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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세 번째 ‘그날들’로 돌아온 장유정 작·연출, 변화의 핵심은 ‘관객의 진화’

[人더컬처] 뮤지컬 '그날들' 장유정 연출

입력 2016-09-07 07:00 | 신문게재 2016-09-0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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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고 포기하는 건 창피한 게 아니에요. 시도도 해보지 않는 게 오히려 답답한 거죠. 그게 최선이라면 돌다리도 두드려 보자 싶어 또 시도를 해요. 모든 걸 다 해보고 그게 돌다린 줄 알면 사람들을 춤추게 하거든요.”

 

뮤지컬 ‘그날들’의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장유정 작·연출은 여전히 힘이 넘쳤다. ‘그날들’은 청와대 경호실을 배경으로 한 남자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故김광석의 히트곡들로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2013년 초연, 2014~2015년 재연을 거쳐 2016년 3연으로 돌아오면서 대폭 변화를 꾀했다는 그는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선후배 불문하고 가차 없이 돌직구를 날리고 존중할 것에 대해서는 기꺼이 지원군이 되는 연출이다. 


◇ 변화와 고수의 딜레마, 그 기준은 관객들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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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그날들'의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장유정 연출은 무대 변화 포인트로 실물감을 꼽았다.(사진=양윤모 기자)

“일단 극장이 바뀌었어요. 옆으로 넓어졌는데 깊이는 줄었죠. 잘못하면 답답하고 사람이 납작해 보일 위험이 컸어요. 게다가 관객들도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어요.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을 찾는 관객들은 대형 뮤지컬을 주로 봤을 테고 오롯이 관극만이 아니라 문화생활까지 더불어 즐기고 싶은 분들일 거예요. 그런 분들께 어떻게 접근할까가 가장 큰 숙제였죠.”

 

늘 바꿔야 하는 것과 지켜야할 것에 대한 딜레마에 시달린다는 장 연출의 변화 기준은 명확하게 관객의 진화다. 각 시즌은 처음부터 다시 짚어가는 회의로 시작한다. 

회전무대, 실 커튼을 계속 가져갈 건지, 폭파·액션 등의 장면들은 바꿀 것인지 등 하나하나 돌다리 두들기듯 꼼꼼하게도 확인한다.

 

“이번에 가장 크게 바뀐 건 ‘부치지 않은 편지’의 장례식 장면, 삶과 죽음을 상징하는 두 개의 산, 영상으로만 처리되던 그녀의 숲속 방, 금박을 두른 청와대 벽 등이에요. 소소하게는 도서관의 서고가 늘었고 책상·의자도 바뀌었어요. 대형 칠판이 생겼고 첫 장면의 라펠(이중 자일에 의한 현수 하강)도 5명으로 늘었죠.”

 

특히 ‘부치지 않은 편지’는 정학(유준상·오만석·이건영·민영기)의 꿈 속으로 분명 무영(지창욱·오종혁·이홍기·손승원)의 장례식이지만 누구의 것인지 모호한 장면이다. 그 장면에는 무영이 간첩이라는 안기부의 주장을 믿고 싶지 않은 정학의 혼란스러운 속내가 담겨 있기도 하다. 

두개의 산으로 무영과 그녀(김지현·신고은)는 보다 멀리 혹은 과거에 존재하는 인물들로 표현되고 현실의 하나(송상은)·대식(최지호·김산호)과의 접점이 명확해졌다. 이에 장 연출은 “재연까지 상징성과 리얼리티 사이를 오갔다면 삼연의 변화 포인트는 실물감”이라고 정리했다. 세심하게 눈여겨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부분들이 크고 작게 변화를 꾀해 초연의 몇배 이상의 무대세트 비용을 들였을 정도다. 

“관객의 변화에 발 맞추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가 없어요. 뭔지는 모르겠는데 재미없어, 정리가 안된 느낌이야, 음향이 울려 등 의견이 타당하다면 설계도를 펴고 문제를 찾아 개선해야죠. 그들의 비위를 맞추려는 게 아니라 작품의 완성도를 가늠하는 거예요. 뮤지컬은 대중예술인 동시에 아트워크잖아요. 같은 프레임이어도 호불호가 갈리는 건 당연하지만 만드는 우리는 평균치를 알고 있어야죠.”

이런 배우 또 없어, 유준상, 오만석, 지창욱, 이건명, 오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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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부터 ‘그날들’과 함께 하는 정학 역의 유준상, 무영 역의 지창욱·오종혁.(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오래 전부터 유준상 배우 팬이었어요. 제 첫 작품인 멜로드라마를 보시고 한번 보자고 전화를 주셨어요. 커피랑 치즈케이크를 사주셨는데 가슴이 떨려서 기억도 안나요.”

 

그렇게 인연을 맺으며 서로에게 언제 작품 한번 같이 하자고 했던 약속을 이행한 작품이 그날들이었다.

 

지금도 디렉션을 너무 잘 기억하고 다 지키세요. 그 연차에 너무 감사하죠. 100개를 해도 다 해요. 심지어는 프레스콜이나 기자회견 등에서 멘트 하나를 해도 되는지 제게 꼭 물어보세요.

 

그날들초연 당시 드라마 촬영 중에도 일주일에 3번은 연습실에 나오면서도 나오지 못한 날은 자정을 훌쩍 넘겨 전화 통화를 하며 런(실전처럼 하는 연습)을 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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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학 역의 오만석, 이건명.(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그 연차에 요즘도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홍보로 못나오시는 날은 전화를 하세요. 오만석 배우도 만만치 않아요. 연출까지 하시는 배우여서 만만한 상대가 아니죠. 믿는 데까지는 오래 걸리시지만 한번 신뢰하기 시작하면 제가 무슨 짓을 해도 다 따라 주세요.”

