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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의 공포'에 증시 급락…경기침체 전조 증상?

입력 2019-03-25 17:00 | 신문게재 2019-03-2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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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1%대 하락 출발<YONHAP NO-1741>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2186.95) 대비 28.15포인트(1.29%) 하락한 2158.80에 개장한 25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KEB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

 

미국의 장기와 단기 금리가 12년 만에 뒤집히면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한국도 장단기 금리 차가 빠르게 좁혀지면서 미국과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존재하나, 확대 해석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5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92% 하락한 2144.86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지수는 2.25% 내린 727.21로 장을 마감했다. 두 시장 모두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대거 이탈했다. 유가증권(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707억원, 기관은 2237억원 팔았고 개인이 22698억원을 사들였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78억원, 791억원을 순매도했으며 개인은 1222억원 매수했다.

키움증권 서상영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속에 외국인과 기관의 매물이 출회되며 하락했고, 이후로도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며 “외국인과 기관은 전자전자 업종을 위주로 매도했다. 그러나 주요 수급 주체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1_금리스프레드


◇ 장단기 금리 역전…세계 증시 ‘출렁’

지난 22일(현지 시각) 뉴욕 채권시장에서 장중 한때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2.428%까지 떨어지면서 3개월 만기 국채 금리(연 2.453%)를 하회했다. 두 금리는 장을 마감하며 연 2.459%로 같아지기는 했지만, 장중 한때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3개월 만기보다 낮았던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이다.

대개 장단기 금리의 역전은 경기 침체의 선행지표로 인식된다. 10여년 만에 ‘경기침체 전조’로 알려진 현상이 나타나자 세계 금융시장도 요동쳤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1.77% 떨어졌고, 나스닥지수는 2.5%나 하락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증시도 2% 가까이 떨어졌다.

통상 장기채권은 돈을 빌려주는 기간이 긴 만큼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에 단기채권보다 금리가 높다. 장기간 자금이 묶여 있는 만큼 더 높은 수익을 약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아졌다는 것은 미래의 투자 자금 수요가 크게 줄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장단기 금리역전을 경기침체의 징조로 여기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도 장단기 금리차가 빠르게 좁혀지면서 R의 공포에 일조하고 있다. 이날 채권시장에서는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1.888%)와 3년물 금리(1.770%) 차이가 0.118%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8월13일 이후 약 10년7개월 만에 최소다.

앞서 지난해 미국 국채 금리 2년물과 10년물의 차이가 0.1%포인트로 좁혀지면서 한 차례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기도 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경기 침체 확률을 계산할 때 활용되는 장단기 스프레드가 3년물과 10년물이라는 점에서 이번 현상의 파급력이 더 크다. 실제로 금리인상 마무리 국면에서 3년과 10년 스프레드가 역전됐던 2007년 7월, 2006년 5월 모두 시차를 두고 경기둔화가 뚜렷해졌었다.

NH투자증권 강승원 연구원은 “장단기 스프레드 축소가 경기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사실에는 분명하게 동의한다”며 “특히 ‘이번에는 다르다’라는 접근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 “경기침체 우려 커졌으나, 당장은 아냐”

전문가들은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경기 둔화를 알리는 부정적 신호임은 분명하지만, 곧바로 경기침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물가상승 압력, 신용리스크, 제조업 버블 혹은 과열 리스크, 주택시장 경착륙 리스크 등 4가지 요인이 낮다며 경기침체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으로 경기 둔화 우려감이 증폭될 수 밖에 없지만 당장 경기침체를 우려할 국면은 아니다”며 “더욱이 미 연준이 서둘러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로 전환한 것 역시 경기침체 리스크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한금융투자 곽현수 연구원은 “과거 금리차 역전 이후 금융시장은 1년 동안 버티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확인할 점은 이번 역전이 추세로 이어질지 여부”라고 말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둘러싼 내부적 잡음(뮬러 특검 보고서)와 외부적 잡음(미중 무역 협상)만 완화된다면 해결될 문제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NH투자증권 안기태 연구원도 “장단기 금리차 역전이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유의미한 지표인 것은 사실이지만 수급변수가 작용할 때는 예측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양적완화 시행 이후 장단기 금리에 미치는 수급변수의 영향이 커졌다”고 했다. 이어 그는 “현재 속도라면 미국경제가 침체에 직면하는 시점은 2021년 1분기로 추측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장단기 금리 역전으로 인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의 저가매수세가 유입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NH투자증권 황병진 연구원은 “장단기 금리 역전으로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에서 안전자산 비중을 확대하려는 신호가 될 것”이라며 “최근 온스당 1300달러 근처에서 단기 바닥을 확인한 금 가격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투자자들이 금에 대한 저가 매수세를 유입해 나갈 것”이라 예상했다.

이정윤 기자 jyoo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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