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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군화발과 총, 고문 그리고 비자금… 그는 병사했다!

[별별 Tallk]

입력 2021-11-25 18:00 | 신문게재 2021-11-2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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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 사망
(연합)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아픔을 주도해 온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월 23일 숨졌다. 그는 이날 오전 8시40분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향년 90세 일기로 사망했다. 마지막까지 민주주의를 군화발로 짓밟은 장본인으로서의 ‘죄값’은 치루지 않았다.

박정희의 군사독재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그에게 자비란 없었다. 12.12 군사 반란을 일으켜 집권하고 5.18민주화운동을 유혈진압하는 등 수많은 민간인이 무고한 죽음을 맞았지만 그는 죽을 때까지 광주항쟁을 능멸했고 법정에서도 당당했다. 심지어는 자서전까지 출간하며 공개적으로 학살을 부인했다. 죽는 순간까지 어떤 성찰도 보여주지 않은 셈이다.

5공화국 정치인과 군 출신 인사들은 당시 3저(저달러·저유가·저금리) 현상을 발판삼아 이룬 경제호황과 물가안정을 공적으로 꼽고 있지만 정경유착이 만연하고 천문학적인 금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 권력장악을 위한 언론 통제를 위한 언론통폐합을 주도해 재갈을 물리기도 했다. 대머리나 주걱턱을 개그 소재로 삼는 것을 금지시키는가 하면 ‘우민(愚民) 정책’으로 불리는 스크린(Screen), 스포츠(Sport),  섹스(Sex) 또는 스피드(Speed) 정책을 펼쳤다. 당시 도입된 프로야구를 비롯한 스포츠와 영화산업이 급성장하며 ‘3S(스포츠·섹스·스크린)정권’이란 꼬리표가 붙기도 했다.

그 중 5.18민주화운동은 영화적으로 가장 많이 다뤄졌다. 영화 ‘꽃잎’은 당시의 경험으로 가족과 정신의 붕괴를 경험한 소녀의 삶을 통해 국가의 폭력 아래 겪어야 했던 개인의 비극들을 아우른다. 이창동 감독의 두 번째 영화인 ‘박하사탕’은 광주 진압 작전에 투입된 주인공이 오발사고로 민간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뒤 겪는 트라우마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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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휴가’와 ‘택시운전사’는 평범한 시민인 택시 기사의 눈에 비친 5.18민주화운동의 참상을 담는데 각각 685만명, 1218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강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안 ‘26년’은 아예 대놓고 그를 암살하기로 결심한 희생자 유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변호인’은 전두환 정권 초기 부산지역에서 실제로 벌어진 ‘부림사건’을 모티프로 재구성했다. 정권이 저물어가던 시기를 배경으로 한 ‘1987’은 ‘6월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시작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신념을 건 선택을 했던 평범한 사람들을 그렸다. 

서슬 퍼런 군사정권의 그늘은 활동 배우들에게까지 드리웠다. 1967년 TBC 4기 탤런트로 데뷔해 왕성한 연기활동을 펼치며 1974년 TBC 연말 우수 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고(故) 박용식은 단순히 대통령을 닮았다는 이유로 활동을 금지당했다. 이후 전두환의 요청으로 만남을 가져 사과를 했다는 뉴스가 전해지기도 했지만 고인은 생활고를 겪어야만 했다. 10년간 연기가 아닌 방앗간을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나갔다는 후문이다.

지병으로 사망한 전두환의 어록은 세월이 흘러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1995년 내란 혐의 재판 과정에서는 “억울하다. 왜 나만 갖고 그래”라고 항변해 국민들의 비판을 받았다. 1997년 법원이 뇌물수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2205억원의 추징금 납부를 명령하자 “예금자산이 29만원밖에 없다”고 답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 발언들은 이후 여러 정치풍자 코미디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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