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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어쩌면 여전한 '지금' 우리 이야기…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Culture Board]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입력 2021-12-01 19:00 | 신문게재 2021-12-0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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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 오페라 라트라비아타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드라마에서 영감을 받아 쓰여진 풍속 희곡,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이며 극적인 음악, 철저한 부르주아 사회에서 사교계의 꽃으로 군림하지만 결국 도덕과 위선으로 병든 천민을 상징하는 매춘부 비올레타, 사소한 오해 혹은 의도된 극적 장치로 연인의 죽음 뒤에야 사랑을 깨닫는 알프레도, 두 연인의 비극적 사랑….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의 ‘라 트라비아타’(12월 2~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는 특정한 시대배경과 신분, 직업 등을 변주하면 오늘날까지도 사랑받는 통속극, 막장드라마 등의 명맥들로 들어찼다. 인간의 잔인한 폭력성, 돈에 응축된 인간의 탐욕과 관계변화, 사랑마저도 병들게 하는 계급사회의 부조리와 위선 등이 매춘부와 귀족 청년의 사랑에 녹아든다. 


베르디 오페라 라트라비아타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국립오페라단의 2021년 마지막 작품인 ‘라 트라비아타’는 사회현실에 대한 비판과 인간 본질에 대한 탐구에 몰두했던 베르디의 메시지에 집중한 작품이다.

 

화려함 보다는 간결하고 모던한 무대, 1950년대 풍 크리스티앙 디오르 스타일의 오트 구튀르 의상 등으로 현대화했지만 비올레타와 알프레도의 비극적 사랑에 스며든 인간의 욕망, 사회적인 관계 속에 내재된 폭력, 자본의 두 얼굴 등이 민낯을 드러낸다.


‘삼손과 데릴라’ 등의 아흐노 베흐나르 연출, 미국 샌 안토니오 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자 지휘자 세바스티안 랑 레싱이 이끄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위너오페라 합창단이 함께 한다. 화려함 속에서 피폐한 삶을 영위하는 비올레타는 소프라노 김성은과 김순영이, 그를 사랑하는 젊은 귀족 알프레도는 테너 김우경과 신상근이, 두 연인의 사랑을 제지하는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은 바리톤 양준모와 이승왕이 번갈아 연기한다. 

 

아흐노 베흐나흐 연출은 ‘연출 노트’를 통해 시각적 요소들을 단순화하고 작품의 철학을 존중하는 그 특유의 스타일과 더불어 두 가지에 주안점을 뒀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집중한 것은 ‘라 트라비아타’가 ‘매춘부 이야기’이며 ‘동시대 이야기’라는 점이다. 계급, 부성애, 사랑 등의 허울을 쓰고 있지만 ‘돈’으로 표현되는 시대의 부조리, 폭력, 비극 등을 돋보이기 위함이다. 

돈으로 성도, 웃음도, 사랑도 살 수 있었던 철저한 부르주아의 시대, 그것들을 팔아 신분상승한 매춘부의 이야기는 어쩌면 여전히 존재하는 빈부격차, 계급 간 폭력, 그 관계 속에서 돈이 발휘하는 영향력, 저마다의 혐오 등을 비추는 지금 우리 이야기이기도 하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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