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킹키부츠'부터 '키다리 아저씨'까지, 민속명절 한가위 스트레스를 날릴 핀업 공연들

온가족이 모이는 명절에 헌신하는 주부도, 결혼·취직·승진·성적 등의 닦달에 시달리는 남녀노소, 솔로들도, 긴 시간을 도로 위에서 보내야하는 교통체증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옛말이 야속할 정도로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추석 연휴의 스트레스도 신나는 혹은 가슴을 적시는 뮤지컬·연극 한편이면 힐링할 수 있다. 게다가 추석 연휴에는 30~50% 할인율까지 적용되니 그야 말로 ‘굿 타이밍’이다.


[모두를 위한 Everybody Say Yeah~!]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명절 스트레스, 빨간 부츠로 날려라! 뮤지컬 ‘킹키부츠’(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뮤지컬 ‘킹키부츠’.(사진제공=CJ E&M)

이보다 더 신날 수는 없다.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반짝반짝 빨간 킬힐 부츠를 신고 끼를 발산하는 찰리와 롤라 그리고 엔젤들의 흥겨운 무대는 보는 것만으로도 흥을 돋운다. 

뮤지컬 ‘킹키부츠’는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으로 정통 신사화만을 만드는 프라이스&선을 물려받은 찰리와 자신만의 삶을 개척한 드랙퀸(Drag Queen, 여장 동성애자) 롤라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본격 ‘힐링’ 쇼 뮤지컬이다.

신디 로퍼의 업템포 팝 넘버들과 신나는 댄스, 찰리와 롤라, 엔젤들, 로렌과 돈을 비롯한 공장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하나가 되는 과정에서의 갈등과 감동이 유쾌하게 펼쳐진다.  

‘킹키부츠’의 롤라 강홍석과 엔젤들 권용국·김준래·박진상·송유택·우지원·한선천.(사진제공=CJ E&M)

찰리 그대로의 이지훈, 유약한 소년을 연상시키는 찰리 김호영, 여장 전문답게 능숙한 롤라 정성화, 깊은 곳에서 흥과 감동을 끌어 올리는 롤라 그대로의 강홍석을 비롯해 ‘킹키부츠’의 진짜 주인공인 6명의 엔젤 권용국·김준래·박진상·송유택·우지원·한선천(이상 가나다 순) 등이 추석 연휴로 오른 화와 스트레스를 단박에 날려 버린다.

‘킹키부츠’와 함께 노래하고 들썩이다 보면 마초 기질 다분한 공장직원 돈으로 출연 중인 고창석이 “안좋은 무언가를 할 때 술 마실래? 놀러 갈래? 등을 통칭해” 만들어냈지만 고단한 하루를 버텨내느라 잃어버린 진짜 나를 찾기 위한 주문으로 진화한 ‘킹키하라’를 절로 외치게 된다. 

[Pin-up Board]

▶ 뮤지컬 ‘고래고래’(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

잊고 지내던 꿈을 위해 다시 뭉친 밴드 1번 국도 멤버들이 목포부터 자라섬까지 펼치는 버스킹 여행. 신나는 록 넘버와 깨알같이 터지는 유머들이 꿈과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몽니 김신의·허규·이기찬, 정상윤·이주광·김보강, 최수형·김재범·박준후, 박한근·안두호·배두훈, 김여진·김다혜·민경아 등과 함께 록 스피릿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 보면 어느새 스트레스는 저 멀리 날아가 버린다.

▶뮤지컬 ‘그날들’(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청와대 경호실을 배경으로 김광석의 노래로 엮은 액션 스릴러다. 보다 섬세해져 돌아온 3연으로 초연배우 유준상·오만석·지창욱·오종혁, 재연부터 함께하는 이건명, 3연에 새로 합류한 민영기·이홍기·손승원이 조화를 이룬다.


[엇갈리기만 하는 부부를 부탁해!]

◇세대별 부부의 사랑을 다지며! 연극 ‘사랑별곡’, ‘민들레 바람되어’, ‘안녕, 여름’

부부의 독특한 사랑을 다룬 연극 ‘안녕, 여름’.(사진제공=R&D웍스)

명절 끝 부부싸움은 필수코스와도 같다. 그런 부부에게는 늘 곁에 있어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를 부르는 공연들을 추천한다. 

죽음을 앞둔 70대 노부부의 애끓는 사랑을 담은 이순재·손숙·고인배의 ‘사랑별곡’(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 먼저 간 아내를 그리워하는 남편의 눈물겨운 망부가 전노민·김민상·이일화·이지하 등의 ‘민들레 바람되어’(수현재씨어터), 백수 남편 태민과 잔소리 쟁이 아내 여름의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을 주창하는 ‘안녕, 여름’(유니플렉스 2관). 세대는 다르지만 그 소중함만은 같은, 부부 애정도 업그레이드를 위한 추천 연극들이다. 

[손자부터 할머니·할아버지까지]

◇나이·성별·국적불문 가족들을 위한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 ‘점프’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와 ‘점프’.(사진제공-PMC프러덕션, 예감)

아이부터 할머니·할아버지까지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공연을 찾는다면 대한민국 넌버벌퍼포먼스의 양대산맥인 ‘난타’(홍대·명동 전용관)와 ‘점프’(명보아트홀 전용관)를 추천한다. 

나이·성별·국적·직업 불문하고 누구나 웃고 즐길 수 있는 공연들이다. 심오한 메시지를 전하는 어려운 표현도, 억지 눈물을 짜내는 섣부른 의도도 없다. 그저 보이는 대로 웃고 즐기면 되니 남녀노소의 스트레스 격파에 안성맞춤이다.

