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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클래식 레볼루션 2021’ 크리스토프 포펜 예술감독 “브람스와 피아졸라로 충만한 에너지를!”

입력 2021-08-15 18:00 | 신문게재 2021-08-1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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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프 포펜 예술감독
롯데콘서트홀 ‘클래식 레볼루션 2021’의 크리스토프 포펜 예술감독(사진제공=롯데문화재단)

 

“이 시대를 살아가는 건 쉽지 않아요. 굳이 음악에만 국한된 게 아니죠. 지금 우리는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어요. 화재 참사, 물에 대한 걱정, 기후 변화, 코로나 상황 등 모두가 살아가기 힘들죠. 모차르트나 피아졸라는 사실 삶의 어려움이나 힘든 지점에는 큰 관심이 없었어요. 하지만 브람스는 삶의 어두운 지점, 죽음 등에 고뇌했던 작곡가였죠.”

크리스토프 포펜(Christoph Poppen) 예술감독은 롯데콘서트홀의 ‘클래식 레볼루션 2021’(22일까지 롯데콘서트홀)의 테마 음악가 중 하나인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시대와 걸맞는 작곡가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브람스의 음악 안에는 절망과 죽음 뿐 아니라 자연, 예술, 영적인 삶, 종교적 아름다움 등을 담고 있고 우리에게도 그 지향점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죠. 그런 점에서 우리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데 중요한 작곡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가격리 면제대상으로 11일 입국해 PCR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고 12일 기자들과 만난 포펜 감독은 “올해의 페스티벌은 두명의 다른 작곡가를 테마로 한다”며 “19세기 낭만주의 대표 작곡가 브람스 그리고 탄생 100주년을 맞은 아스트로 피아졸라(Astor Piazzolla)”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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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콘서트홀 ‘클래식 레볼루션 2021’ 포스터(사진제공=롯데문화재단)
“피아졸라의 음악은 전반적으로 어둡고 멜랑콜리한 정서를 가지고 있지만 엔터테이닝하고 가볍게 즐길 수 있어요. 반면 브람스는 피아졸라와 대조를 이루는 음악가죠.”


◇코로나19 시대를 대변하는 브람스

“브람스는 가장 위대한 낭만주의 시대 작곡가로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 시대와 맞물려 있죠. ‘교향곡은 조크가 아니다’라고 할 정도로 브람스는 진지한 사람이었어요. 그의 교향곡 역시 진지하고 심오하지만 희망이 담겨 있죠. 이 같은 음악적 토대는 정신적·영적으로 희망과 연결돼요. 그 안에 깊이 공존하는 다양한 층위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둡고 힘들지만 기쁨과 희망, 즐거움이 공존하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대변하기에 브람스보다 더 적합한 작곡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클래식 레볼루션’에서는 2번을 제외한 교향곡 1번(서울시향), 3번(코리안심포니), 4번(인천시향)과 피아노 협주곡 1번(선우예권), 2번(이진상), 바이올린 협주곡(김동현), 브람스 현악 4중주 1~3번·피아노 5중주·현악 6중주·클라리넷 5중주(노부스 콰르텟+이한나, 박유신, 선우예권, 김한),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김수연, 이진상) 등 브람스 작품들이 연주된다.

포펜 감독은 “원래 4개의 교향곡 모두를 합주할 예정이었지만 ‘교향곡 2번’과 ‘이중 협주곡’(김수연·문태국)을 협연하기로 한 부산시향 공연이 막바지에 취소됐다.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할 수 없어 ‘교향곡 2번’을 소개할 수 없게 됐다”며 “이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15일은 프람스 체임버 뮤직 데이로 현악 4중주 1~3번·피아노 5중주·현악 6중주·클라리넷 5중주가 차례로 연주되죠. 이렇게 프로그래밍한 이유는 상당히 상반되는 모습을 보이는 초기부터 후기까지 어떻게 변화하고 연결되고 발전됐는지를 보여주고 싶어서예요. 초기가 즐겁고 가볍다면 후기는 심각하고 진지한 모습에 희망을 내포하고 있죠. 그런 의미에서 말년의 ‘클라리넷 5중주’는 뜻 깊은 연주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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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와서울시립교향악단 그리고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브람스 ‘교향곡 1번’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선사했다.(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특히 지휘자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17일 직접 연주하는 ‘교향곡 4번’에 대해 “브람스 교향곡 모두를 지휘해봤지만 4번을 가장 좋아해서 보다 특별하고 기쁜 무대”라며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고 가장 원숙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완벽한 균형과 상징을 지니고 있다. 그 안에 내재된 힘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되는 작품으로 후기 브람스 작품에 보이는 멜랑콜리와 에너지가 상승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1악장은 e단조, 2악장은 E장조로 감미롭고 매우 밝고 3악장은 댄서블하면서도 멜랑콜리한, 다양한 층위들이 담긴 매우 행복한 음악이죠. 4악장은 기적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파스칼리아(17세기 초엽 에스파냐에서 발생한 무곡), 바흐 ‘샤콘느’의 작곡 성향을 느낄 수 있죠. 단순한 8마디를 베이스로 변형시켜 음악적으로 쌓아가는 게 놀라워요. 중세시대 혹은 오래된 코랄 음악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음악적 특색을 담고 있죠. 중간에 느려지다가 플루트 솔로 연주가 등장하는데 철학자가 지구를 벗어나 떠다니면서 사색하는 듯 하다가 다시 돌아와 현을 중심으로 강렬하게 에너지를 전달하죠.”

