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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칼럼] 예방이 가능한 치매, 혈관성 치매

전체 치매의 15~20% 차지 … 뇌경색·뇌출혈 조심하면 치매도 막아

입력 2022-09-29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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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규 윌스기념병원(수원) 뇌신경센터 원장

본격적인 100세 시대를 맞는 지금, 무엇보다 ‘뇌 건강’이 중요하다. 예부터 대우주에 견줘 인간을 ‘소우주’라 했다. 이탈리아의 천체물리학자와 신경외과 의사가 공동 연구한 결과 은하계와 인간의 뇌는 크기에서만 27자릿수 차이가 나지만 구조는 매우 비슷하며 복잡한 게 닮았다고 결론지었다. 즉 인간의 뇌가 ‘소우주’라 표현해도 무방하다.

학계에 보고된 뇌 관련 질환만 해도 350개가 넘는다. 이 중 대표적으로 치명적인 게 뇌혈관질환이다. 크게 뇌경색과 뇌출혈로 분류되는 뇌졸중이다. 2020년 뇌혈관질환은 암, 심장질환, 폐렴에 이어 국내 사망원인 4위를 차지했다. 뇌졸중은 치매를 일으키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해서 주목해야 한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21년 65세 이상 노인 약 857만 명 중 치매 환자는 10%가 넘는 88만여명으로 추정된다. ‘치매’하면 떠올리는 게 ‘알츠하이머병’이다.

알츠하이머병은 뇌세포의 퇴화로 기억력을 비롯한 여러 인지기능이 점진적으로 저하되면서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만성 뇌질환이다. 전체 치매의 55~70%를 차지한다. 반면 혈관성 치매는 15~20%를 차지한다. 뇌내 혈액 공급 문제로 발생한 치매로 뇌혈관질환의 종류, 병변의 크기나 위치에 따라 다양한 증상과 경과를 보인다.

혈관성 치매의 직접적인 원인은 뇌 혈액순환의 문제다. 뇌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서 나타나는 허혈성 뇌혈관질환(뇌경색)과 뇌혈관의 파열로 인해 출혈이 발생하는 출혈성 뇌혈관질환(뇌출혈)에 의해 혈관성 치매도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뇌혈관 질환이 있다고 반드시 혈관성 치매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뇌졸중 이후 약 4분의 1에서 혈관성 치매가 생긴다고 한다. 뇌혈관질환이 반복해서 발생하는 경우에 혈관성 치매가 많이 생긴다고 연구돼 있다. 다만 주요 뇌 부위에서는 단 한차례 뇌경색 발생만으로도 치매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경우 주로 최근 기억이 없어지다가 점점 기억력 외에 다른 인지기능 저하나 망상, 의심, 환각 등의 정신행동 증상이 나타난다. 이후 말기에 이르면 사지경직, 보행장애 등 신체증상까지 겹치면서 병이 서서히 진행되는 패턴을 보인다.

그러나 혈관성 치매는 원인이 되는 질환에 따라 증상이 갑자기 악화되거나 계단식으로 진행하는 패턴을 보인다. 언어능력 저하, 판단력 저하, 일상생활 수행 능력 저하, 기억력 감퇴, 우울, 불안, 공격성, 이상행동, 수면장애 등 정신행동 이상과 편측운동마비, 편측 감각저하, 시야장애, 안면마비, 발음 이상, 보행장애 등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서서히 진행되는 알츠하이머와는 달리 혈관성 치매는 증상이 급격하게 시작되고 진행 경과도 계단식으로 악화되거나 기복을 보이는 양상을 띤다.

혈관성 치매의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뇌혈관 질환을 악화시키지 않는 것이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가 우선돼야 하며 다른 치매와 마찬가지로 인지기능 개선을 위해 약물치료와 비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치매는 장기간 진행되는 질환이다.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보다 증상이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혈관성 치매에서 긍정적인 사실은 다른 치매 원인에 비해 예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뇌혈관질환에 대한 위험인자가 잘 알려져 있고, 이 위험인자를 조절함으로써 뇌혈관질환 발생률을 줄이고 혈관성 치매 발생도 예방할 수 있다.

뇌혈관질환을 예방하려면 주기적인 건강검진과 생활습관 교정이 필요하다. 금연, 금주, 규칙적인 운동 등으로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고 활동적으로 생활하는 게 바탕이 된다.

 

이동규 윌스기념병원(수원) 뇌신경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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