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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예쁘게 빛나는 배우 미람, “배우에게 필요한 것은 조바심 아닌 ‘도전’”

“‘세컨어카운트’ 베드신 장면이 중요한 이유는... 삼겹살은 첫 단추가 달랐어요”

입력 2016-03-05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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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람 프로필 사진2
(사진=장인엔터테인먼트)

 

“조바심이란 건 늘 생겼다, 또 어느 순간 사라지고 그래요. 배우에게 중요한 건 조바심이 아니라 '도전' 아닐까요?”

 

“‘배우는 늘 기다려야 한다. 혹은 배우에게는 맨탈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는데, 전 뭔가 생기지 않은 일을 기다리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아요. 긍정적이고 활발한 편이라 혼자 있는 시간에 대해서 두려워하지 않아요. 혼자 있는 시간에는 그림도 그리고, 요리를 하거나 연극도 보러 다닙니다.”

 

8년차 배우 미람의 한 마디 한 마디 속에서는 강단 있는 삶의 태도, 인간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 “‘세컨 어카운트’는 자기 자신과 세상을 마주한 한 여자의 이야기”

 

3일 개봉한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3D 옴니버스 영화 ‘방 안의 코끼리’ 속 권칠인 감독의 두 번째 에피소드 ‘세컨 어카운트’에 출연한 미람은 “‘세컨 어카운트’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 세상을 마주한 한 여자의 이야기”이라고 말했다.

 

‘방 안의 코끼리’의 두 번째 이야기 ‘세컨 어카운트’를 거칠게 요약하자면, SNS 계정을 통해 자유로운 만남을 즐기는 직딩녀 ’인경’과 ‘삼겹살’의 에로틱 멜로를 그린다. 3D로는 처음 시도되는 멜로영화이자, 최근 ‘좋아해줘’, ‘트윈스터즈’ 등 SNS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잇따라 개봉하며 함께 주목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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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거부하던 주인공이 ‘사랑’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겪는 변화가 상당히 디테일하고 공감가게 그려지고 있다는 점에서 놓치기 아까운 영화이다. 이는 권칠인 감독과 미람의 시너지 효과가 크다. 권칠인 감독은 주인공 인경 역 배우를 캐스팅 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전주 영화제 독립 장편 경쟁 부분에 오른 ‘사랑의 확신’에 출연 했는데, 그  영화를 권 감독님이 보시고 저를 잘 봐주셨던 것 같아요. 오디션도 했는데 원하는 배우를 찾지 못하던 차, 제가 생각이 나서 콜을 하셨어요. 그렇게 ‘세컨 어카운트’에 출연하게 됐어요.”

 

‘세컨 어카운트’는 정체를 속이고 닉네임으로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현 세태를 돌아보게도 하지만, 그 속에 감춰진 ‘외로움’에 대한 집요한 시선이 느껴진다. 습관처럼 일회성 만남을 이어온 인경은 삼겹살이란 아이디를 쓰는 남자(서준영 분)를 만나고 점차 빠져들게 된다.

 

■ 나와 당신 모두에게 있을...애써 마주하지 않았던 외로움의 민낯

 

‘인경’은 피상적인 관계를 이어가며 외로움을 채우는 인물이다. 그녀의 내면을 보여주는 오브제는 텀블러이다. 일회성 관계를 추구하는 여인 인경이 누구나 마실 수 있는 흔한 커피를 늘 가지고 다니는 텀블러에 담아 마시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애써 마주하지 않았던 외로움의 민낯은 세컨 계정을 쓰는 타인에게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 뜨거웠던 하룻밤을 그려낸 베드신이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영화는 인경이의 마음이 어떻게 열리는지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이병헌 조승우 주연 영화 ‘내부자’들에서 극악무도한 조상무 역을 맡은 배우 조우진이 아이디 ‘도기 도기’로 나와 깨알웃음을 전하고 있는 점도 또 다른 재미 포인트로 작용하다.

 

"이번 영화에서 베드신 장면이 중요한 게, 삼겹살은 첫 단추가 달랐기 때문이죠. 인경에게 세심하게 다가오고 터치를 하는 모습을 보면, 목적을 향해 달려간다는 게 아니라 여자를 소중하게 위해준다는 느낌을 받게 해요. 거기서 인경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 당황하는 모습도 보여요.“

 

인경은 삼겹살을 만나고 자기 안의 벽을 조금씩 허물어가기 시작한다. 무표정했던 인경의 표정과 목소리가 점점 바뀌어가는 모습은 대사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하는 듯 하다.

