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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초대석] 전립선치료 패러다임 바꾼 ‘의과학자’ 송윤섭 순천향대 교수

전립선암·배뇨장애 줄기세포 치료 연구 선도

입력 2018-05-25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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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섭 순천향대 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전립선비대증과 전립선암이 같이 발병하는 경우가 많아 50세 이상의 남성이라면 1년에 한 번 정도 전립선암 검진을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중년 남성을 심리적·육체적으로 가장 괴롭히는 것 중 하나가 전립선질환이다. 50대 이후 남성의 60%가 전립선비대증, 30~40대 남성의 30%가 전립선염으로 고생한다. 2012년 5만 413명이던 전립선암 환자는 2016년 7만 2620명으로 44%나 증가했다.

인구고령화와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전립선질환 환자는 더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전립선질환은 배뇨장애 등을 유발해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심하면 성기능장애까지 동반돼 자존감 저하, 우울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소침습 복강경수술·로봇수술 등이 도입돼 치료율이 향상되고 있지만 여전히 수술에 대한 부담감 탓에 치료를 미루는 많은 환자들이 적지않다. 전립선암의 경우 수술 후 발기부전 등 성기능장애가 동반될 수 있다는 걱정에 상당수 환자가 수술을 부담스러워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떠오른 게 ‘재생의학’이다.

‘재생의학의 꽃’으로 불리는 줄기세포를 전립선질환 치료에 이용하면 난치성 전립선암과 성기능장애를 수술 없이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술보다 합병증, 출혈, 통증 등도 적어 환자의 부담감도 덜하다. 하지만 줄기세포의 의학적 치료효과가 아직 100% 입증되지 않아 임상 근거를 찾으려는 연구가 전세계적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 질병·연구 두 마리 토끼 잡은 의과학자

송윤섭 순천향대 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10여년 전부터 전립선질환에 대한 줄기세포 치료 연구를 선도해 온 ‘의과학자’다. 전립선질환, 종양, 배뇨장애 분야 권위자로 치료 패러다임을 수술에서 재생의학으로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다.

‘질병 치료 못지않게 연구도 중요하다’는 일념으로 묵묵히 연구에 매진, 다수의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세계 3대 인명사전인 마르퀴즈 후즈후 인더 월드(Marquis Who‘s Who in the World)·국제인명센터(IBC)·미국인명정보기관(ABI)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최근엔 난치성 전립선암에 대한 줄기세포치료제 연구가 ‘2018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 사업과제’로 선정돼 2021년까지 3년간 3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는 쾌거를 이뤘다.

줄기세포는 피부세포나 신경세포 등 인체를 구성하는 조직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일종의 원시세포로 배아줄기세포, 성체줄기세포로 나뉜다.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는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배아조직 중 배반포라는 조직에서 얻어지는 세포로 신체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 하지만 배아를 예비 생명체로 보는 견해로 인해 윤리적 제약이 많다.

성체줄기세포(Adult stem cell)는 신체 장기와 조직의 세포로 분화되기 직전의 원시세포로 신체가 손상됐을 때 재생작용을 한다. 제대혈(탯줄혈액)·골수·혈액·근육·지방조직 등에서 소량 얻을 수 있다.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윤리적 문제는 없지만 제한된 종류의 세포로만 분화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조혈모세포, 중간엽줄기세포, 신경줄기세포 등이 성체줄기세포에 포함된다.

◇ 자살유전자 탑재 줄기세포, 전립선암 치료 가능성 높여

비뇨의학 분야에선 거세저항성 전이 전립선암, 방광섬유화, 난치성 발기부전 및 배뇨장애 치료에 줄기세포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줄기세포는 선택적으로 암 조직 안으로 이동해 침투하는 ‘암 주향성’을 가져 암에 대한 세포·유전자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

2013년 송 교수와 김승업·이홍준 중앙대 의대 교수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립선암에 걸린 쥐의 정맥에 자살유전자가 도입된 인간 신경줄기세포를 주사한 결과 암세포가 사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줄기세포엔 ‘사이토신 디아미네이즈(cytosine deaminase)’라는 자살유전자가 탑재됐다. 이 자살유전자는 전립선암 세포를 대량으로 죽여 항암제로서의 효과를 냈다.

같은 해 송 교수는 방광하부폐색으로 발생한 방광섬유화 및 배뇨곤란을 줄기세포 방광이식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논문을 발표해 대한비뇨기과학회 최우수논문상(김세철학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연구는 최근 유병률이 급증하고 있는 전립선비대증과 신경인성방광으로 인한 방광섬유화 및 배뇨곤란에 대한 새로운 치료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 전립선비대증, 방광기능 저하에 발기부전까지

전립선은 남성 방광 아래쪽에 붙어 있어 소변이 내려가는 요도를 둘러싸고 있는 기관이다. 정액의 일부를 만들고, 정자에 영양을 보급해 정자운동을 보조한다. 요로감염 방어기능도 담당한다.

전립선질환 중 가장 흔한 전립선비대증은 노화로 인해 남성호르몬의 균형이 깨져 호두 크기(20㏄)의 전립선이 귤이나 야구공 만하게 커져 배뇨장애 등을 유발한다. 송 교수는 “초기에는 밤에 소변을 보기 위해 자주 일어나는 등 가벼운 배뇨장애 증상이 나타나다가 심하면 방광기능을 아예 상실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주요 발병원인으로 노화와 남성호르몬 감소가 꼽힌다. 나이가 들면 남성호르몬 분비가 감소하고, 여기에 반응해 전립선세포내 5알파환원효소가 농도가 증가하면서 전립선이 커지게 된다. 국제전립선증상점수(IPSS) 7이상, 전립선 크기 30㏄ 이상, 소변 배출 속도 15㎖/s 이하인 조건을 만족하면 전립선비대증으로 진단한다.

