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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문안通] 사람이 우선

입력 2022-11-01 14:05 | 신문게재 2022-11-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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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멈추다시피 했다. 이태원 골목길에서의 압사 참사로 콘서트나 팬미팅을 준비했던 가수들도, 배우들도, ‘핼러윈’이라는 콘셉트가 붙은 공연이나 축제, 행사들도 취소를 결정했다. 각종 TV 프로그램들이 결방과 녹화 중단을 알렸으며 빽빽하게도 라인업됐던 언론 대상 간담회, 시사회, 인터뷰, 제작발표회, 공개회 등도 연기 혹은 취소됐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3년여만에 대면으로 진행을 계획했던 지방자치단체의 축제, 행사 등이 당일 혹은 전날 취소되면서 이날만을 기다리며 만반의 준비를 마쳤던 소상공인들은 망연자실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로 한국 사회가 겪었던 집단 트라우마가 또 다시 되풀이되고 있다. 그 후로 꽤 오래도록, 사실은 빈도는 줄었지만 지금도 교복차림의 소년소녀들의 뒷모습만으로도 코끝이 찡해지게 하는 참사는 관리와 통제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인재’였고 이번 비극 역시 그렇다.

2년여의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맞는 첫 핼러윈 주간이었다. 팬데믹 이전의 그 시기 그 지역에는 늘 10만명 이상이 운집해 수백명 규모의 공권력이 동원되곤 했다. 지나치다 싶을 만큼의 관리 계획으로도 비극을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같은 참사 가운데 드러난 대한민국 위정자들의 민낯 역시 참담하다. 국민들의 생명을 구하고 재난의 콘트롤타워가 돼야할 소방청장은 공석이었고 그 어떤 체계적인 대응도 없었다. “밀어”라고 선동했다는 토끼 머리띠의 남자무리들 물색에 나서고 살겠다고 올라온 이들을 매몰차게 내쫓았다는 음식점 주인과 미성년자의 부적절한 나들이 등 개인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늘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경찰의 잘못임을 부각시키는 데만 급급하다. 

 

모든 문제를 ‘정치적 도구’로만 활용하려는 위정자들의 행보도, “왜 그 사람 많은 데를 가냐”거나 “주최 측이 명확하지 않았다”거나 “경찰은 뭘 하고 있었냐” 등 남탓과 책임공방도 참사의 원인을 명확히도 드러낸다. 이 같은 참사가 일어나고서야 깨닫곤 한다. 그 어떤 것보다 사람이 우선 돼야함을. 안타까운 희생을 치르느니 과하다 싶은 안전 관리와 통제로 욕을 먹는 게 낫다는 것을. 

 

- 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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