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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김대환 킴스컴퍼니 대표 "저는 베짱이 입니다"

입력 2015-08-03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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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킴스컴퍼니대표
김대환 킴스컴퍼니 대표
 

 

“저는 베짱이에요. ‘개미와 베짱이’에서 베짱이는 게으르고 나쁜 녀석이 아니라 지친 개미들에게 노래로 위로해 개미들이 또다시 내일을 열심히 살아갈 수 있게 하니 말이에요. 저 역시 베짱이의 소임을 다해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치유가 되는 연극을 하고 싶습니다. 하하~”

대학로 연극단이 즐비하게 늘어선 곳 한 모퉁이에 연극 ‘말괄량이 길들이기’ 포스터가 눈에 띈다.

월요일을 제외하면 연극 관람 등을 위해 이 곳을 찾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대학로에서 ‘말괄량이 길들이기’가 7년째 대학로에 올려지는 것은 김대환(54) 킴스컴퍼니 대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희끗희끗한 머리에도 불구하고 훤칠한 키와 시원스런 이목구비로 젊은 시절 꽤 ‘한 인물’ 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그는 젊은 시절 연극배우로 잠시 활동하다가 우연히 맡은 연출에 더 큰 흥미를 느끼고 연출가로 전향했다. 그리고 연극계에 발담은 지 어언 30년이 넘은 지금은 한 극단의 대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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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말괄량이 길들이기' 속 관객들과 소통하는 모습.(인터파크 제공)

 

김 대표는 7년째 ‘말괄량이 길들이기’로 롱런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셰익스피어의 대표 희극이다. 그러나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생각하면 안 된다. 가만히 앉아 감상하는 연극이 아닌, 관객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의 연극을 통해 고전작품에 대한 편견을 깨트렸다.

이 같은 매력에 200번 넘게 공연을 관람하러 이른바 ‘말괄량이 폐인’도 생겨났다. 그들은 일상에서 상처를 받았을 때 ‘말괄량이 길들이기’에서 처방을 받는다고 농담 삼아 이야기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소통’과 ‘치유’가 있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관객이 연극을 보다가 마음에 안 들면 손을 들고 자신의 의사를 밝힐 수도 있고, 극 중 배우와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요. 로맨틱코미디가 주를 이루는 연극계에서 저희와 같은 연극이 낯설기도 하지만 관객과의 소통을 통해 다친 맘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힐링이 되지 않나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제가 추구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김 대표는 지난 20년간 어린이 연극을 만들어왔던 과거의 경험이 지금의 연극 연출에 자양분이 됐다고 말한다.

“어린이 연극을 먼저 시작한 것이 지금의 제 연출에 방향성을 잡아줬어요. 어린이 연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과의 소통이에요. 관객에게 질문을 하면 아이들은 손을 들어 자기 자신을 잘 표현하는 반면 함께 온 엄마들은 아이 뒤에 숨곤 하죠. 자기표현에 소극적이고 마음이 닫힌 어른들이야 말로 이런 형태의 연극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형태의 연극을 시작하게 된 것이죠.”

김 대표는 관객과 소통하겠다는 굳은 의지에, 길거리 연극부터 모녀를 초대해 엄마의 이야기를 듣는 치유 형식의 연극까지 여태껏 다양한 형태의 연극을 많이 시도했다. 김 대표는 아직도 모바일 연극부터, 파티 형태의 연극, 숲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연극 등 다양한 연극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는 수유리에 ‘문화 공간’을 짓고 있다. 20~30명의 소규모 관객들이 모여 함께 연극을 만들고, 이야기를 나누고 밥도 먹음으로써 더욱 관객에게 밀착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에서다.

연극이 좋아, 연극에 죽고 살지 못하는 그지만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이 일을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몇 번이나 했었다.

“예술활동이 바로 수입으로 직결되는 것이 아니더라구요. 특히 최근에는 세월호로 가라앉은 사회분위기가 다시 회복되려던 찰나에 메르스가 터지면서 정말 관객이 없어요. 대형 극단의 경우에는 그 여파가 심하지 않겠지만 저희 같은 소극단은 그 여파가 참 크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람냄새가 나는 이곳을 떠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몇 번의 경제적 어려움에도 그를 잡았던 것은 바로 사람냄새가 물씬 풍겨지는 연극계의 풍경 때문이다.

“처음에는 경제적인 어려움 등에도 불구하고 왜 제가 이 일을 놓을 수 없는지 몰랐어요. 그래서 다른 일을 해볼까도 했었죠. 여기까지 오니 제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직장에서의 비즈니스나 계약 관계가 아닌 오로지 연극을 올리는 이들과의 열정과 끈끈한 신뢰로 뭉친 이곳의 사람냄새 때문인 것 같아요.”

30년 연극인으로서 살아오면서 여러 굴곡과 고난이 따랐다. 고난은 예술인의 숙명이라 말하는 그에게는 이제 이런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나름의 내공도 생겼다.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는 그것이 또 다른 희망을 위한 밑거름이라 말했다. 그리고 노년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동력이라는 것이다.

“지치고 힘들 때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여요. 그러면 그 고통이 오히려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된답니다. 흙 한줌 없는 아스팔트에서도 꽃 한송이가 기적적으로 생명을 틔우듯 저에게는 오히려 역경과 고난이 새로운 길을 걸어갈 수 있게 하더군요. 또 이런 경험들로 관객들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연극을 만들기도 하고요.”

청춘을 연극판에서 다 보내고, 이제는 노년은 연극을 통해 나누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어릴 때 보던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햅번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노년을 어려운 아프리카 아이들과 여생을 함께 보낸 그녀의 아름다움을 닮고 싶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내 것을 나누는 사람’과 ‘내 것을 뺏기지 않으려는 사람’ 중에 베푸는 사람으로 마지막을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최근에는 지역사회에도 관심이 부쩍 늘었다. 그래서 도시 재생 등을 위한 ‘에코 페스티발’과 이야기를 하거나 들어줄 사람이 없는 노인들을 위한 연극도 생각하고 있다.

“제가 나눌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연극뿐이더라고요. 이제는 연극을 가지고 사람들을 위로해주고, 소통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제가 바라는 나눔의 삶이 아닐까 합니다.”

김민주 기자 stella25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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