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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Board] ‘햄릿’의 인상적인 재해석 이상과 현실, 그 간극과 아이러니 ‘햄릿-더 플레이’

입력 2016-08-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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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더 플레이 공연사진 (1)
‘햄릿-더 플레이’.(사진제공=연극열전)

 

연극은 분명 배우의 예술이다. 7일 막을 내린 이해랑 탄생 100주년 기념극 ‘햄릿’은 연극의 언어에 충실한 연출로 배우와 전통의 힘을 고스란히 발휘한 작품이었다. 

 

그 어떤 ‘햄릿’을 봐도 이 보다 더 대단할 수 있을까를 느끼게 하는 연극의 중심에는 이해랑 연극상에 빛나는 전무송·박정자·손숙·정동환·김성녀·유인촌·윤석화·손봉숙·한명구가 있었다.

강원도 시골마을 극단에서 10년 넘게 공연 중인 인형음악극 ‘노래하듯이 햄릿’은 철저하게 한국적으로 재해석돼 왁자지껄 광대들이 곰살 맞은 망자 달래기 진혼굿에 나선다. 2일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개막한 연극열전의 ‘햄릿-더 플레이’는 전통 연극과 현대적인 재해석극의 중간 즈음에 위치한다.


◇어린 햄릿과 광대 요릭, 희비극의 교차, 꿈과 현실 사이의 간극

햄릿 더 플레이 공연사진 (2)
어린 햄릿과 광대 요릭.(사진제공=연극열전)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 익숙한 대사로 우유부단한 인물형의 대표격인 햄릿은 셰익스피어 작품 중 가장 잘 알려졌지만 또 현대인들에게 가장 ‘밉상’이기도 한 인물이다.

‘햄릿-더 플레이’의 지이선 작가마저 “그다지 ‘햄릿’을 좋아하지 않는다.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인지도 몰랐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 작가는 “그래서 일반관객이 더 이해할 수 있는 ‘햄릿’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고전의 훼손이 아닌 고전 ‘햄릿’의 메시지를 가져가려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햄릿-더 플레이’에는 복수를 위해 미치광이로 살아가는 성인 햄릿과 전쟁에 나선 아버지를 환영하기 위해 광대 요릭에 의지하며 인형극을 만드는 어린 햄릿이 등장한다. 흑백으로 일관되는 무대와 등장인물들 사이에 빨간 바지를 입은 어린 햄릿과 광대 요릭의 빨간 코 등은 다른 ‘햄릿’과 가장 큰 차별점이다.  

 

햄릿 더 플레이 공연사진 (4)
오필리어와 햄릿.(사진제공=연극열전)

 

이미 15년 전 햄릿 역의 김강우와 동명의 작품을 함께 했던 김동연 작·연출은 “어린 햄릿의 빨간 의상, 광대의 빨간 코 등은 비극 속 희극에 대한 의미”라며 “어릴 때 꿈꾸던 세계와 현재 살아가는 삶의 간극, 희극과 비극 사이의 아이러니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어린 시절 광대와 놀았다면 무엇을 배웠을까, 햄릿이 배운 게 비극일까 희극일까를 고민했습니다. 비극 속의 삶, 그 시대가 햄릿을 바라보며 느꼈을 비극성과 슬픈 정서, ‘햄릿’의 원형을 조금 더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었죠.”

또 다른 햄릿 김동원은 “어린 햄릿이 전쟁터에서 돌아올 아버지를 위해 요릭과 준비하는 것은 복수극이다. 그 지점이 재밌다. 저때(극을 준비하던 때)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기 때문에 보여주지 않았을까. 결국 그 일이 일어난다”며 “클로디어스의 일을 (어린 햄릿이 준비하던) 연극 속에서 알게 되는 지점도 재밌다”고 전했다.

 


◇김강우를 배우로 이끈 15년 전 ‘햄릿’, 가장 인상적인 재해석 오필리어와 거트루드

 

햄릿 더 플레이 공연사진 (6)
햄릿과 거트루드.(사진제공=연극열전)

 

“당시는 고민이 많았던 때였어요. 누구나 한번쯤 자기 꿈이나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때가 있잖아요. 어설프고 부족했지만 배우로 살아볼까 하는 시발점이 됐죠.”

15년 전 김동연 연출과 ‘햄릿’을 준비하면서 배우로 살아볼 용기를 얻었다는 김강우는 그 연극의 슬픈 광대와 어린 햄릿의 극 중 극 이야기로 햄릿을 이해하기도 했다.

‘햄릿-더 플레이’의 가장 큰 차별 점은 햄릿 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행동이나 변화에 보다 명확한 ‘개연성’이 부여된다는 데 있다. 어른 햄릿과 어린 햄릿, 권력욕을 불태우는 숙부 클로디어스, 오필리어와 거트루드 등 극이 주목하는 인물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연극 햄릿 더 플레이_메인 포스터_김강우, 김동원 ver
연극 ‘햄릿-더 플레이’.(사진제공=연극열전)

그 과정 중 가장 인상적인 인물의 재해석은 수동적이고 답답하기만 했던 여성 캐릭터들의 변화다. 같은 선상에서 한 연기자가 오필리어와 거트루드를 동시에 연기하는 설정 역시 새롭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그렇게 문제였던가.”

‘햄릿’ 평생의 고민거리였던 이 문제를 제기한 이는 오필리어였으며 남편의 동생과 결혼하는 부도덕한 여자였던 거트루드는 나라를 위해 고민하는 왕비로, 아들 햄릿을 생각하는 엄마로 다각화됐다.


◇인상적인 재해석, 그러나…

‘햄릿-더 플레이’는 조금은 다른 ‘햄릿’을 추구했다. 그 다름의 중심은 어린 햄릿과 요릭, 인물들의 다각화를 비롯한 오필리어·거트루드 왕비의 재해석이다.

하지만 그 다름의 핵심은 아이러니하게도 극의 아쉬운 지점이기도 하다. 지나치게 오락가락하는 시선은 다소 어지럽고 부산스럽다. 더불어 신선한 어린 햄릿, 오필리어와 거트루드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의 다각화 등 다름의 핵심을 제대로 이해하고 표현하는 배우가 필수기 때문이다.  

 

연극의 목적은 세상을 거울에 비춰보는 일. 결국 세상에서 살아가는 이들 모두가 연극배우다. 


“진실을 알게 되자 거짓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

 

극이 표현하고자 했던 비극과 희극의 간극, 꿈과 현실의 아이러니는 ‘햄릿-더 플레이’ 자체에도 유효한 정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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