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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탐구생활] 꿀벌실종 원인은 꿀벌응애?…기후변화 등 피해조사·연구는 ‘걸음마’ 단계

‘꿀과 수분매개’ 익충 꿀벌,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꿀벌군집붕괴현상
재난 전조 염려 속, CCD 원인 관심집중…정부 ‘꿀벌응애’ 지목, 적극 대책마련
꿀벌실종 관련 부족한 조사·연구 미미, 기후변화 관련 다양한 연구 절실

입력 2023-06-04 14:40 | 신문게재 2023-06-0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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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과 꿀벌<YONHAP NO-4182>
꿀벌(사진=연합뉴스)

 

꿀벌실종을 둘러싼 의문이 깊어간다. 꿀벌 ‘군집붕괴현상’(CCD)이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외국서 보고된 가운데 지난 겨울 한국서도 꿀벌 폐사 현상이 나타나 우려를 낳고 있다. 지구촌 재난의 전조 아니냐는 염려까지 나온다.

그 원인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정부에서는 국내 꿀벌 폐사의 주된 원인을 기생충인 꿀벌응애 탓으로 보고 있지만, 일각서는 이에 더해 기후변화 등 복합적 영향이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관련 연구는 아직 기초단계에 머물러 있어 의문 해소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꿀벌 폐사 현상의 현황과 대책을 살펴본다.


◇한민족과 2000여년 세월을 함께한 꿀벌…가치는 연간 수조원

우리 민족과 꿀벌의 인연은 고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록에 따르면 고구려 동명성왕시대(BC 58~BC 19) 최초의 재래꿀벌을 사육했다. 이후 2000여년의 세월동안 꿀벌은 우리 민족과 번영을 함께 해온 동반자이자, 일꾼이었다. 국내 양봉산업의 주종을 이루는 서양종꿀벌 사육은 비교적 최근인 지난 1990년대 초반 시작됐다. 이 서양종꿀벌은 재래꿀벌에 비해 다양한 양봉산물생산, 화분매개와 사양관리 효율성이 높은 특징을 지녔다는 것이 농촌진흥청의 설명이다.

꿀벌은 농업에 있어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익충으로 평가된다. 꽃가루를 실어 나르며 수분시키는 화문매개의 역할이 대표적이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 작물의 약 90%가 수분매개자에 의존하는데, 그 역할의 상당부분을 꿀벌이 수행한다.

농촌진흥청은 꿀벌을 통해 화분매개가 이뤄지는 작물이 수박, 딸기, 참외, 고추, 멜론을 비롯해 과수에는 사과, 배, 자두, 단감, 복숭아, 산딸기, 블루베리 등 22종에 달한다고 설명한다. 또 꿀벌은 수분매개와 더불어 양봉산업으로 달콤한 꿀도 제공해 준다. 꿀벌을 ‘기타 가축’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 꿀벌의 가치를 연간 수조원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꿀벌의 화분 매개가치는 5조8000억원~6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며, 벌꿀 등 양봉산물과 화분매개용 판매 등 양봉산업은 7000억 규모로 추정된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최근 이 꿀벌이 위기를 맞고 있다. 폐사가 이어지며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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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 ‘꿀벌’의 위기…꿀벌 ‘군집붕괴현상’ 미스테리 풀어라

벌통 안에는 꿀벌군집으로 이뤄진 일종의 사회계층이 존재한다. 1마리의 여왕벌과 수천, 수 만 마리의 일벌, 수백 마리의 수벌이 그 세계 안에서 조화로운 집단을 이루고 있다.

통상 월동을 마친 1개의 벌통에 약 6600여 마리의 일벌들이 생존한다. 일벌들은 여왕벌의 산란을 통해 봄 철 그 수가 1만7000마리 이상, 5월 이후에는 그 수가 3만 마리까지 증식한다. 벌꿀 등 생산물 생산과 벌통을 확대한 후인 9~10월에는 월동용 일벌(1만 마리)이 양성된다. 11월부터 2월까지 월동기간 중에는 일벌이 점차 줄며 월동 후 6600마리까지 일벌 수를 유지한다.

그런데 이러한 벌통 속 꿀벌이 급속히 줄고 있다. 지난 2006년 미국과 유럽에서 꿀벌군집이 붕괴되는 사례에 대한 보고가 속속 올라왔다.

