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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우유배달청년에서 육가공 CEO가 되기까지… 배상구 모리식품 대표

[나이를잊은사람들] 배상구 대표 "미치지 않으면 이루는 것이 없다"

입력 2015-12-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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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식품 배상구 대표
배상구 모리식품 대표.(사진제공=모리식품)

“앞으로 다가올 변화에 미리 대처하는 이들이야말로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우유 대리점을 운영하던 29살 청년은 25년이 흘러 수십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육가공 회사의 CEO가 됐다.

최근 외식 브랜드 ‘OK능이마을’을 내놓은 배상구(사진·54) 모리식품 대표의 이야기다.

“변화가 온 뒤에 대처하면 늦습니다. 지금 잘 된다 해도 계속 잘 되리라는 보장은 없죠. 경쟁력을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입니다.”

배상구 대표가 내놓은 ‘OK능이마을’은 버섯 중에서도 뛰어난 맛과 영양을 자랑하는 능이버섯을 신선한 오리고기·닭고기와 함께 요리해 내놓는 외식 브랜드다.

지난해 3월 의정부에 연 OK능이마을 의정부점을 시작으로 1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5개 매장이 문을 열었다. 기존의 오리고기 전문점이 토속적인 분위기를 강조했다면 20대 고객들도 편하게 와서 즐길 수 있도록 모노톤의 깔끔한 카페형 인테리어를 적용했다. 다양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외식 공간으로 만들려 했다는 것이 배상구 대표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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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푸드에서 판매하는 흑마늘숙성오리훈제(모리푸드 제공)


OK능이마을은 모리푸드가 직접 키우고 가공한 오리고기와 닭고기만 사용한다. 이는 배상구 대표가 오랜 세월 키워온 자산이기도 하다.

그는 두 형들이 하던 양계농장을 보고 틈새 시장을 공략하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1989년 막내 동생인 배상민 전무와 함께 토종닭을 주력으로 키우는 성심농장을 설립했다. 우유 대리점 사업을 통해 유통 감각을 익힌 덕분에 틈새 시장을 노릴 수 있었다.

배상구 대표는 토종닭 육계사업을 대형화 하기 위해 ‘배씨네통닭’이라는 제조 전문 브랜드를 만들고 1991년 이후 국내 최초로 일반 마트에 토종닭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당시 토종닭은 유원지와 같은 장소에서나 특별히 먹는 기호식품 정도로 취급됐지만 이를 일반 육류 식품 중 하나로 탈바꿈시킨 셈이다.

배상구 대표는 여기서 다시 한번 변화의 단서를 찾았다. 토종닭은 일반 육계와 달리 치킨이 되지 않고 백숙이나 탕으로 먹는 것이 대부분이다. 배상구 대표는 이를 보완해 사업 가능성이 더욱 큰 대체품목으로 오리를 찾았다.

오리 역시 보양식이나 기호식품 정도로 취급됐던 것이지만 웰빙식품의 요소를 갖추고 있어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오리고기는 고단백 식품으로 불포화지방산을 다량 함유해 혈액 순환에 도움을 주며 중금속 해독에도 탁월한 효능을 가졌다.

이를 계기로 시작한 오리육가공 사업은 현재 모리푸드의 근간으로 자리잡았다.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오리고기가 새로운 웰빙 식품으로 자리를 잡을 것이라는 배상구 대표의 예감은 적중했다. 모리푸드가 만드는 오리고기의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회사 실적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렸다.

“사업을 막 시작하면서 기장을 하기 위해 세무사 사무실을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세무사가 매출이 너무 적어서 기장료 받기도 미안한 수준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말했죠. 내가 1년 안에 연 매출 5억을 올리겠다. 그 분이 지금 5000만 원도 안 되는데 어떻게 1년 안에 5억을 하느냐고 웃었어요. 그런데 전 해냈어요.”

배상구 대표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1년 만에 연 매출 6억원을 기록했고 2년이 더 지나고 난 뒤에는 15억원 정도를 기록했다. 2011년에는 매출이 100억 원대까지 늘었다.

물론 시련도 있었다. 조류독감(AI)이 창궐하던 때를 생각하면 배 대표는 아직도 가슴이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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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톤의 깔끔한 카페형 인테리어로 꾸며진 'OK능이마을' 호원본점(모리푸드 제공)

2003년 첫 AI 발발 이후 2년 만에 또 다시 2005년에 AI가 왔다. 당시 3개월 동안 오리고 닭이고 단 한 마리도 소비가 안됐다고 그는 회상했다.

“경영 상황이 매우 안 좋았지만 융자를 얻고 아는 사람에게 대금을 빌리는 등 여기저기서 도움을 받아 해결했어요. 소비 둔화로 타격을 받은데다 제대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었죠.”

배 대표는 그 와중에 직원들 급여는 한 번도 밀리지 않았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러한 긍정의 힘이 배 대표를 현재로 이끌 수 있는 동력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새로운 분야인 가맹사업에 도전하면서 매출이 조금 떨어졌지만 여전히 그는 개의치 않는다. 또 다른 변화를 위해 으레 통과해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든 시장의 트렌드가 BtoB 사업에서 BtoC 사업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자체 브랜드를 가지고 소비자를 직접 만나는 것이 경쟁력이 되고 성장 동력이 되는 시기인 셈이죠. 저희 역시 3~4년 전부터 유통 단계를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당장의 매출보다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배상구 대표는 이를 위해 솔선수범 한다. 아침에는 운영하는 매장을 직접 돌아보며 문제점을 파악한다. 직원들에게는 고객 감동 서비스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고객 일체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제가 특히 좋아하는 말 중에 약여불광 종불급지(若汝不狂 終不及之)라는 말이 있어요. 미친 듯한 열정이 없으면 성취하는 것이 없다는 말이죠. 어떤 일을 시작하면 끝까지 열정을 가지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OK능이마을을 통해 앞으로도 이 말을 실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박효주 기자 hj030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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