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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아무리 춤이 좋아도, 새벽까지 출 지는 몰랐지?

[#OTT] 왓챠 다큐 '우리가 춤을 추는 시간'
서공예 '노란 교복'입은 꿈의 아이들 집중 조명
댄서의 DNA를 품은 자, 그 끝은 성대하리라

입력 2023-09-13 18:30 | 신문게재 2023-09-1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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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춤추는 시간3
분명 세계를 재패할 그리고 늘 생활에서 댄서의 본능 발휘하며 살고 있을 서공예 실용무용과 학생들(사진제공=왓챠)

  

새연, 보깅, 왁킹, 노란교복. 이 정도만 듣고도 ‘서공예’를 떠올린다면 ‘한춤’ 추는 사람이다. 왓챠에서 지난 5월 공개된 ‘우리가 춤을 추는 시간’은 수많은 K팝 스타를 배출한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이하 서공예)에서 춤을 향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노란 교복 댄서들의 다큐멘터리다.

서공예 실용무용과 2학년 5반의 이야기가 총 4화로 이뤄져 있는 ‘우리가 춤을 추는 시간’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 벌써 끝이라고?’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오프닝은 다소 평범하다. 신입생들의 환영 무대를 준비하는 재학생들 중 한 여학생이 카메라가 돌아가는 것도 모른 채 복도 끝 거울 앞에서 무아지경으로 춤을 춘다.

하지만 하나의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뭔가 알 수 없는 뜨거움이 벅차 오른다. 이는 꼭 춤을 추지 않더라도 한번쯤은 겪었을 찬란한 젊음의 찰나 때문이리라. 신선한 기획으로 문화체육관광부·한국콘텐츠진흥원의 제작지원작에 선정된 이 작품은 춤을 사랑하는 10대 들이 주인공이다.

 

우리가 춤추는 시간1
무대 뒤에서는 평범한 이들의 변신은 역시나 무대 위에서 시작된다. 정기공연에는 친구와 가족들이 모두 모여 예비 스타들의 성장에 기꺼이 박수를 보낸다. (사진제공=왓챠)

 

기본 5대 1이 넘는다는 서공예의 실용무용과의 인기는 전국에서 몰려든 지원자들로 증명된다. 빠르게는 7살, 늦게는 초등학교 때 이미 서공예의 노란 교복을 입기위해 노력했다는 이들에게 ‘입학했다’는 안도감도 잠시, 정기공연과 실기 고사를 거쳐 다른 전공자들로 구성된 연극영화과와의 협업을 완성해 내야 한다.

평범한 고등학생들이 수학 문제를 풀고 입시 과외를 받는다면 이들은 치열한 결과물로 자신의 춤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 팀 별로 이뤄진 과제는 늘 갖은 아이디어가 샘솟는 기회의 장이다. 보이 그룹의 노래에 맞춰 공주 콘셉트로 가사를 해석하는 팀이 있는가 하면 몽환적인 사운드에 현대미술을 녹여내는 등 그들의 장기와 기발함은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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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춤꾼이 되겠다는 이들의 꿈은 매 신 반짝이며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린다. (사진제공=왓챠)

 

의상과 조명, 노래와 안무까지 누구 하나만의 일이 아니다. 이들은 모든 과정을 직접 만들고 창조해 내며 선생님들의 지도를 받는다. 교내에 댄스 배틀이 열린다. 이 배틀에서 우승하더라도 교외 대회에 출전해 프로 댄서들의 냉정한 평가 앞에선 언제나 긴장 가득이다. 그들은 말한다. “아무리 춤이 좋았어도 새벽까지 춤을 출지는 정녕 몰랐다”고.

새벽연습의 준말인 ‘새연’ 장면은 짧지만 가장 강렬하다. 졸린 눈을 참아가며 리듬을 타는 아이들의 땀방울이 화면에 튈 정도다. 이들이 새벽까지 연습에 매진하는 건 결코 만만치 않은 커리큘럼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험기간이 겹치면 새연이 끝나고도 자러가지 못한다. 다시 교복을 입고 등교를 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학업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도 있기에 이들이 합을 맞추는 시간을 잡는 건 하늘의 별따기. 연습실의 공식적인 소등시간은 밤 9시지만 이들에게 1분 1초도 결코 그냥 흘려보낼 수 없는 금 같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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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실력은 물론 개성으로 빛나는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의 공연 모습. (사진제공=왓챠)

 

무엇보다 다큐멘터리 중간 중간 학생들의 진솔한 인터뷰는 심금을 울린다. 멀리 지방에서 올라와 원룸에서 자취를 하거나 기숙사 벽을 자신이 관심있는 모든 것으로 도배를 한 이들의 발랄함 사이로 ‘과연 춤으로 미래를 책임 질 수 있을까?’라는 현실적인 고민이 송곳처럼 튀어나온다.

학교 선생님들조차 “수업을 맡기 직전까지 투잡을 뛰었다”고 할 정도로 만족도는 높으나 생활고가 당연한 것이 ‘춤의 세계’다. 학기가 바뀌고 순수 전공에서 점차 무대 미술이나 연출 같은 하나의 기술로 전과하는 학생도 늘어난다.

다큐멘터리 말미, 아이들은 반 전체가 참여하는 군무 미션을 받는다. 춤에 있어서 만큼은 전공은 달라도 ‘한춤’하는 아이들이 만들어야 할 ‘단 하나의 춤’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다. 나이만 어릴 뿐 이들의 욕심과 결과물은 실로 놀랍다.

짧은 연습시간에 멘붕이 오는 것도 잠시, ‘우리가 춤을 추는 시간’은 10대 여고생들이 각자의 진로를 앞두고 여름 바다로 뛰어드는 우정 여행으로 화면이 치환된다. 갈등과 눈물 대신 이들이 얼마나 멋진 완성작을 내놨는지 결과물을 보여주며 쿨한 매력을 한 스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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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권경민, 김준, 김민, 김유진, 윤인정, 안지민, 이소은 외 포스터에 나오지 않은 학생들의 결과물도 놀랍다. 최근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엠 넷의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출연하기도 했다. (사진제공=왓챠)

 

성별에서 압도적으로 밀리는 남학생들의 존재감도 상당하다. 누가 봐도 게임에 미쳐 있을 것만 같은 외모를 넘어 그들이 보여주는 리듬감과 몸짓은 적재적소에서 제대로 된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댄서로서 걸어야 할 이들의 길은 창창하지만 때론 거칠고 상당히 불친절할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은 서공예 학생들에게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기에 기꺼이 또래 혹은 어른의 마음으로 환호와 박수를 아낌없이 보낸다.

HDR의 선명한 화질과 돌비 애트모스의 풍부한 사운드를 가진 ‘우리가 춤을 추는 시간’ 속 미성년들은 아름답다. 아직 어른이 되기 전, 뭔가를 책임지기 이전에 자신의 길을 찾아 후회 없이 달려본 사람만이 아는 환희를 경험해 봤기 때문일 것이다. 성별을 떠나 춤 하나만을 위해 달리는 이들의 진심과 단합, 뜨거운 우정에는 그 어떤 픽션도 표현해내지 못하는 진심이 담겨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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