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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사상 첫 마이너스… 정유업계 추가 손실 공포

입력 2020-04-21 16:08 | 신문게재 2020-04-2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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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처음으로 마이너스권으로 추락하면서 정유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1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14일 이후 배럴당 20달러 이하에서 가격을 형성하던 WTI는 21일 선물 만기일이 다가오자 투자자들이 실물 인수를 꺼려하면서 매도 포지션이 급증했고, 결국 전일 종가 대비 55.90달러 폭락해 사상 첫 마이너스 가격에서 거래를 마감하게 됐다.

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것은 원유 생산업체가 돈을 얹어주고 원유를 팔아야 하는 것으로 수요가 아예 실종했다는 의미다. 이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유가가 급락을 지속하며 재고가 넘쳐나고 원유저장 시설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장 투자자들이 일제히 5월물을 팔아치우고 6월물을 사들이면서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왜곡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21일부터 본격적으로 거래되는 6월물 WTI는 20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영국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중인 브렌트유도 전일 대비 2.51달러 하락한 25.57달러로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마이너스 하락이 실물인수도 방식으로 이뤄지는 WTI 선물 결제방식에 따라 일어난 이례적인 상황으로 해석하고 있으나, 현재와 같은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되는 한 이번과 같은 현상이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실제로 석유정보업체 젠스케이프에 따르면 WTI 선물의 실물 인도지점인 미국 오클라호마 주 쿠싱지역의 재고 충유율은 지난 주 금요일 80%에 이르렀으며, 향후 몇 주 내로 100%에 이를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또 로이터통신은 전 세계 해상 저장 규모 역시 2주 전보다 두 배 증가한 1억6000만 배럴으로 지난 2009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향후 몇 주 후에는 2억~4억 배럴까지 이를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미 1분기 조 단위의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한 국내 정유사들도 추가적인 충격이 불가피하다. 정제공장 정기보수를 앞당기는 등 설비 가동률을 낮추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당장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재고평가손실을 감수해야 할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정유사들의 재고 관리를 돕기 위해 민간 정유사들에 한국석유공사의 저장탱크 임대를 추진 중이며, 유동성 위기를 감안해 석유수입부과금 징수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했다.

반면 석유 부산물을 원재료로 삼아 제품을 생산하는 석유화학업계에 대해서는 최근 지속되는 유가 급락으로 당장의 원가 절감과 함께 추후 수요 회복 시점에서의 제품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올라가며 시황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슈퍼 콘탱고’ 상황은 코로나19 이후 경제활동 재개와 그에 따른 유가 반등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상당히 높다는 의미”라며 “하반기 수요 급반전 가능성에 따라 이를 대비한 업체들의 재고 비축 활동이 활발해질 수 있으며 명목수요 개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혜인 기자 hy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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