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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칼럼] 소아 뇌전증, 충분히 관리 가능한 질환이다

입력 2020-12-1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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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규
이동규 수원 윌스기념병원 뇌신경센터 원장

그림 ‘별이 빛나는 밤(1889년)’으로 유명한 화가 고흐는 뇌전증을 앓았다고 한다. 뇌전증 증세가 나타나면서 고흐의 그림들은 보다 역동적이고 격정적으로 변했다. 고흐 외에도 화약왕인 알프레드 노벨, 나폴레옹, 도스토예프스키, 프랭클린 루즈벨트 전 미국 대통령 등 세계적인 위인들도 뇌전증 환자였다.

한국 전체 인구의 약 1%에서 뇌전증이 발생한다. 과거 간질이라고 불렀던 뇌전증은 사회적 시선이 싫어서 숨기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뇌전증은 잘 치료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완치가 가능한 질병이다. 특히 소아의 경우 발견 즉시 치료해 뇌 발달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뇌세포들은 전기적인 신호를 주고 받으며 신체 기능을 관장한다. 가끔 비정상적인 전기적 신호를 보내기도 하는데, 이 때 경기나 발작, 본인도 모르는 움직임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증상들이 뚜렷한 유발원인 없이 반복되는 것을 뇌전증이라고 한다.

그 유형으로는 팔다리가 꼬이고 눈이 돌아가는 ‘전신강직간대성 발작’, 신체 일부분이 움찔하는 ‘근간대성 발작’, 갑자기 근육 힘이 빠져 고개나 팔이 떨어지는 ‘무긴장성 발작’, 이유 없이 팔·다리가 저절로 움직여지는 ‘단순국소 발작’ 등이 있다.

성인의 경우 뇌종양이나 뇌졸중, 외상 등 2차적인 원인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소아는 대부분 선천적이다. 뇌 형성 단계에서 이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어린이들은 뇌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뇌전증 발작으로 뇌 손상이 일어나 뇌 발달이 지장을 받을 수 있다. 또 뇌전증 발작으로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어 어릴 때 최대한 빨리 뇌전증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약물치료는 발작의 재발 가능성을 낮추고, 발작으로 인한 신체손상이나 교통사고 등 위험요소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소아 뇌전증의 70%는 약물치료만으로 호전되므로, 약을 빠지지 않고 잘 먹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약이 독하다’는 거부감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임산부가 먹어도 될 만큼 안전한 약도 있기 때문에 약물치료로 인한 득과 실을 주치의와 면밀히 상의하는 게 좋다. 2년 이상 발작이 없는 상태가 유지된다면 약의 중단을 고려할 수 있다. 나머지 30%에 해당하는 난치성 뇌전증의 경우 수술이나 식이요법 등을 사용한다.

뇌전증 환아는 자전거 타기, 등산 등 높은 곳에 오르기, 기계를 이용한 작업 등을 피한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작은 추락, 낙상, 외상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학교생활을 힘들어 한다면 교사와 아동교육 심리학자와 상담하는 게 좋다. 학교생활에 제한을 두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동규 수원 윌스기념병원 뇌신경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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