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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스케이프] 정동극장 김희철 대표이사② 큰 숙제이자 정동극장의 미래 “예술단, 청춘만발 그리고 소춘대유희”

입력 2021-02-2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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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극장 김희철 대표
정동극장 김희철 대표이사(사진=이철준 기자)

 

“정체성 변화, 운영하는 프로그램의 다양화 등에 나선 지금 정동극장의 큰 숙제 중 하나가 예술단이에요.”

정동극장 김희철 대표이사는 ‘정동극장 예술단’에 대해 “큰 숙제”라고 표현했다. 2019년 8월 부임부터 ‘사람’을 중심으로 외국인들만이 아닌 국민들 모두가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 자체제작 및 2차 제작극장으로의 ‘정체성’ 전환을 꾀하는 중인 정동극장은 전통을 기반으로 한 상설공연을 10년 넘게 책임져온 예술단을 운영하고 있다.

그 존재 자체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는가 하면 마땅한 이름조차 없었던 그들은 지난해에야 창단식을 계획하고 ‘예술단’으로서 첫 발을 내딛을 채비 중이었다. 사내 공모를 거쳐 ‘이름’도 얻었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장기화로 2020년 5월 예정이던 창단식은 미루고 미뤄 올 3월에야 진행될 예정이다.
 

정동극장 김희철 대표
정동극장 김희철 대표이사(사진=이철준 기자)

“정체성 변화는 오래 해온 상설공연을 벗어난다는 의미예요. 예술단과 단원들의 역할을 굉장히 크게 변화시켜야 하죠. 지난해에야 예술단의 신분을 정규단원으로 정리하면서 이들의 역할과 앞으로 가야할 방향, 동기 유발을 위한 제반 규정 및 직제 등을 새롭게 만들기 시작했고 현재도 고민하며 변화를 꾀하고 있어요.”



◇3월 지각 창단식 ‘정동극장 예술단’

 

“10년 이상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상설공연을 한다는 건 배우나 창작자, 연주자들에게 안정적이기도 하지만 루틴이 돼버리기도 하죠. 저희 예술단 역시 다양한 욕구 충족과 새로운 시도에 목말라 있었더라고요.”

이렇게 전한 김 대표는 “예술단의 변화는 단원들 뿐 아니라 정동극장 구성원들까지도 지금까지와는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라며 “처음 적응할 때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변화 2년차를 맞으니 상당부분 적응해 다들 잘 하고 있다”고 말을 보탰다.

“지금까지는 예술단도 직원들과 똑같은 운영 규정을 따랐어요. 하지만 이제 정동극장 예술단은 국립극장 정동극장에 속한 국립예술단체예요. 그에 맞는 운영 규정을 작년에야 만들었죠. 이 부분을 정리하는 데 혼동을 겪으며 시간도 오래 걸렸지만 우리 직원들도, 예술단도 ‘차별’이 아닌 ‘차이’를 상호 존중하고 인정한 끝에 공감대를 이뤄냈습니다. 오디션을 통한 수부석제도 구축, 정식 지도위원 지정을 비롯한 관리 규정을 마련하고 예술단 중장기 발전방안을 고민하며 구체화하고 있죠.”

국공립, 시립 등 공연장의 전속·상주 예술단체 등은 정년이 보장되는 시스템으로 창작자들의 안정적 예술 활동, 용이한 공연장 프로그램 수급 등 순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안주와 경쟁력 약화, 방만한 경영 등의 역기능을 지적하는 목소리 또한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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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만에 올 3월에야 창단식을 가질 정동극장 예술단’(사진제공=정동극장)

 

“배우든, 무용수든, 연주자든 무대에 오르는 사람은 최상의 자기관리, 끊임없는 자기개발이 필수예요. 하지만 누구나 안정된 포지션을 갖추게 되면 안주하게 되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도태되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그런 사람들이 안주하지 않고 경쟁력을 다질 수 있도록 하고 역할을 재배치하는 것이 중요하죠.”

이에 정동극장 예술단은 “기량, 연습 참여, 공연에 대한 기여도 등에 대한 냉정하고 공정한 평가 시스템 구축을 비롯해 스스로 끊임없이 자기개발을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교육 프로그램 마련 등에 한창”이라는 김 대표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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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극장 예술단의 첫 정기공연 ‘시나위, 夢’(사진제공=정동극장)
“늘 변화하고 성장하는 예술단에 맞는 운영시스템을 끊임없이 연결시키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저의 숙제죠. 더불어 나이가 들면서 예술단 안에서의 역할, 무대 위 롤은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그런 예술단원들에게 별도의 롤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동극장 예술단은 ‘전통’에 포커싱된 집단이니 전통을 공부하고 싶어 하는 대중들이나 외국인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해 적극 투입하는 방식이죠.”


◇정동극장의 미래가 될 ‘바운스’와 첫 정기공연 ‘시나위, 夢’

“정동극장은 지금까지 ‘장녹수’ ‘춘향’ 등 전통연희극에 현대적 감각과 생각들을 담은 작품을 주로 공연해 왔어요. 이를 수행하는 예술단원들은 무용수이자 연주자들이면서 연기력도 뛰어난 배우들이기도 하죠. 우리가 가진 특화된 정서를 살리는 것이 우리 예술단의 핵심 가치가 아닐까 생합니다.”

이어 “정동극장이 잘 할 수 있는 롤에 대해 고민 중”이라는 김희철 대표는 “전통연희극”으로 그 가닥을 잡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바운스’다. 지난해 론칭했지만 코로나19로 첫회에는 내부 쇼케이스만을 진행한 ‘바운스’는 15명으로 꾸린 소주정예 정동극장 예술단원들이 기획·연출·안무하는가 하면 다양한 이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작품을 개발·지원·정기공연화하는 프로그램이다.

