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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대재해법 유예 호소, 지금이라도 들어야 한다

입력 2024-02-14 14:15 | 신문게재 2024-02-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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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계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촉구하는 릴레이 집회를 열고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법안이 2주 넘게 발효 중이지만 엎질러진 물을 영영 주워 담을 수 없는 ‘반수불수(反水不收)’ 상황은 아니다. 그런 믿음으로 중소기업단체협의회와 중소건설단체가 14일 수원에 모였다. 대통령도, 고용노동부와 중소벤처기업부도 시간을 더 주자고 했지만 국회는 요지부동이었다. 중처법 유예는 마음만 먹으면 양해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 이런 사실조차 안중에 없다.

협상을 재개하려면 마지막 유예 요청까지 걷어찬 야당의 태도 변화가 절실하다. 지난달 31일에도 국회 본관 앞에 중소기업인 3500여명이 모여 유예 법안 처리를 촉구했지만 열린 귀, 듣는 귀는 없었다.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이 법 제1조의 목적에 공감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실제로 처벌이 목적인 법이 될까 염려해서다. 확대 시행 이후 영세사업장의 사고 처리 과정에서도 보면 사업주가 처벌 대상인지 여부에 집중되는 양상이다.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치중해 만든 법의 태생적 한계다.

그에 비하면 예방은 뒷전인 것도 이 법이 뒤틀어져 있다는 하나의 표징이다. 법적 규제로 노동문제를 규율하고 기업인 처벌이라는 사후약방문 같은 입법 방향 탓이었다. 영세사업장 83만 7000곳의 안전관리 역량은 취약하다. 재해 예방 효과 면에서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할 시간을 주는 것이 그래서 합리적이다. 법 개정 열쇠를 쥔 야당의 오만함이 중소기업인들로 하여금 피켓을 들게 했다.

결의대회에서 중소기업계는 열악한 인력과 예산 등 사업 현장의 애로를 호소했다. 소규모 사업장의 생명과 안전이 중요치 않다는 논리가 역시 아니었다. 식당이나 카페 등 개인 사업주라도 상시 근로자 5명을 넘으면 법 적용을 받고 처벌 위주로 갈 때의 부작용을 간과해선 안 된다. 영업, 생산, 품질 및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사업주의 구속은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멈추는 것과 다르지 않다. 형사처벌에 따른 폐업 공포는 근로자를 돕는 일도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발지시(已發之示), 즉 이미 쏘아놓은 화살과 같다. 하지만 만시지탄을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할 말미를 좀 달라며 외치는 소리를 들어주면 된다. 더 실효성 있는 기업 컨설팅과 중대재해 취약 분야 지원을 강화한다는 전제에서 폐기 아닌 유예다. 그것을 요청하고 있다. 총선에 여념이 없는 여야지만 합의점을 찾을 시간은 꼭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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