 

“인경은 평상시에 거의 웃지 않고 있다가, 삼겹살을 만나고 활짝 웃어요. 인경이 그랬듯 저도 모르게 무장해제 되는 게 느껴졌어요. 모니터 하면서 제 자신이 그렇게 활짝 웃는 걸 보며 저도 놀랄 정도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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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영화의 빛을 발하는 장면은 마지막, 하룻밤 로맨스가 폐휴지처럼 사라지는 장면이다. 3D 화면의 깊이감을 활용해 주인공 ‘인경’의 1인칭 시점이 입체적으로 다가오는 명 장면 중 하나이다. 하얀 눈이 내리던 날 수줍은 미소를 주고 받던 남녀의 모습, 언뜻 로맨틱해보이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진 거품 목욕 장면 등이 오버랩되며 알싸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인경이 다시 외로워 질 수도 있겠지만, 그녀가 어떤 선택을 하고 살아갈지.. 뭘 느끼고 살았을지..과연 이 여자가 세상으로 나올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자신의 벽과 싸워낼 것인지 열려있는 결말입니다. 그 후의 이야기는 보시는 관객들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미람 프로필 사진

 


■ “예쁘게 빛나는” 배우 미람

 

드라마 ‘학교 2013’으로 브라운관 처음 데뷔를 한 미람을 처음 본 건 2012년 올려진 소극장 연극인 김은성 작가의 ‘달나라 연속극’이다. 현재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누비는 ‘미세스캅’ 배우 허정도, ‘가화만사성’ 장인섭 등 한예종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던 연극이다. 당시 김민경이란 본명을 쓴 미람은 까만 눈망울이 많은 이야기를 하는 듯 해 인상적인 여배우로 기억에 남아있었다. 현재는 “예쁘게 빛나라”는 뜻을 지닌 ‘미람’으로 활동 중이다.

 

“연극 작품부터 저를 봐주셨다니 감회가 특별해요. 그 때 되게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했던 작품입니다. 기가 막힌 장면이 만들어져도 또 다시 고민하고 고민했는데, 모두들 다 고민하면서 만들어갔어요. 연극 무대에서 제대로 공부를 했던 것 같아요.”


독립 영화등 대략 30편의 작품을 해온 미람은 “8년차 배우로 이제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웃었다. “처음에는 너무 재미있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가 이제 직업이라는 생각을 하니 점차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 지금은 기회를 더 찾아야 하고, 그런 부분들이 열심히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미란은 “대배우에 대한 원대한 꿈보다는 자신이 나온 작품을 보고 단 한명이라도 위로 받는 관객이 생긴다면 의미 있는 일이다”고 말했다.

 

“호기심에서 시작했지만 점차 확신으로 굳어가고 있어요. 제가 한 작품을 보고 잠시나마 위로를 받는 분이 생겨나면서 기쁨과 책임감이 함께 느껴져요.

 

“여전히 노력해야 할 것이 많아요. 선배님들 진짜 존경해요. 나이랑 상관없이 배우의 길을 오래 걷고 있는 분 많잖아요. 다들 진짜 대단한 것 같아요”

미람 프로필 사진 3

 

 

■ 소통 하는 배우 미람, “설득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자 노력 중”

 

그녀는 생각은 많지만 우울하지 않고, 활발함 속엔 따뜻한 사람 냄새를 지니고 있다. 그녀는 일기를 쓰듯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림을 전문적으로 배우진 않았지만 살면서 느껴지는 것들을 그림으로 그려요. 특히 고등학교 때부터 절친인 친구(김다미 미술 작가)와 연극 한편을 본 뒤 그림 그리는 것을 즐겨요. 서로, 한 시간 정도 시간을 정해놓고 각자 오늘 본 연극 감상을  그림으로 그려요, 한 시간 뒤에 그림을 서로 보여주며 감상을 이야기하죠. 같은 연극을 봤는데 표현을 달리 할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더라구요.”

 

미람은 연예인 누구 누구가 아닌 ‘같이 소통 할 수 있는 배우’로 기억되고자 했다. 또한 그녀의 장기는 작품마다 겹치는 이미지 없이 매번 새롭게 관객에게 기억되는 점이다. 그래서 ‘그 배우가 이 배우였어?’라며 놀라는 관객도 자주 만난다고 한다.

 

“영화 ‘캐롤’ 속 루니마라 같은 배우가 너무 멋있다고 생각해요. 사랑스런 이미지도 있지만 작품마다 매번 달라지는 것. 그건 배우가 도전을 한다는거잖아요. 배우 개인의 도전으로 그치지 않고 그런 연기 변신으로 여러 관객을 설득할 수 있다는 게 절 늘 새롭게 깨어있게 해요.”

 

까도 까도 상상 못할 매력을 지닌 ‘양파 같은 배우’ 미람은 “제 개성이 뭔지 아직도 탐구중이다”고 말해 다음에는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기대하게 했다.

 

한편, 에로틱멜로 <세컨 어카운트>, 박수영 감독의 블랙코미디 <치킨게임>, 권호영 감독의 판타지액션 <자각몽> 등 다양한 장르적 재미를 선사할 3D 옴니버스 <방 안의 코끼리>는  3월 3일 개봉했다.

 

정다훈 객원기자 otrcoolpe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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