 캐릭터를 만났을 때 대본, 노래, 동선 등에 제 안에서 찾은 재료들을 섞어 만드는데 작품마다 다르다는 건 배우로서 엄청난 영광”이라고 동의를 표했다.

“아직까지도 꺼내서 보여주지 못한 재료들이 있다는 건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 안의 재료들이 떨어지거나 소실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장지후의 말에 이영미는 “그 재료를 더 많이 찾고 싶으면 결혼을 해”라며 “삶이 확 변하면서 나의 재료가 많아진다. 저 역시 결혼을 안했다면 이미 (내 안의 재료들이) 다 소진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경험치는 정해져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엄청난 성공과 좌절, 자연재해, 전쟁 등 극단적인 일들을 경험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그런 삶 속에서 결혼으로 굉장히 건강하게 나를 바꿀 수 있었고 배우로서는 엄청 큰 도움을 받은 것 같아요.”


◇장지후 “지금처럼 근사하기를!” 이영미 “보다 진지하게, 새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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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데스노트’ 렘 역의 이영미(왼쪽)와 류크 장지후(사진=이철준 기자)
“제 계획은 지금 이 순간에 찾고 싶은 것들을 잘 찾아가면서 살고 싶은 거예요. 변하지 않는 건 지금 주어진 데 열심히 하면서 오늘을 살자 예요. 누나는 삶에서도, 무대 위에서도 지금처럼 꽤 근사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진짜 건강해야 해요!”

이렇게 바람을 전한 장지후에 이영미는 “지후 배우는 ‘데스노트’로 처음 만났는데도 어디선가 계속 있었을 것 같다. 성격도 좋고 엄청 멋있는데다 열심히 하니 앞으로 더 잘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계속 멋있는 건 물론 힘들다. 그걸 지켜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각오를 전했다.

“사실 어릴 때는 진짜 좋아해서, 놀러다니면서 공연을 했어요. 최선을 다해 진지하게 임하지만 놀이처럼 공연하면서 워라벨 라이프였죠. 배우로서 보다 더 진지해진 건 사실 얼마 안됐거든요. 그런 제가 굉장히 좋아요. 제 주변에서 ‘언니는 절대 꼰대가 될 수 없어’ ‘그런 사람이야’라는 말을 듣는 게 꽤 괜찮고 아직도 신인이 된 것 같고 그래요.”

그럼에도 이영미 역시 “내가 이제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내가 더 찾을 수 있는 새로움은 무엇인지 고민이 크긴 하다”며 “집안 내에 아픈 분들이 많아서 힘들었고 최근에는 작품도 좀 쉬었다. 지금은 할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들긴 한데 무대가 저의 숨통이 돼주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공연장이 너무 좋아요. 배우를 오래오래 하고 싶고 새롭게 작품 만났을 때 더 새롭게 진지하게 임하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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