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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맥경화’ 잠자는 가계예금 사상 최대

7~8월 하락하다 9월 최대치 경신
주춤하던 기업예금 400조 재돌파
예금 회전율 31년 8개월만 최저로

입력 2018-11-15 17:24 | 신문게재 2018-11-1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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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묶여 있다. 때문에 돌지 않는다. 돈맥경화다. 투자와 소비가 부진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말 현재 가계와 기업 등의 총예금은 1369조7058억원이다. 올 1월말(1296조392억)보다 73조6666억원 증가했다. 예금주별로 보면 가계 616조4194억원, 기업 401조7034억원, 기타 351조5830억원이다.

가계 총예금은 2010년 9월 400조원, 2013년 12월 500조원, 지난해 12월 600조원을 각각 돌파했다. 올들어선 6월 고점을 찍은 뒤 7월과 8월 하강곡선을 그리다 9월 다시 상승세를 탔다. 특히 9월에는 전고점(6월 614조9363억원)을 경신했다. 기업의 총예금은 6월 403조7267억원에서 7, 8월 400조원 밑으로 떨어졌다가 9월 400조원을 재돌파했다.

총예금은 요구불예금과 저축성예금으로 분류된다. 일정기간 돈을 꺼내 쓰지 않겠다는 가계와 기업 등의 저축성예금은 9월말 1175조1612억원. 올 1월(1109조8526억원)보다 65조3086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예금 증가액(73조6666억원)과 맞먹는다.

예금주의 요구가 있을 때 언제든지 지급할 수 있는 요구불예금은 현금이나 마찬가지다. 9월말 현재 194조5446억원이다. 그런데 9월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16.4회다. 16.3회를 기록한 1987년 1월 이후 가장 낮다.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예금 지급액을 예금 잔액으로 나눈 값이다. 예금회전율이 낮을수록 가계와 기업이 돈을 인출해 쓰지 않고 은행에 두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회전율이 떨어진 데는 추석 연휴라는 일시적인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매년 추석이 낀 달에는 예금 회전율이 떨어졌다”며 “은행 휴업일이 늘며 예금 지급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투자와 소비심리 위축 탓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돈이 갈 곳이 없다. 미국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분쟁, 글로벌 경제 성장세 둔화 가능성에 한은 금리 인상 가능성과 고용 부진, 반도체 경기 전망 불투명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얽혀 수익률을 보장할만한 투자처를 찾기 쉽지 않다. 부동산 대책에 따라 부동산 거래가 줄어들거나 증시 불안 때문에 주식 투자도 움츠러들면 예금 회전율은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일정기간 묻어 두겠다는 의미의 저축성예금은 총예금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요구불예금은 꺼내 쓰지 않는다. 대기 자금만 증가한다. 금리가 낮은데도 말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풀린 돈이 과거만큼 경기 활성화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동석 기자 dsch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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