 

장 연출은 가장 정학다운 배우로 유준상을, 가장 무영에 가까운 배우로 지창욱을 꼽는다.

 

정말 귀신같이 해요. 초연 때 오종혁 배우 군대 문제로 합류가 늦어지면서 연습 일주일 중 6일을 지창욱이가 있어요. 하루도 무영이 없어서 연습을 못한 적이 없었으니까요. 모든 정학과 다 맞추고그러면서 연기도 늘고 무영화도 됐죠. 제가 디렉션 주려고 오른하면 벌써 오른쪽에 가 있을 정도예요. ()종혁이는 너무 착하고 한결같아요. 늘 열심히 배우려고 하고 힘든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죠.”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 목소리까지 바꾼 민영기, 이홍기, 손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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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연에 처음 합류하는 무영 역의 이홍기, 정학 민영기, 무영 손승원.(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민영기 배우는 머리카락 날리는 게 너무 예뻐요. ‘강무영!’하면서 날리는 머리카락이 너무 20대거든요. 성악가 출신으로 보이스가 남다르죠. 바이브레이션이 심한 편이에요. 하지만 그날들은 바이브레이션이 너무 들어가면 진정성이 떨어질 수도, 절도 있는 액션과 장면전환에 안어울릴 수도 있거든요.”

 

그의 노력은 결국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는 경지(?)에 이르렀다. 오랜 경력을 가진 배우가 목소리를 내는 방식을 바꾼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민영기는 자신의 장점은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새로운 목소리를 완성했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고 하잖아요. 작은 변화지만 너무 큰 울림을 주셨어요. 진정한 배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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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목소리를 찾은 민영기, 이홍기, 손승원에게 가사의 마음을 전하는 장유정 연출.(사진=양윤모 기자)

 

3연에 새로 합류한 FT아일랜드의 이홍기 역시 마찬가지다. 이홍기 특유의 ‘뽕기 다분한 록창법 대신 보다 담백하고 깨끗하게 노래하기 시작했다.

 

솔직하게 다가갔어요. 사람들이 너의 콘서트를 보러 오는 게 아니라고. 네가 하는 무영 역을 보러 오는 거라고 말해줬어요. 무영이는 절박해서 알앤비가 나오는기는 힘들거든요. 호흡길이도, 창법도 죄다 바꿨어요. 홍기의 강점은 정말 긍정적이고 열심히 하려고 한다는 거예요.”

 

새로 합류해 민영기, 이홍기와 더불어 고군분투 중인 배우가 손승원이다. 전작 베어 더 뮤지컬의 색을 지우고 가슴을 열고 소리를 내는 법, 감정 및 호흡 조절 등을 터득 중이다.

 

정말 고맙고 대단한 배우들이죠. 상이 있다면 주고 싶을 정도예요.”

 

 

배우별 가장 잘 어울리는 김광석 넘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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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수학책을 보다 극 중에 등장하는 악보대화법을 만들어낼 정도로 분석과 조합에 능한 연출이다.(사진=양윤모 기자)

유준상, 지창욱, 오종혁 등 초연배우들은 그날들의 씨감자 같은 존재예요. 그들을 중심으로 페어를 짜 안정화를 하죠.”

 

유준상은 길고 오만석은 짧고…배우마다 대사 톤도 모두 다르다. 유준상은 젊은 시절을 순수하게 표현하고 이건명은 20대부터 원칙주의자로 틀을 잡았다

 

모든 배우들의 톤, 캐릭터 해석 등을 꿰고 있는 그는 런을 맞춰본 회수까지 꼼꼼하게 체크하고 목소리톤, 외모, 키 등까지를 고려해 페어를 짤 정도로 정확하게 디렉션을 하는 연출이다.

 

수학책을 보다 극 중에 등장하는 악보대화법을 만들어낼 정도로 분석과 조합에 능한 그는 배우별 가장 잘 어울리는 김광석의 넘버를 꼽기도 했다.

 

이홍기는 나의 노래’, 오종혁은 사랑했지만을 정말 잘해요. 지창욱은 먼지가 되어를 시원하게 잘 뽑아요. 뽀뽀 한번 하고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요. 손승원은 죽었을 때의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를 참 잘하죠. 유준상 선배는 내 사람이여를 엮은 넘버랑 커튼콜 때의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로 열광의 도가니를 만들죠. 이건명 선배는 달콤한 보이스로 말하지 못하는 내 사랑은, 오만석 선배는 이등병의 편지를 드라마틱하고 멋지게 불러주세요. 민영기 배우의 너에게는 혼자 들어도 좋은 곡이죠.”


◇ 여기가 끝이라는 생각으로 파고 또 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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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작품이 끝이라고 생각하고 파고 또 파요. 이 작품의 가장 크고 무서운 라이벌은 제 전작이거든요. ‘그날들’의 재연, 제 작품인 ‘형제는 용감했다’, ‘김종욱 찾기’ 등이죠. 그들 보다는 잘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현재 영화 연출을 준비 중이라는 장 연출은 2018년 초까지 뮤지컬이 아닌 장르로 외유를 시도한다. 

“틈틈이 두편의 창작 대본을 쓰고 있어요. 하나는 쇼코미디고 또 하나는 드라마예요. 영화며 다른 작업들이 있어서 내후년에 제작을 고려 중이죠. 하고 싶은 것, 지금 주어진 일들을 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기 위해 열흘쯤 전부터 백일 동안의 버킷리스트를 채우기 시작했어요.”

더 건강해지기, 무조건 하루 2시간은 글쓰기, 긍정적으로 행복하게 살기, 잠자기 전에 아이폰 안하기 등 소소한 버킷리스트로 장유정 작·연출의 ‘그날들’은 그렇게 더욱 소중해진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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