이 무대에서 포펜 감독은 교수로 재직 중인 뮌헨 음악대학교 제자인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과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기도 한다. “김동현과 함께 선보이는 특별한 무대”라 표현한 포펜 감독은 “바이올리니스트 출신의 지휘자로 가장 많이 연주했고 애착이 가는 곡”이라며 김동현에 대해 “특별하며 강렬한 힘을 가진 연주자다. 한국을 대표하는 연주자, 아티스트로 성장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탄생 100주년 피아졸라와 모차르트·생상스

클래식 레볼루션
롯데콘서트홀 ‘클래식 레볼루션 2021’에서 협연하는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리니스트 윤소영(사진제공=롯데문화재단)

 

“이번 ‘클래식 레볼루션 2021’의 전반부는 브람스, 중후반부는 피아졸라로 구성했습니다. 중후반에는 피아졸라 뿐 아니라 그에게 영향을 미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카미유 생상스(Camille Saint Saens), 호아킨 로드리고(Joaquin Rodrigo), 알베르토 히나스테라(Alberto Evaristo Ginastera) 등의 작품도 프로그램에 포함시켰죠.”


이렇게 전한 포펜 감독은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빠졌지만 피아졸라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와 당대 여성음악가 나디아 불랑제(Nadia Boulanger) 등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피아졸라의 ‘망각’은 피아졸라의 명함과도 같은 곡인데 다양한 앙상블의 특색을 살린 4가지 버전으로 연주될 예정이죠. 피아졸라의 핵심적인 요소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겁니다.”

그의 말처럼 ‘클래식 레볼루션 2021’에서는 지휘자 금난새가 이끄는 성남시향, 기타리스트 박규희,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와 노부스 콰르텟, 코리안쳄버오케스트라, 서울시립교향닥단이 저마다의 특색을 담아 선사하는 ‘망각’을 만날 수 있다. 

 

이후 지휘자 금난새가 이끄는 성남시향이 기타리스트 박규희,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와 함께 ‘리베르 탱고’ ‘아디오스 노니노’ 그리고 오르가니스트 박준호와 생상스의 ‘오르간 교향곡’ 중 ‘피날레’ 등을 연주한다. 

 

크리스토프 포펜
롯데콘서트홀 ‘클래식 레볼루션 2021’의 크리스토프 포펜 예술감독(사진제공=롯데문화재단)
더불어 노부스 콰르텟은 ‘망각’을 비롯해 ‘탱고를 위한 넷’, 모차르트의 ‘현악 4주중’ 15번·21번을, 김민이 지휘하는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가 바이올리니스트 윤소영과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를, 오스모 벤스케가 지휘하는 서울시향이 오보이스트 함경과 피아졸라의 부에노스 아이레스 탱고 스타일의 3악장·모차르트 ‘오보에 협주곡’ 등을 선사한다.


◇가장 큰 안타까움 코로나19…‘클래식 레볼루션’으로 충만한 행복과 에너지를!

“지난해에 비해 가장 개선·보완하고 싶은 건 지금의 코로나19 상황입니다. 지난해에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취소되는 공연들이 생겨나는 상황에서도 최고의 역량을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올해 역시 최고의 무대를 선사하겠습니다.”

이어 “이번 페스티벌은 관객들 스스로 선택하거나 조합할 수 없는 프로그래밍”이라며 “브람스와 피아졸라의 서클을 경험하고 그 안에서 음악적인 대조, 발전, 상승 등을 경험할 수 있게 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만약 공연 전체를 관람한다면 음악의 전반적인 이해가 깊어질 것이고 전반부만, 후반부만, 1회만 보더라도 삶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내년 테마는 펠릭스 멘델스존( Felix Mendelssohn)과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드(Erich Wolfgang Korngold)예요. 다르면서도 공통점이 많은 음악가들이죠. 하지만 일단 지금은 브람스와 피아졸라를 즐기세요. 관객들이 공연을 보고 난 후 행복감과 에너지로 충만한 상태로 집으로 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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