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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카카오(下)] '온정주의'로 망가진 경영, 대대적 쇄신으로 독해질까

입력 2023-12-15 06:15 | 신문게재 2023-12-1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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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지난 11월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가운데)이 카카오 주요 공동체 CEO 20여명과 4차 공동체 경영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카카오)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한 마디로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사면초가(四面楚歌) 상태다. 김범수 창업자는 물론, 계열사 대표들은 사법리스크에 허덕이고 있고, 경영진 간 내홍과 노사 갈등까지 겹쳤다.

포털업계에서는 김 창업자의 온정주의 경영이 현재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지적한다. 대기업이 됐음에도 오랜 기간 내부 시스템 관리 장치를 마련하지 못해 화근을 키웠다는 것이다. 김 창업자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창업 초기부터 함께 고생한 지인들을 주요 계열사 대표 자리에 앉히는 등 소위 ‘자기 사람’을 적극적으로 챙겼고, 이들이 마음껏 기업을 키워 나가도록 권한도 위임했다. 즉, 실리콘밸리의 창업기업들의 성장 방정식이었던 ‘자율 경영’을 시도한 것이다. 덕분이었을까. 카카오와 카카오 계열사들은 카카오톡이란 강력한 메신저를 기반으로 단기간내 많은 성공신화를 썼다. 카카오는 창립 17년 만에 자산 규모로 국내 재계 서열 15위의 대기업이 됐다.

하지만, 그림자가 너무 어두웠다. 오랜 기간 견제나 검증 없이 이어진 자율 경영은 카카오 및 계열사 경영진의 일탈과 도덕적 해이를 불렀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재 카카오가 맞닥뜨린 사법리스크와 내홍은 “어쩌면 당연했다”고 입을 모은다.

포털업계 관계자는 “(내부 시선으로만 보면) 최소한 카카오는 그 어느 기업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고, 최소한 겉으로는 회사 전반을 강타할 만한 치명적인 문제도 드러나지 않았다”면서도 “(외부 시선으로 보면) 선을 넘어간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지라 이제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막막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김 창업자가 카카오라는 회사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할 정도로 강력한 쇄신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 첫걸음으로 카카오는 지난 13일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전격 내정했다. 정 내정자는 앞으로 쇄신TF장을 맡아 카카오의 실질적인 쇄신을 위한 방향을 설정하고 세부 과제들을 챙기게 된다. 브라이언톡이 이뤄진 지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카카오 본사 대표 교체 카드를 꺼내든 것 역시 김 창업자의 ‘속전속결’식 쇄신 의지의 표현이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포털업계 안팎에서는 정 내정자에 대한 인사가 김 창업자의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는 ‘온정주의’에서 벗어나는 시작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카카오 창사 이래 첫 여성 CEO 내정’이란 이번 인사를 토대로 카카오 전반의 강력한 쇄신이 한층 더 가속화될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그런 만큼 카카오 쇄신의 첫 주자란 무거운 타이틀을 쥔 정 내정자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 내정자는 “중요한 시기에 새로운 리더십을 이어받아 더없이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면서 “사회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추도록 성장만을 위한 자율경영이 아닌 적극적인 책임 경영을 실행하고, 미래 핵심사업 분야에 더욱 집중하겠다. 카카오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기에 변화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박준영 기자 pjy6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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