“꼭 전통이 아니어도 좋아요. 전통을 응용한 크로스오버도 좋습니다. 그 어떤 제한 없이 단원들이 표현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수 있는 장(場)을 만들어 주고자 합니다. 더불어 단원들의 발전을 위한 정기적인 평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등 시스템도 구축 중이죠. 개인의 역량이 예술단의 역량이고 정동극장의 정체성이거든요.”

정동극장 김희철 대표
정동극장 김희철 대표이사(사진=이철준 기자)

 

김 대표의 표현처럼 “도전과 실험 등을 적극 장려하며 예산까지 지원하는” ‘바운스’를 통해 단원들은 그동안 목말랐던 창작욕, 실험, 새로운 도전 등의 해갈을 위해 “무용수가 음악, 작곡, 연기를 공부하는가 하면 기획, 연출 등에 나서는 등 저마다 다른 장르에 도전 중”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단원들의 작품들을 ‘바운스’를 통해 쇼케이스 형식으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2~3년 단위로 ‘바운스’를 통해 선보인 것들 중 좋은 작품을 추려 정기공연화하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렇게 예술단원들이 자신이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변화와 도전의 동기를 부여 받으며 아주 우수한 안무자 겸 댄서, 창작자로 거듭나면 좋겠어요.”

김희철 대표가 전한 정동극장의 변화 의지와 예술단 창단 이유가 첫 정기공연인 ‘시나위, 夢’(3월 23~28일 정동극장)에 담긴다. 전통 굿거리 음악이자 기악곡으로 ‘한국의 재즈’에 비유되기도 하는 시나위의 ‘즉흥 합주’(잼) 개념을 가져온 ‘시나위, 夢’은 김 대표의 설명처럼 “미래가 보이지 않는 젊은 친구들에게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고 치유와 위로를 전하는 작품”이다.  

 

정동극장 청춘만발
30세 이하의 젊은 국악인을 지원하는 정동극장의 ‘청춘만발’. 위부터 지난해 ‘올해의 아티스트’로 선정된 첼로가야금, ‘우수 아티스트’ The 세로와 리마이더스(사진제공=정동극장)
“10여년만의 창단 공연인 만큼 맘껏 표현해보는 무대예요. 지난해 초부터 준비해 5월부터 공연하려고 했지만 코로나19로 밀리고 밀려 3월에야 겨우 선보이게 됐습니다. 한해 동안의 에너지가 응축돼 폭발적으로 표현되지 않을까 싶어요.”


◇전통예술의 대중화와 해외진출을 목표로 ‘청춘만발’

“정동극장의 원래 설립 목적은 두 가지였어요. ‘문화예술창달’과 ‘전통예술의 보전과 발달’ 중 지금까지는 후자에 편중됐다면 이제는 전후자를 모두 수행하겠다는 출사표입니다.”

이어 “정동극장 변화의 바탕에는 늘 해왔던 것들 중 핵심인 전통 강화도 깔려 있다”고 덧붙인 김 대표는 올해로 5번째를 맞는‘청춘만발’에 대해 “출사표”라고 표현했다.

“전통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그를 기반으로 대중에게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고 더 나아가 세계화할 수 있는 콘텐츠를 탄생시키는 것이 ‘청춘만발’의 정체성이면 어떨까 싶어요.”

‘청춘만발’은 30세 이하 젊은 전통예술가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으로 2014년 밴드 두번째달과 소리꾼 이봉근이 ‘춘향가’를 모티프로 한 창작 프로젝트 역시 ‘청춘만발’ 전신인 ‘전통ing’에서 싹을 틔웠다.

“30세 이하 젊은 국악 창작인들, 연주자들이 설 무대가 별로 없어요. ‘청춘만발’은 젊은 국악 창작인들, 연주자들을 상대로 한 공모를 통해 선발된 기획들이 멘토 매칭을 통해 50분~1시간가량의 쇼케이스용 작품으로 제작돼 선보이고 우수한 콘텐츠들이 더 큰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하는 개념으로 설계됐죠. 정동극장이 ‘청춘만발’을 통해 그들이 설 무대를 마련하는 동시에 그들의 레퍼토리를 만들어준다는 의미도 커요.”


정동극장 김희철 대표
정동극장 김희철 대표이사(사진=이철준 기자)

◇정동극장의 새로운 시작! 5G로 구현될 ‘소춘대유희’

“올 하반기 정동극장 예술단의 두 번째 정기공연으로 ‘소춘대유희’(笑春臺遊戱)를 무대에 올릴 계획입니다. 정동극장으로서는 매우 의미가 큰 작품이죠.”

김 대표는 ‘소춘대유희’에 대해 “정동극장은 한국 최초의 서양식 사설극장인 원각사를 복원하는 개념으로 지어졌다”며 “그 원각사의 전신인 한국 최초의 국립극장 협률사가 선보인 첫 유료공연인 ‘소춘대유희’를 모티프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춘대유희’는 5G 기술을 접목해 실감형 콘텐츠로 만들려고 합니다. 현재 실무자들이 IT기술자들, 영화감독 등을 만나면서 가능성을 가늠 중이죠. 실감형 기법을 본격적으로 공연장에 도입한 사례가 별로 없어서 맨땅에 헤딩하듯 고민하고 공부하며 하나씩 그림을 그려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반기에 선보일 예술단의 두 번째 정기공연 ‘소춘대유희’는 김 대표의 전언대로 “꾸준히 발전을 거듭해 재건축이 마무리되는 2024년 정동극장 재재관 작품으로 무대에 오르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만드는 작품”이다.

“그렇게 강한 의지를 담은 ‘소춘대유희’로 변화하는 정동극장의 정체성과 의미를 완성시키면 좋겠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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