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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순은 교수] 공동체가 고령화 문제 해결의 중요한 열쇠

김순은 교수 서울대 행정대학원 고령사회와 사회자본 연구센터장
개인들이 뭉쳐 공동체 만들어야
공동체 정치적 이용은 경계를

입력 2014-09-14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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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한 고령화와 노인빈곤, 저출산, 세대 간 갈등. 100세 시대를 맞이한 우리의 자화상이다.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직장과 고용연령은 예전과 비슷하지만 평균 수명 연장으로 은퇴 후 30년이란 세월이 남았다는 사실이 국민을 불안케 한다.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100세 시대는 재앙이 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시대를 맞기 위해선 개인의 노력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브릿지경제는 12일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고령사회와 사회자본 연구센터장인 김순은 교수를 연구실에서 만나 100세 시대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국가와 개인이 어떤 대비를 해야 하는지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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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은 교수 서울대 행정대학원 고령사회와 사회자본 연구센터장(사진=윤여홍 기자)

 


◆ 100세 시대 준비는 세대별 역할 정립에서부터

우리나라의 부모는 대부분의 재산을 자녀의 교육과 결혼자금에 쏟아 붓는다. 하지만 자녀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한다고 해서 자녀가 나이든 부모 부양을 책임지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이같은 문제는 젊은 층의 고용불안, 맞벌이 가정의 증가, 핵가족화의 고착 등 부모 세대와는 다른 사회로 변화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노인 빈곤, 저출산 등의 문제는 가정 내의 세대별 역할 정립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핵심 세대가 돼야 하는데 너무 가정에 얽매여 있다"며 "가정 내에서 역할을 빨리 나누는 것이 좋다. 부모가 자녀의 교육과 결혼에 대부분의 돈을 쏟아 부으면 노후 준비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부모가 자녀 지원에 돈을 다 써도 자녀가 부양해준다는 확신이 있다면 괜찮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핵가족화, 1·2인 가구 증가 등 가족구성원의 변화 때문"이라며 "그렇다면 부모와 자녀 사이에 이 정도는 해줄 수 있고 나머지는 스스로 해결하라는 식의 약속이 있어야 부모도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일본의 사례를 들며 세대 간 역할 정립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원인으로 '세대 간 잘못된 역할 배분'과 '대를 잇는 가족경영'을 꼽았다.그는 "일본의 경제를 이끌어온 단카이 세대들이 현재 60~70대다. 이들이 사회의 실권과 돈을 전부 쥐고 있으니 의사결정이 늦고 사회에 활력도 없다"며 "젊은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대를 잇는 가족경영방식도 잃어버린 20년을 부추긴 요인이었다고 말한다. 부모와 자식이 같은 일을 하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이같은 문화가 고착화되면서 분야별로 진입장벽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일본의 가족경영방식은 좋게 평가받기도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같은 문화로 인해 업종별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카르텔도 생긴다. 벤처기업을 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그래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대단한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그는 "이에 반해 자녀 교육 등의 문제로 우리나라 노인들은 돈이 많지 않다. 자꾸 일을 하면서 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나이드신 분들이 해야 할 역할과 젊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일이 균형적이어야 100세 시대에 연착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공동체가 고령화 문제 해결의 중요한 열쇠

100세 시대에는 필연적으로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가 획기적으로 세수를 확보해 100세 시대를 준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런 이유로 김 교수는 개인들이 너무 국가에만 의존하면 안된다고 경고한다. 공공기관은 어떻게 해도 개인보다 돈을 비효율적으로 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국가가 아닌 개인들이 뭉쳐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면 건강한 100세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만약 내가 70세가 된다면 80세가 되신 선배의 휠체어를 밀어주고, 내가 80세가 되면 후배가 내 휠체어를 밀어주면 좋지 않겠냐"며 "이런 걸 돈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면 큰 돈을 들여 간병인을 고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든 노인들이 간병서비스를 이용할 여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국가가 모든 노인을 돌본다면 젊은 근로자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낼 수밖에 없다. 때문에 노인들 스스로 모여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돕는다면 큰 돈 안 들이고 노후를 맞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편 김 교수는 현재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공동체 사업이 정치적 도구로 쓰일까 우려했다. 그는 "현재 정부나 지자체의 공동체 사업은 순수하게 바라볼 것이냐. 정치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다"며 "정치인 입장에서는 공동체가 자신의 세포조직이 될 수도 있다. 이같은 인식이 팽배해지면 상대 당 입장에서는 정책적으로 지원하길 꺼려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정부,국민에게 100세 시대 준비 독려해야

100세 시대 준비는 혼자서 할 수 없다. 특히 김 교수는 정부가 국민에게 100세 시대를 준비하라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야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사회 초년생들은 버는 소득을 100세에 맞춰 재무설계를 해야하지만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부분을 국가가 지속적으로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따라서 김 교수는 세대 별로 계획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모 세대의 경우 자녀 교육에 들어가는 예산과 결혼자금에 들어가는 자금을 제대로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인터뷰 말미에 "인생의 재미가 돈만 갖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돈 없이 느낄 수 있는 즐거움도 있다"며 "욕심에는 끝이 없는 법이니 세대 간 양보를 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순은 교수(59)는 1955년 강원도 춘천시 출신으로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서 법학사를, 동 대학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1989년 켄트주립대학교를 시작으로 케임브리지대학교, 런던정경대학교 등을 거쳐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고령사회와 사회자본 연구센터는 한국연구재단 사업의 '한국사회과학연구지원사업'으로 선정돼 출범했다.

민경인 기자 mkibrdg@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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