[Pin-up Board]

▶탄생 100주년 맞은 화가 이중섭의 ‘길 떠나는 가족’(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이토록 애틋한 가족이 또 있을까. 대한민국 대표 화가 이중섭과 연극계의 거장 이윤택 연출이 만나 풀어내는 눈물겨운 가족 이야기다. 이중섭 탄생 100주년, 연희단거리패 창립 30주년을 맞아 무대에 올린 연극이다. 별다른 무대장치 없이 윤정섭, 김소희, 오동식, 이동준 등 오롯이 배우들의 힘으로 끌어가며 연극의 정수를 선사한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는 ‘이중섭, 백년의 신화전’ 관람권 소지자에게는 20% 할인혜택이 주어진다.

▶ 연극 ‘웃어요 덕구씨’(여우별씨어터)

고물상 주인 천덕구, 자식들이 제안한 생일잔치에 한껏 들떠 있는 사이 아내가 사라졌다. 애타게 아내를 찾아다니면서 깨닫게 되는 가족의 소중함이 심금을 울린다.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동양예술극장)

일찍 부모를 여의고 동생들 뒷바라지에 전념하며 살아온 동욱과 7년만에 집으로 돌아온 막내동생 동현, 그들 사이에 뛰어든 웨딩이벤트 신입 직원 미리의 좌충우돌 성장극이다. 임현수·전병욱·이동준이 형 동욱으로, 트랙스 제이 김견우·원성준·엠블랙 승호가 동생 동현, 김려원·이보람·이경진이 미리로 출연한다.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추석 때 가출한 자아를 찾습니다! ‘도리안 그레이’(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사진제공=씨제스컬처)

오스카 와일드의 유미주의 사상을 담은 소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을 무대로 옮긴 창작 뮤지컬이다.

‘라카지’, ‘거미여인의 키스’, ‘헤드윅’,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등의 이지나 연출과 ‘모차르트’, ‘황태자 루돌프’, ‘레미제라블’, ‘명성황후’, ‘맨 오브 라만차’ 등의 김문정 음악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남자 도리안 그레이 김준수, 도덕에 얽매이지 않는 감각만이 인간을 완벽하게 치유한다는 역설로 도리안을 쾌락의 길로 인도하는 헨리 워튼 박은태, “수천년 동안 인간들이 진화하면서 찾아낸 삶의 형태”를 강조하며 도덕성과 도리안에 대한 순정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화가 배질 홀워드 최재웅과 함께 하는 자아 찾기가 시작된다.

가족, 친구, 주변인 등을 신경쓰느라 나 자신을 잃어버린 이들이라면 이들의 심오한 자아찾기에 동참해도 좋다.

성남까지 먼길을 가야한다는 점, 그 먼 곳인데도 티켓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이 흠이라면 흠이다.   

[Pin-up Board]

▶뮤지컬 ‘더맨인더홀’(대학로 자유극장)

달과 호수에 비친 달에 빗댄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 이론을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하루가 극복하기 어려운 사건 후 또 다른 자아 늑대를 만나면서 변해가는 심리를 다룬 스릴러다. 피아노와 조명이 유독 ‘하드캐리’하는 2016년 미생들의 잔혹동화로 임강성·김영철이 하루로, 고훈정·김찬호가 늑대로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연극 ‘클로저’(대학로 예그린씨어터)

영국작가 패트릭 마버(Patrick Marber)의 대표작으로 스트립 댄서 앨리스와 신문사 부고 전문기자 댄, 앨리스의 이야기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댄을 첫눈에 사로잡는 사진작가 안나, 안나와 이상하게 엮이는 밝히는(?) 남자 래리가 얽히고설킨 애정극이다. 영화 ‘연애의 온도’, ‘특종: 량첸살인기’ 등 노덕 감독의 연극 연출 데뷔작이기도 하다.

조진웅·김혜수·이제훈 주연의 드라마 ‘시그널’에 한세규로 출연했던 이동하, 연극 ‘엘리펀트송’, 드라마 ‘마을: 아치아라의 비밀’ 등의 박은석,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올모스트 메인’ 등의 김선호가 댄으로, 박소담·이지혜가 스트립 댄서 앨리스로 분한다. 엇갈린 사랑에 방황하는 피부과 의사 래리 역에는 배성우와 ‘보도지침’, ‘날 보러와요’ 등의 김준원, 영화 ‘그놈이다’, ‘터널’ 등의 서현우가 트리플 캐스팅됐다.

▶연극 ‘햄릿 더 플레이’(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아 개막한 ‘햄릿’의 재해석 작품이다. TV, 영화에서 주로 활동하던 김강우가 대학시절 김동연 작·연출과 호흡을 맞춘 바로 그 연극이기도 하다. 어린 햄릿과 광대 요릭에 집중해 재해석한 작품으로 김강우·김동연이 햄릿으로, 이진희·서태영이 오필리어이자 거트루드 왕비로 출연한다.


[솔로 탈출을 꿈꾸는 그대들을 위하여!]

◇죽어가는 연애세포 깨우기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사진제공=달컴퍼니)

가족, 친구들과 북적이다 혼자 남은 허전함을 달랠 본격 연애감정 유발 뮤지컬이 ‘키다리 아저씨’다. 고아 소녀 제루샤와 그의 후원자 제르비스가 주고받는 편지를 바탕으로 꾸린 오프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한국 초연작이다.

짐 박스를 활용한 무대전환과 잊고 지냈던 연애감정을 간질이는 아날로그 감성이 흥미롭다. 제루샤와 제르비스의 로맨스에 빗댄 성장담으로 이지숙·유리아가 제루샤, 신성록·송원근·강도호가 제르비스를 연기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