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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뷰] 자아 찾기를 위한 드잡이, 2016년 대한민국 미생들의 잔혹동화 뮤지컬 ‘더맨인더홀’

입력 2016-09-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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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더맨인더홀’의 늑대 고훈정과 하루 임강성.(사진제공=파파프로덕션)

 

균열이 간 무대 위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달이 떠오른다. 하늘의 달과 거대한 호수에 비친 달, 진짜 나와 내가 바라보는 이상향 그리고 그 사이에 서 있는 나. 그렇게 무대에는 세명의 자아가 끊임없이 드잡이를 한다.

2016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미생’ 하루와 또 다른 자아 늑대를 중심으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이론을 고스란히 무대로 옮긴 뮤지컬 ‘더맨인더홀’이 9일 개막한다.

개막을 하루 앞둔 8일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이현규 작·연출은 “나 역시 하루같이 산다고 생각한다. 살다 보면 욱할 때가 많다”며 “나를 극한 상황까지 밀어 넣으면 어떻게 될까, 어디까지 가게 되면 그런 일들을 저지를 수 있을까…그 고민이 작품에 많이 반영된 듯하다”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버리다, 차오르다 그리고 또 모두 비워버리다. 그렇게 남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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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맨인더홀’ 늑대 김찬호와 하루 김영철.(사진제공=파파프로덕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이론에는 달과 큰 호수가 등장합니다. 하늘의 달과 호수에 비친 달, 그 사이에 서 방황하고 고민하는 나를 에고, 슈퍼에고, 이드 등으로 반영했습니다.”


무대 벽면을 차지하는 달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이 연출은 하루가 약혼자 연아에게 선물하려 했던 유리구에 대해 “하나의 통합된 형태다. 큰 사고를 당하고 흔들리는 순간 이전의 행복한 기억들을 박제시키고자 하는, 사회적 억압이나 방해 없이 그 안에만 있고 싶은 심정을 담았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더맨인더홀’은 인간이 극한 상황에 몰렸을 때의 방어기제, 그렇게 시작된 잔혹동화와 비극 그리고 자아찾기의 여정을 담은 판타지 스릴러다.

이현규 연출은 “하루가 모든 걸 잃는 사건을 맞닥뜨리면서 분리와 해리 현상을 겪고 또 다른 자아인 늑대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며 늑대에 대해 “선악이나 다른 사람과의 대결이 아닌 내 안의 또 다른 감성을 형상화한 존재다. 하루는 평소 늑대와 야생성에 관심이 많은 인물이다. 미생인 하루가 동경하던 인물들이 해리 현상을 통해 드러나는 과정을 프로이드의 억압이론에 대입하면서 풀었다”고 설명했다.   

 

늑대 역의 김찬호와 고훈정은 “환상적인 음악들이 곁들여지며 동화처럼 표현돼 아름답게 보여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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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맨인더홀’의 늑대는 선악이나 다른 사람과의 대결이 아닌 하루 안의 또 다른 감성을 형상화한 존재다.(사진제공=파파프로덕션)

 

창작극을 추구하며 “방망이 깎는 노인의 심정으로 작품을 만들어가는 데 고민 중”이라는 김찬호는 “잔혹하고 스펙타클한 현실에서 하루의 내면을 표현하는 존재”라며 “늑대와 하루 안에서 표현하는 감성들 자체가 드라마의 모티프이며 목표”라고 밝혔다.

고훈정은 “하루가 내면에 가지고 있지만 억압됐던 관념들이 발현된 캐릭터다. 하루와 교감하면서도 이겨내라, 강해져라 얘기하며 영향을 미치는 장면들이 동화 혹은 애니메이션처럼 표출된다”고 전했다.

하루 역의 임강성은 “모든 사람들을 착하다 나쁘다(로 명확하게 구분하기)가 어렵다. 착하지만 순간 욱하거나 괴팍해지곤 한다”며 “늑대는 하루가 멋있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대할 것 같다는 동경에서 탄생한, 강렬하고 강하면서도 따뜻한 존재들”이라고 소개했다.

또 다른 하루 김영철은 “관객들이 인간의 다른 자아를 어떻게 생각할지 우리도 궁금하다. 이 극을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펴거나 그런 고민들을 해보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동화적 판타지를 만드는 진행자,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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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는 극의 서사, 쉴새없이 지나가는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진행자 역할을 한다.(사진제공=파파프로덕션)

 

극의 시작부터 독주되는 피아노는 ‘더맨인더홀’의 진행자와도 같다. 하루와 늑대, 극 전체의 분위기의 흐름에 따라 강렬하게 혹은 격정적으로 때로는 따스하게 또 때로는 어지럽게 공간을 울린다.

이현규 연출은 “피아노는 극의 서사, 쉴새없이 지나가는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드라마 외적 객체로서 존재한다. 극과 피아노가 동화돼 하나처럼 볼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중요한 피아노는 뮤지컬 ‘쓰릴미’의 곽혜근, 오성민이 번갈아 연주한다. 곽혜근은 “극 전체에 대한 공간감, 호흡, 조명들까지 아우르며 음표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했다”며 ‘서곡’을 가장 애착이 가는 넘버로 꼽았다. 

 

‘서곡’에 대해 곽혜근은 “극을 처음 시작하고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곡이다 보니 부담감과 압박이 크다. 처음을 잘해야 끝까지 잘 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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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맨인더홀’.(사진제공=파파프로덕션)

 

오성민은 하루가 혼란과 고민 끝에 변화를 꾀하는 극 후반부의 피아노 솔로 연주곡을 추천 넘버로 꼽았다. 그는 “드디어 해냈다고 환호하는 잔혹함과 그 속에 미묘한 아름다움이 녹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규 연출은 “저의 상상력 뿐 아니라 열린 부분이 많다. 그 부분이 관객들과 만나 더 큰 세상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를 전하기도 했다.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들, 실체와 판타지, 그 모호한 경계에서 자아찾기에 나서게 하는 뮤지컬 ‘더맨인더홀’은 9일 개막해 10월 30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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