꿀벌 CCD로 명명된 이 현상은 꿀과 꽃가루를 채집하러 나간 일벌들이 둥지로 돌아오지 못하고, 결국 일벌 부족으로 꽃가루가 부족해지면서 벌집 속 벌이 모두 죽는 것을 일컫는다.

통상 여왕벌은 1~5년까지 생존하고, 일벌들은 봄과 가을에는 30~40일, 월동 중에는 3~4개월까지 생존하는데, 꿀벌 CCD는 꿀벌의 이러한 체계와 수명에 문제가 생겼음을 반증한다.

최근 꿀벌 CCD 피해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발표 내용도 있다. 한국양봉협회는 지난 5월 기준 협회 소속 농가 벌통 153만7000여개 가운데 61%인 94만4000여개에서 꿀벌이 폐사한 것으로 추산한다. 통상 벌통 1개에 꿀벌 1만5000~2만마리가 사는데 이를 고려하면 141억6000마리에서 188억8000마리 꿀벌이 죽은 셈이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도 꿀벌 78억마리(39만여봉군)가 지난 월동 중 폐사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는 국내에서 사육되는 꿀벌의 약 16% 정도였다. 수치에 차이는 있으나 국내 꿀벌의 폐사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는 결과다.


꿀벌 CCD원인, 정부는 ‘꿀벌응애’…기후변화 영향 연구는 이제 첫 걸음

익충인 꿀벌이 지닌 중요성에 비춰, 꿀벌 폐사 문제는 조속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되고 있다. 정부가 꼽은 꿀벌 폐사의 주된 원인은 꿀벌 응애였다.

꿀벌응애는 꿀벌의 성충과 번데기에 기생하는 기생충을 일컫는다. 꿀벌응애는 사람의 간과 같은 역할을 하는 꿀벌의 지방체를 갉아먹는다. 이 때문에 감염된 일벌의 면역력이 떨어지고, 수명도 줄어든다. 피해가 지속되면 꿀벌의 월동실패 가능성도 커진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꿀벌응애는) 꿀벌개체수가 감소되고 폐사를 유발하는 주요 요인”이라며 “날개불구바이러스 등 질병을 매개해 2차 피해를 유발시킨다”고 진단했다.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꿀벌 폐사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정부는 그 이유를 기존 약제에 저항성을 가지는 등 한층 강력해진 꿀벌응애의 출현 때문으로 보고 있다.

농식품부는 플루바이네이트계 약제에 저항성을 가진 꿀벌응애에 맞서 농가에 양봉 동물용의약품으로 허가된 제품 사용 권장을 전파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또 비저항성 약제 순환 사용이나 수벌집 이용 유인포살 등을 강조했다.

이 같은 적극적인 응애 방제와 사양관리로 꿀벌 개체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농식품부는 월동직후와 비교하면 꿀벌 개체수가 평균 3.3배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꿀벌 폐사의 원인 상당 부분을 꿀벌응애로 지목한 정부의 판단에 일각에서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피해조사와 관련한 신뢰성이 아직 미약하다는 점에서다.

한 예로 벌통 내 꿀벌 개체수에 대한 기준과 봉군 소실에 대한 정의가 마련되지 않아 꿀벌실종과 관련 봉군 소실에 대한 제대로 된 결과를 내놓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농진청 관계자는 “아직까지 지금까지 표준화된 기준 없이 주관적 판단으로 봉군 피해율이 조사됐다. 신뢰 확보를 위한 피해조사 매뉴얼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보다 넓은 범위의 피해조사와 더불어 부처간 협력이 절실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소 늦은 감이 있으나, 올해부터 정부가 부처간 공동연구사업(2023년~30년)을 통해 꿀벌 폐사와 기후변화 연관성 등에 관한 연구에 나선 점은 주목된다.

정재환 농식품부 축산경영과장은 “우리나라의 꿀벌 폐사피해는 작년 동절기 이후 발생했다. 꿀벌폐사피해와 관련해 농촌진흥청 등에서 기후변화 타이틀을 달고 연구를 하지는 않았다”며 “지난 2006년부터 외국에서 꾸벌 CCD가 나오면서부터 이러한 논의와 연구를 하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 이슈가 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해보자 해서 연구가 시작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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