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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에 취하다] 찰리 채플린, 101년전 모습 그대로… '웃픈 천재' 돌아오다

[아날로그에 취하다] 찰리 채플린

입력 2015-03-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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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꽝스럽고 과장된 커다란 구두와 지팡이, 뒤뚱거리는 팔자걸음, 기름에 찌든 작업복과 중절모, 곱슬머리에 콧수염, 익살스러운 표정과 개구진 웃음을 짓는데도 축 처진 왜소한 어깨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웃고 있지만 서글프다. 찰리 채플린(Charles Chaplin)의 영화를 한번도 보지 못한 이들에게도 익숙한 '리틀 트램프'(Little Tramp)는 시대의 자화상이었다. 산업화 바람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사람보다 기계가 우선시되던 시기에 탄생한 이 캐릭터는 2015년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 리틀 트램프가 101주년을 맞았다. 그 긴 시간 동안 그는 곧 나 자신이었고 우리 모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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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의 모자와 동료 배우의 신발과 옷을 빌려 탄생한 리틀 트램프.(사진제공=엣나잇 필름)

◇ '리틀 트램프' 탄생 101주년

 

1914년작 ‘베니스에서의 어린이 자동차 경주’(Kid Auto Races At Venice)에서 첫선을 보인 ‘리틀 트램프’의 탄생은 의외로 단순하다. 어떤 캐릭터를 만들어내야 코믹하게 보일 수 있을지 고심하던 채플린이 주위 사물들을 뒤집어 보면서 시작됐다. 그는 장인이 자주 쓰는 둥근 챙의 작은 모자와 헐렁한 바지를 빌려 입고 친구들에게 빌린 꽉 끼는 웃옷과 큼지막한 구두를 매치했다. 동료 배우의 머리카락을 잘라 만든 콧수염을 붙이고 지팡이를 곁들였다. 마침내 모든 것이 극단적인 대조를 이루는, 우스꽝스럽고 과장된 모습의 떠돌이 부랑자 캐릭터가 완성됐다.

채플린의 영화들은 무성영화였기 때문에 국적과 언어의 장벽은 없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정서는 ‘리틀 트램프’가 사랑 받는 핵심요소기도 하다. 대중들은 웃음이 절로 나는 ‘리틀 트램프’의 익살스럽고 코믹한 모습에 포복절도하다가도 애잔한 모습에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캐릭터 자체에 채플린의 외롭고 가난했던 경험들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그는 능수능란한 슬랩스틱의 진수를 보여주는 이 캐릭터로 웃음을 선사했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가난한 서민들과 노동자들의 고달픈 일상을, 때로는 산업사회와 자본주의에 길들여진 인간의 비극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찰리 채플린
영화인으로서는 최초로 1925년 7월 타임지를 장식한 찰리 채플린. (사진제공=엣나잇 필름)

◇ 비운의 천재 예술가


그의 작품들은 죽기 전에 반드시 봐야 할 영화에 손꼽히고, 채플린은 미국 ‘타임’(TIME)지 표지를 장식한 최초의 영화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유난히 아카데미상과 인연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네 번째 장편영화 ‘서커스’(The Circus)로 제1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를 예정이었지만 영화위원회가 그를 후보 지명에서 탈락시켰다. 1931년 채플린이 고집스럽게 탄생시킨 무성영화 ‘시티라이트’(City Lights)는 감동적인 결말과 아름다운 영상미로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흥행을 이끌었다. 하지만 영화계는 일찌감치 유성영화로 넘어가 있었다. 이어 ‘모던 타임즈’(Modern Times)는 뛰어난 작품성과 흥행에도 불구하고 단 한 부문도 후보 지명을 받지 못했다. 1인 2역 연기와 히틀러를 풍자한 스토리로 뜨거운 이슈를 불러모았던 ‘위대한 독재자’(The Great Dictator)도 남우주연상과 각본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에는 실패했으며 ‘살인광시대’(Monsieur Verdoux)는 각본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되는 데 그쳤다. 1950년대 매카시즘 광풍에 휩싸인 미국에서 유난히 정치적 풍자와 사회비판적 내용이 많았던 그의 작품은 그를 공산주의자로 몰았다. 결국 1952년 그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추방당했다.

채플린은 20년이 흐르고서야 미국에 돌아올 수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귀국은 아카데미에 의해서였다. 1972년 제45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찰리 채플린에게 평생공로상을 수여한 것이다. 그 자리에서 그는 “모두들 웃으세요! 웃으며 즐거움을 찾으세요!” 라며 벅찬 수상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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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던 타임즈' 포스터.(사진제공=엣나잇 필름)
◇ 엣나잇필름 26일부터 기획전

 

리틀 트램프 101주년을 맞아 영화 수입, 배급사 엣나잇 필름은 오는 3월 26일부터 ‘찰리 채플린 기획전 Part1’을 마련했다. 유성 영화 시대가 도래하자 과장된 몸짓으로 연기를 해야 했던 과거에서 탈피해 음악·제작·배우·시나리오·각본·촬영 등을 도맡았던 예술가에 대한 헌사다.

이번 ‘찰리 채플린 기획전 Part 1’에서는 ‘키드’(Kid, 1921), ‘파리의 여인’(A Woman Of Paris, 1923), ‘서커스’(1928), ‘시티라이트’(1931), ‘모던 타임즈’(1936) 등 장편 초기작 5편이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상영한다.

대표작 ‘모던 타임즈’는 요즘처럼 ‘미생’이 넘쳐나는 시대에 더욱 심오한 감동을 안긴다.

영화 ‘키드’를 시작으로 ‘위대한 독재자’, ‘시티라이트’ 등 그의 영화들은 시대가 바뀌어도 시대가 처한 고통과 비극이 다시금 반복되는 것을 보여준다.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은 ‘모던 타임즈’ 시사회 직후 “지금으로부터 79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가 현대 시대상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면서 “하나의 부품이 되어버린 노동자들과 피폐해진 사회 속 군상들의 모습은 바로 지금 우리의 자화상을 보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아티스트 봉만대’ 봉만대 감독은 “진정한 유머를 통해 사회를 들여다 볼 수 있기에 지금 뿐 아니라 계속 보고 싶은 배우”라고 극찬했다.

영화의 스토리는 간단하다. 하루 종일 공장에서 나사못을 조이다 모든 것을 조여 버리는 강박관념을 갖게 된 외톨이 찰리와 고아 소녀가 작지만 소중한 행복과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쳇바퀴 도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느 순간 기계가 돼버린 듯한 체념을 한번이라도 느껴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후 4월 중순에는 ‘위대한 독재자’, ‘황금광 시대’, ‘살인광 시대’, ‘라인 라이트’, ‘뉴욕의 왕’을 만날 수 있는 ‘찰리 채플린 기획전 Part2’가, 5월엔 KT&G 상상마당 시네마의 ‘단편 상상극장’을 통해 채플린의 단편 7편이 관객을 만난다. ‘모던 타임즈’는 오는 19일 정식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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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이 험한 세상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 고민도 마찬가지다" 


20세기 최고의 예술가이기 이전에 한 명의 인간이었던 찰리 채플린이 전하는 말은 오랜 시간이 흐른 현재 사람에게도 위안과 격려를 전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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