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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궁금한 삶, 호기심에서 출발한 뮤지컬 ‘호프’…과거 재현 아닌 에바 호프의 기억 “케이는 모두의 욕망”

카프카의 비공개 원고를 둘러싼 실제사건을 모티프로 한 뮤지컬 'HOPE: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오루피나 연출, 강남 작가, 김효은 작곡가, 김선영·차지연, 고훈정·조형균·장지후, 이예은·차엘리야·이윤하, 이하나·유리아, 송용진·김순택, 양지원·이승헌 등 출연

입력 2019-04-0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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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PE]김선영_고훈정_01(자료제공_알앤디웍스)
뮤지컬 ‘HOPE: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사진제공=알앤디웍스)

 

“이 작품은 과거의 재현이 아닌 호프의 기억입니다. 현재 재판장에 있는 사람들의 행동과 말은 과거로 통하죠. 그래서 무대 위 호프와 케이가 퇴장하지 않고 바라보도록 했어요. 두 사람의 시선을 놓지 않으려고 했죠.”

2일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열린 뮤지컬 ‘HOPE: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이하 호프, 5월 26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프레스콜에서 오루피나 연출은 이렇게 설명했다.
 

[HOPE]차지연_이예은(자료제공_알앤디웍스)
뮤지컬 ‘HOPE: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사진제공=알앤디웍스)

 

뮤지컬 ‘호프’는 현대문학의 거장 카프카의 미공개 원고를 두고 30여년간 재판을 벌여온 모녀 이야기를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천재소설가 요제프 클라인의 원고 케이(K, 고훈정·장지후·조형균 이하 가나다 순)를 지키기 위해 30여년 동안 재판을 벌여온 78세 노파 에바 그린(김선영·차지연)의 이야기다.

 

 

프레스콜에서는 ‘에바 호프’ ‘이 동네 미친년 호프’ ‘요제프 K’(이상 차지연·조형균·이하나·이윤하·김순택·이승헌), ‘빛나잖아’(차지연·고훈정·이하나·이예은·송용진), ‘노동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빛나잖아 에바호프’ ‘길 위의 나그네’(이상 김선영·고훈정·유리아·이예은·차엘리야·송용진·양지원),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차지연·장지후·유리아·차엘리야·송용진·양지원), ‘호프’(김선영·장지후·유리아·송용진·양지원)를 시연했다.

오루피나 연출은 호프와 케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배우들이 1인 다역을 하는 이유에 대해 “현재 재판장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과거의 사람 사이의 연결고리”라고 설명했다.

“현재의 재판장에서 원고를 빼앗으려는 변호사(양지원·이승헌)는 호프에게서 원고를 빼앗아 팔아넘긴 카델 배우가 연기하는 식입니다. 엄마에게 어떤 설명도 없이 원고를 넘긴 무책임한 아저씨 베르트(김순택·송용진)는 현재 재판장에서 이 사람 저 사람 얘기를 듣는 귀 얇은 판사예요. 호프가 현재 사람들에게서 떠올리는 과거 사람들의 이야기죠.”

뮤지컬 ‘킹아더’ ‘마마돈크라이’ ‘록키호러쇼’ 등을 작업해온 오루피나 연출은 “지금까지는 쇼적이고 미사여구가 필요한 작품들을 연출해왔다”며 “하지만 이 작품은 특수효과나 미사여구보다는 진실한 감정으로 다가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HOPE]조형균(자료제공_알앤디웍스)
뮤지컬 ‘HOPE: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사진제공=알앤디웍스)

 

이 작품으로 뮤지컬 데뷔하는 강남 작가와 김효은 작곡가는 ‘호프’의 출발점을 ‘호기심’이라고 밝혔다. 강남 작가는 “2011년 당시 기사를 접했다. 까마귀 같은 행색에 고양이털이 잔뜩 묻은 코트를 입고 ‘내가 원고다’라고 소리 지르는 그 분을 보면서 코트 안에 숨긴 저 사람의 인생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졌다”고 털어놓았다.

김효은 작곡가 역시 “작가님으로부터 평생 종잇조각을 지키며 살아온 모녀 이야기를 듣고 무엇이 그들을 종잇조각만 지키며 살게 했을까 호기심이 들었다”고 말을 보탰다.

호프 역의 김선영은 역시 “대본과 음악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전화로 역할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며 “까마귀 같은 외모, 넝마 같은 코트를 입은, 30년 동안 나라와 재판을 이어오는 78세 노파의 삶 자체가 궁금했다”고 전했다.


◇케이는 모두의 욕망, 모두에게 육성으로 위안을!

[HOPE]차지연_이하나_송용진(자료제공_알앤디웍스)
뮤지컬 ‘HOPE: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사진제공=알앤디웍스)

“호프를 육성으로 응원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케이라는 인물이 필요했어요.”

 

원고를 의인화한 이유에 대해 강남 작가는 이렇게 밝혔다.

“원고는 모든 사람들의 욕망이에요. 베르트에겐 친구 요제프의 재능, 마리에겐 베르트와 함께 한 과거 그리고 호프에겐 내가 아닌 것이죠. 늙은 노파인 호프는 여자가 아닌 젊은 남자를 욕망한 것 같아요.”

케이 역의 고훈정은 “연습 내내 여러 갈래로 고민했고 이후로도 계속 고민하게 될 것 같다”며 “과연 케이는 호프의 생각에서 파생한 존재인지 주체성을 가진 캐릭터인지를 가장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저는 주체성을 가지고 호프가 케이에게서 진정으로 벗어나 한발짝 나아가기를 염원하는 인물로 생각하고 연기 중”이라고 덧붙였다.

차지연은 뮤지컬 ‘호프’의 장점에 대해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고 있는 저에게도 힘이 되고 위로는 받는다. 남녀, 연령대 상관없이 공감하고 바라보고 같이 얘기를 나누며 느끼는 것이 좋은 기억으로 남을 듯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김선영은 “이 작품을 하면서 공연이란 무엇인가, 내가 하고 있는 이 공연이 해야 할 일은 뭘까를 생각하게 된다”며 “대단히 화려하게 보여주거나 설명하진 않지만 관객들의 오감을 열어 충분히 채워드리는 게 공연의 의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소박하지만 아름답고 따뜻한 ‘호프’가 주는 용기와 위로를 저희와 함께 누리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무대 위에서 많이 울지만 행복해요. 요즘은 ‘착한’ ‘좋은’이라는 말이 가장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어요. ‘호프’가 주는 좋은 기운을 많이 느끼고 가시길 바랍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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