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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영화 '기적'의 배우 이수경의 '길'

[人더컬처] 지난 15일 개봉한 영화 '기적'의 반전 치트키 이수경
또래 배우들과 다른 독보적 아우라 뽐내

입력 2021-09-27 18:30 | 신문게재 2021-09-2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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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4
(사진제공=길스토리이엔티)

 

“엄마가 ‘진작 이런 영화하지 그랬냐’고 하시던데요.”

바야흐로 배우 이수경의 시대다. 지난 15일 개봉한 영화 ‘기적’에서 이수경은 반전 코드이자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시는 캐릭터로 온 몸을 불사른다.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서 청와대에 54번째 편지를 보낸 준경(박정민)은 누나 보경(이수경)과  오늘도 왕복 4시간을 걸어서 학교에 간다. 고 3이지만 대학진학보다 아빠 태윤(이성민)과 남동생을 챙기는 게 더 좋은 여고생의 똑단발 모습의 이수경은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을 자아낸다. 엄한 아버지와 고집센 남동생 사이를 조율하며 점차 세상으로 나가려는 동생의 뒤를 누구보다 든든하게 받쳐주는 캐릭터다.

극 중 보경에 대해 이수경은 “누구나 한번쯤은 꿈 꿔봤을 누나인 것 같다. 저희 고모들만 봐도 아빠 공부를 위해 희생하셨는데 그때 그 시절의 누나들 모습을 떠올리며 연기하려고 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애초 보경은 이수경에게 전달조차 되지 않은 시나리오였다는 것이다. 신인들이 대거 몰린 캐스팅 보드에서 이수경이 선택(?)된 이유는 현장에서 그와 호흡을 맞춘 영화 스태프의 추천이었다. 대부분 반전의 키를 쥐고 있는 캐릭터의 경우 한번쯤 호흡을 맞춘 감독들의 추천이 대부분인 영화계에서 스태프의 추천은 드문 일이었다. 더구나 ‘기적’의 이장훈 감독은 이수경이 전작 ‘침묵’에서 보여준 재벌집 딸 이미지에 미팅조차 주저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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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맡은 보경에 대해 “자신과 다른 캐릭터라 끌렸다”고 말한 그는 “사랑하는 것보다 더 애잔한 캐릭터”라고 당시를 추억했다.(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저를 안 보려고 하셨다고 들었어요.(웃음) 제가 태어나기도 전의 시대였지만 본능적으로 끌렸습니다. 캐스팅 확정 소식을 듣고는 그 어떤 영화보다 기뻐했어요. 보경 역할을 위해 체중 5kg을 뺐어요. 당시 드라마 ‘로스쿨’과 촬영이 겹쳤어요. 거기서는 사투리가, 여기서는 빠른 말투가 나올까봐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생생해요.”

그는 “그때는 조금 볼 살이 올라와 있었다”라며 “일단 얼굴이 갸름해야 보경 역할과 잘 어울릴 것 같아서 2~3kg 정도 뺐다. 낮에는 서울에서 ‘로스쿨’을 찍고 밤에는 경상북도 영주까지 내려가 ‘기적’을 찍었다” 살인적인 스케줄을 고백하기도. 소속사에서 걱정했음에도 병행한 이유는 간단하다. 이수경은 “실제 내 모습과 다른 역할이라 둘 다 포기하기 싫었다”고 속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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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적’의 반전을 책임지고 있는 배우 이수경.(사진제공=길스토리이엔티)

 

영화 ‘기적’은 대한민국 최초의 민자역사인 봉화 양원 역을 모티프로 한다. 당시 역이 없어 시내를 나가기 위해서는 철길을 걸어야 했다. 그렇게 철길을 걷다 열차에 부딪혀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종종 발생했던 실화에서 출발한 영화가 ‘기적’이다. 현재도 무궁화호가 하루 왕복 2회, 백두대간협곡열차가 하루 왕복 2회 정차하고 있지만 시초는 주민들이 백방으로 노력해 직접 대합실과 승강장을 모아 지었다고 알려진다.

“준비하지 않으면 잘 울지 못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런데 정말 어린 동생으로 나오는 강훈이를 껴안았을 때 절로 눈물이 나더라고요. 박정민 선배님은 제 개인적인 ‘연기대장’에서 최민식 선배님을 제치고 1위에 오를 정도로 감동했고요. ‘기적’은 제 연기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자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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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길스토리이엔티)

 

실제 4남매인 이수경은 나이차이 많이 나는 언니와 오빠를 뒀다. 띠동갑이 넘는 자식들 중 막내딸이었던 이수경으로 연기로 이끈 건 아버지였다. 그는 “몇 달 동안 대사 한마디를 못해 서 있을 정도로 연기학원 가기를 싫어했다”면서 “어느 순간 터지기 시작하더니 카메라 앞에서 서는 게 두렵지 않더라”고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이후 영화 ‘차이나 타운’  ‘용순’ ‘기묘한 가족’ 등을 통해 또래 배우에게는 볼 수 없는 아우라를 뽐내왔다. 아버지의 선구안이 대단하다고 하자 “무척 자랑스러워하신다. ‘기적’의 보경이처럼 살가운 딸이 아니어서 죄송할 따름”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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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은 김남길에 대해 “평생 소속사 대표 해주셨으면 한다”며 남다른 존경심을 표했다.(사진제공=길스토리이엔티)

 

그는 극중 동생이었지만 나이로는 오빠였던 박정민에 대한 감사함을 인터뷰 내내 드러냈다. 이수경은 “이런 느낌이 최민식 선배 이후로 처음이었다. 감정을 교류하는 그 느낌이 너무 좋았고 자극을 많이 받았다. 저는 연기 대장 순위 200위쯤 되지 않을까 싶다”라며 웃었다. 이어 “촬영 후에도 의지를 많이 하고 있다. 최근까지 작은 고민이 생겨도 오빠한테 ‘어떻게 하면 좋겠냐’며 톡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영화계에서 인복 많기로는 제가 1등이에요. 여태껏 만난 선배님들이 쉽게 호흡 알 수 없는 분들이니까요. 예전에 어떻게 롤모델로 김혜수 선배님을 감히 꼽았는지 이불킥을 할 정도죠. 솔직히 김남길 대표님이 세운 길스토리이엔티로 소속사를 옮길 때만 해도 이렇게 잘 해줄지 몰랐어요 굉장히 바쁜 와중에 저 때문에 ‘전참시’에 출연까지 해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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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길스토리이엔티)

 

실제로 지난 25일 방송된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는 김남길이 이수경의 일일 매니저로 활약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김남길은 인터뷰 장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직접 차를 운전했고 이수경의 인터뷰를 곁에서 지켜봤다. 김남길은 ‘인생 영화가 있냐’라는 질문이 나오자 자신이 주연한 영화 ‘무뢰한’을 내심 기대했지만 이수경은 자주 챙겨보는 영국 드라마를 추천하는 등의 ‘남매 호흡’을 과시했다.

“제 목표는 계속 보고 싶은, 질리지 않는 배우가 되는 거예요. 로맨틱 코미디가 잘 어울릴 것 같다고요? 사실 요즘엔 사극을 하고 싶어요. 다만 확실한 건 어떤 캐릭터를 하든 능동적인 역할에 끌릴 거란 사실이죠.”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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