흔히 전립선비대증을 방치하면 전립선암으로 악화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과 다르다. 두 질환은 근본적인 발병 원인부터 다르다. 전립선비대증은 전립선조직을 구성하는 정상세포가 증식해 부피가 커진 것이고, 전립선암은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이된 질환이다. 즉 단순히 전립선이 커진다고 해서 전립선암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두 질환 모두 고령층에서 유병률이 높아 생긴 오해다.

단, 두 질환이 같이 발생하는 사례가 많아 정밀진단이 필수다. 송 교수는 “전립선비대증과 전립선암이 같이 존재하는 경우도 많아 50세 이상의 남성이라면 1년에 한 번 정도 전립선암 검진을 받는 게 좋다”며 “전립선염의 경우 지금까지는 전립선암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두 질환간 연관성을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 배뇨장애 증상 잦으면 정밀진단 필요

평소 화장실을 너무 자주 가거나, 빈뇨·야간뇨 등으로 잠까지 설친다면 전립선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전립선비대증은 전립선조직이 커지면서 요도를 눌러 빈뇨, 야간뇨, 요절박, 배뇨능력 감소로 인한 약뇨, 소변 갈라짐, 소변주저, 잔뇨감 등이 나타난다. 제 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소변을 보기 점차 어려워지고, 심하면 소변이 마려워도 소변을 보지 못해 소변줄을 끼워야 할 수도 있다. 결국 신장기능이 손상되고 방광결석, 요도감염 등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다.

전립선염은 비대증과 비슷한 배뇨장애 증상에 오한, 허리통증, 회음부 및 직장통증, 권태감, 근육통, 관절통 같은 전신증상이 동반되는 게 특징이다. 전립선암은 대부분 증상이 없고 병이 진행될수록 비대증과 같은 배뇨장애 증상이 나타난다.

전립선질환 초기엔 알파차단제, 안드로겐억제제, 항콜린제, 데스모프레신, 5알파환원효소억제제 등 약물을 사용한다. 약물치료가 듣지 않을 땐 경요도전립선절제술, 레이저치료 등 외과적 수술을 실시한다.

수술 후 발기부전 등 성기능 문제는 과장된 면이 크다. 전립선비대증 수술 후 5~10%에서 성기능 문제가 발생하는데 발기력 저하보다는 사정장애가 대부분이다. 전립선수술로 사정된 정액의 역행성사정을 억제하는 전립선요도 및 내요도괄약근 기능이 약화돼 사정장애가 생길 수 있다. 반면 발기력은 대부분 유지되는 편이다.

전립선암수술은 전립선을 제거한 뒤 방광과 요도를 다시 접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전립선 주변 신경과 혈관다발이 손상되면 발기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로봇수술이 도입돼 발기부전 같은 수술 후 합병증 발생이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환자들이 발기부전 같은 성기능장애를 이유로 수술을 망설이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엔 수술 후 음경발기 재활치료 등으로 성기능장애 증상을 개선하고 있다.

송 교수는 2013년 수술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난치성 발기부전에 대한 생체물질 및 줄기세포기반 유전자 병행치료 관련 기초연구 결과를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대회인 유럽비뇨기과학회에서 학술상을 수상했다.

◇ “익힌 토마토·채소 섭취 늘리고 알코올·육류 피해야”

전립선비대증을 비롯한 전립선질환을 예방하려면 알코올, 카페인, 고지방 음식을 피하고 과일과 채소 섭취를 늘리는 게 좋다. 미국암학회가 발표한 ‘전립선암을 예방하는 권장 식사법’에 따르면 붉은 고기를 피하고, 매일 과일과 채소를 5회 이상 섭취하도록 한다. 리코펜 성분이 풍부한 익힌 토마토, 셀레늄 함량이 많은 해산물·유제품, 비타민E가 다량 함유된 아보카도·호두·콩 등이 전립선 건강에 도움된다.

소변을 오래 참는 습관도 버려야 한다. 소변을 오래 참으면 방광과 주변 근육의 기능이 약해져 배뇨장애로 이어지고, 소변이 전립선 쪽으로 역류해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오래 앉아 있는 것도 전립선에 좋지 않다. 전립선 부위를 계속 압박해 전립선 내부 혈류량을 떨어뜨리고, 전립선 조직이 오래 눌려 부으면서 비대해질 수 있다. 두 시간마다 한 번씩 일어나 15분 정도 걷거나 스트레칭을 해 하체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게 좋다.

송 교수는 최근 순천향대 서울병원내 설립된 비뇨의학연구소를 이끌며 난치성 전립선암, 배뇨장애, 성기능 문제에 대한 줄기세포 및 유전자치료에 관한 체계적 고찰과 빅데이터 연구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그는 “인구고령화, 스트레스 증가, 비만 등으로 현대인의 전립선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환자의 부담이 적은 비수술적 치료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며 “‘임상 현장에서 치료되지 않는 난치성질환 해결’을 목표로 줄기세포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할 임상 근거를 찾는 한편 진료와 연구를 병행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의과학자를 양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환 기자 superstar1616@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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