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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탐구생활] 사무장병원으로 새나가는 건보재정…특사경으로 막을 수 있을까

14년간 건보재정 3조4000억원 넘게 빠져나가…환수는 약 2000억원에 불과
경찰 수사 평균 352일…건보공단 수사권 없어 계좌추적·관련자 조사 불가능
건보공단 “특사경 통해 불법기관 수사 기간 줄여야…금융위·금감원 사례 참고”
일각에선 ‘수사권 오남용’ 우려도…“권한 법제화로 불법개설기관만 수사 가능”

입력 2023-06-25 13:52 | 신문게재 2023-06-2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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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9월부터 적용<YONHAP NO-4454>
한 시민이 서울 영등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 영등포남부지사를 방문하고 있다.(연합)

 

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주범 중 하나로 사무장병원 등 불법개설기관이 꼽히고 있는 가운데 이를 적발해도 실제 환수까지는 이어진 경우는 매우 적다. 불법개설기관을 단속하고 환수하는 건강보험공단은 직접수사권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불법개설기관은 의료법과 약사법 상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개설할 수 없지만 의사·약사·의료법인의 명의를 빌려 개설·운영하는 기관으로, 흔히 사무장병원·면허대여약국으로 불린다. 의료인이 아닌 일반 개인이나 영리법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할 경우 무면허 의료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영리위주의 과잉 의료행위로 인해 의료기관 본래 목적에 맞지 않는 운영의 왜곡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개설을 막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8년 발생한 화재로 47명이 사망하는 등 대규모 인명피해를 낸 밀양 세종병원이다. 당시 이 병원에서는 불법증축을 하면서도 제대로 된 방화시설을 갖추지 않아 참사가 발생한 바 있다. 또 환자 유치할 경우 한 명당 5만원의 인센티브를 주고, 인공호흡기의 산소 공급량을 줄여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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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개설기관에 14년간 3조4500억원 ‘줄줄’…환수는 6% 뿐

대다수의 사무장병원들은 수익을 높이기 위해 특정 의약품 처방을 유도하거나 의약품 오남용, 일회용품 재사용, 과밀병상 운영 등으로 건강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많다. 또 과잉진료와 값비싼 진료로 인해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특히 이는 건보재정 누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기도 한다. 불법개설기관의 경우 개설 자체가 불법인 만큼 잘못 징수된 재원을 원상회복해야 하기 때문에 환수가 결정된다. 실제로 지난 2009년부터 올해 4월 말까지 14년여 동안 불법개설기관 1692곳이 건보공단으로부터 부당하게 타낸 돈(환수결정금)은 3조4592천5700만원에 달한다.

이에 건보공단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사무장병원 행정조사 명령서를 받아 불법개설기관을 조사하고 있다. 불법개설기관 감지시스템(BMS)을 통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내부고발과 민원에 의한 적발로 불법개설기관을 인지해 조사에 착수하는 경우도 있다.

이후 불법개설기관으로서의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한다. 수사 결과 불법개설 요양기관으로 판단될 경우에는 검사가 기소하게 되는데, 이 경우에 해당 요양기관의 재산을 압류할 수 있도록 시행령이 개정돼 조만간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환수결정금 가운데 징수에 성공한 금액은 적은 것이 현실이다. 14년여 동안 환수에 성공한 금액은 2216억5200만원으로, 전체 환수결정금의 6.41%에 그치고 있다. 이는 건보공단의 자체 수사권이 없어 계좌 추적이 불가능해 혐의 입증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방조자와 참고인 등 불법개설기관의 개설·운영 과정에 관계된 사람들을 직접 불러 조사할 수도 없다.

수사기관에 이를 수사의뢰 하더라도 수사가 장기화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14년부터 2021년까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사건의 수사 결과 확보 기간은 평균 352일에 달했다. 이는 수사기관에 보건의료 전문 수사인력이 부족하고, 다른 사건의 수사로 인해 불법개설기관 수사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복지부도 지난 2019년 1월부터 불법개설기관과 관련한 특사경을 운영하고 있지만 인력이 2명에 불과해 직접 수사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 의료법에 규정된 범죄로 권한이 제한돼 있어 면여대여약국에 대해서는 수사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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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건보공단, 특사경 도입 추진 “건보 누수 연간 2000억원 막을 수 있어”

이에 건보공단에서는 자체 특사경 도입해 수사 단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사경은 특별한 전문성이 요구되거나 단속업무에 대해 일반 사법경찰의 접근 가능성이 낮은 경우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만일 특사경이 도입될 경우 자체 수사를 통해 수사 기간을 현재 약 11개월에서 3개월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공단의 판단이다. 특히 계좌추적이 가능해져 불법개설기관이 부당 수익을 은닉한 구좌를 찾아 낼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를 통해 건보재정 누수를 연간 2000억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일례로 금융기관을 감독하기 위한 특사경이 운영 중인데, 금융위원회는 대부분 행정업무를 담당하고 금융감독원은 실질적인 감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복지부와 건보공단도 이와 비슷한 시스템으로 운영될 경우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불법개설기관에 대한 적발·부당이득 환수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으로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복지부는 올해 초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방안에 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무원 신분이 아닌 건보공단 임직원에게 특사경 권한을 부여할 경우 절차적인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또 부당이득 환수율에 대한 실효성이 높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불법개설기관에 대한 수사를 넘어선 수사권 오남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지난해 정책현안분석 보고서를 통해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개설을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법인 설립과 운영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의료인 단체 지부를 통한 사전감시 제도 도입, 의료기관 개설위원회 구성 방안 변경, 자진신고 제도 운영 등을 제시했다.

반면 건보공단은 현재 국회에서 계류중인 법안으로 특사경이 도입될 경우 불법개설기관에 대한 수사만 진행될 수 있도록 권한이 법제화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민간교도소 등 민간기관들에서도 특사경이 운영되고 있고, 수시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만큼 그 기간 동안 빠져나가는 건보재정도 막을 수 있다고 반박한다. 이와 함께 특사경을 통한 사후조치와 불법개설기관 설립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특사경 권한이 부여될 경우 사무장병원 개설과 운영, 자금흐름까지 연계해 수사할 수 있는 만큼 초기단계부터 효율적인 적발이 가능하다”면서 “현재 건보공단 내에서 특사경 권한을 받을 만한 전문성이 있는 직원들이 다수 있는 만큼 이들에게 권한을 부여, 건보재정을 절감하고 선량한 의료기관을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성서 기자 bibleki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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