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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다수의 선택에 순응·침묵하는 현대인들… 토드 로즈 '집단 착각'

입력 2023-06-03 07:00 | 신문게재 2023-06-0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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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빚어낸 집단사고의 ‘오류’에 관한 보고서다. 저자는 현대인들이 집단착각, 즉 ‘사회적 거짓말’에 빠져 있다고 비판한다.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 같은 상황 속에서 산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추구하고 있다고 잘못 생각하는 가치관에 맞춰 스스로를 꽈배기처럼 꼬아대고 있다”고 꼬집는다. 그는 “인간이 너무 사회적인 동물이라, 과도한 ‘순응편향’과 사회규범에 대한 맹신에 사로잡혀 자주 집단착각에 빠진다”며 그런 본능을 다스릴 교육과 학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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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응’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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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이식 환자를 위해 기증된 신장 가운데 5분의 1이 버려진다고 한다. ‘한번 거부된’ 신장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앞 사람이 거부했기에 특별한 이유 없이 뒷 사람도 거부한다. 저자는 이를 ‘따라쟁이의 함정’이라고 말한다. 이유도 모르고 그저 다른 이의 행동을 따라하는 함정에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빠져 든다. 무리에서 쫓겨나지는 않을까 근심할 때 더욱 그렇다.


‘집단 지성’이 순식간에 ‘집단 무지성’으로 전락한다. 연쇄적인 모방은 위험하고 비생산적이다. 과거 튤립 광란이나 철도 광란, 생수 광란 등은 인간의 이성적 판단을 방해하는 ‘모방 본능’의 결과였다.

 

화이트칼라일수록 ‘명성’에 발목 잡히기 쉽다. 특히 정상에 있지 않은 대다수 전문직은 자신의 경력을 지키기 위해 더더욱 조용히 입을 다물고 따라가는 편을 택한다.


◇ 소속감을 위한 거짓말


저자는 “생존적으로 우리는 어딘가에 속하는 것을 갈망하도록 뇌 과학적으로 진화해 왔다”고 말한다.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때 우리 뇌에서는 옥시토신이 분비되어 안정감을 찾는다. 인터넷에서 무시당하거나 배제 당하는 ‘사이버 도편추방’은 소속감과 자기존중감 상실을 부른다. 우리가 ‘사회적 추방’에 대한 반응기제를 너무나도 강력하게 자동화하는 이유다.

우리는 공동체에서 쫓겨날 위협을 느낄 때 내집단과 외집단의 경계마저 흐려질 정도로 반응한다. 스스로의 거짓말을 믿어버리는 ‘투명성의 환상’으로 인해 스스로를 끔찍하게 거짓말 못하는 거짓말쟁이라고 느낀다. 스스로 투명성을 과장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는 집단에 소속되기 위해 스스로를 속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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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콤한 침묵


저자는 “우리에게는 사회적 고립에 대한 ‘생물학적 공포’가 내재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다수’가 되려는 욕망 탓에 판단은 더 흐려지고 제 목소리를 내지 않게 된다. 반면 다수의 일원이 되면 더 많이 자주 ‘불편한 침묵’을 택한다. 누군가 용감한 이가 나서주길, 그래서 쉽게 그의 뒤를 따를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런 침묵이 결국 집단 착각을 만들고 유지하는 원동력이 된다.

우리는 종종 ‘목청 큰 소수’를 다수라 착각하고 그에 따라 침묵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납득시키곤 한다. 최근에는 소셜 봇이 만들어 내는 ‘가짜 다수’까지 잘못된 정보를 준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틀렸을 리가 없어”라며 침묵시킨다. 이런 구조화된 현실 부정이 사회 규범이 되고, 결국 불의가 용납되는 세상이 된다. 저자는 “그러니 우리 모두는 집단착각의 적극적 공범”이라고 꼬집는다.

◇ ‘모방 욕망’의 위험성


우리는 자신이 얼마나 순응하고 있는지 과소평가한다. 저자는 “인간은 집단과 달라붙어 있도록 생물학적 차원에서 결정된 존재”라며 그것이 순응의 함정에 빠지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외톨이가 되지 않으려 확실한 증거마저 믿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모방하며, 다른 이들의 욕망 역시 본능적으로 모방해 버리고 만다.

우리는 스스로의 믿음과 생각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모습에 맞춰 스스로를 고정해 간다. 하지만 이런 ‘모방 욕망’은 위험하다. 공유할 수 없는 것을 모두가 원하면 경쟁이 치열해져 폭력이 분출하기도 한다. 상대적 우월감을 느끼려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희생하려는 사람들도 많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사실이라고 믿으면 그것이 현실이 된다”고 말한다.

◇ 사회적 규범 맹종의 결과는…


우리는 사회적 규범에 맹종한다. 하지만 저자는 많은 사회적 규범들이 언제나 자의적인 규칙일 뿐이라고 말한다. 복잡한 식탁 예절도 사실은 자신이 상류 계급에 속함을 보여주려는 의도였다고 말한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생겨난 이런 ‘귀속 규범’이 문제다. 너무도 사회적 규범을 갈망한 나머지, 매우 희박한 근거만으로도 사회적 규범을 만들어낸다.

저자는 ‘뇌가 게으르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우리 뇌는 ‘예측가능한’ 규범을 갈구하기에, 족족 규범을 찾아내 스스로에게 적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적 규범을 집단 착각으로 바꿔버리는 오류에 곧잘 빠진다. 저자는 이런 자의적 규범이 결국 우리를 순응에 빠트려 집단 착각에 빠지게 만들며, 그리하여 우리 스스로가 집단 착각을 만들어내는 존재로 만든다고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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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모두가 집단 착각의 장본인


자신의 진짜 생각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의 숫자가 어떤 임계점을 넘어서게 되면, 침묵은 스스로를 강화하는 나쁜 피드백을 형성한다. 그것은 결국 자기충족적 예언이 된다. 저자는 “우리 뇌는 요즘 같은 막대한 정보를 소화할 정도로 복잡한 메커니즘을 갖출 수 있게 진화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며 안타까워 한다.

어느 새 우리는 ‘알고리즘’ 속에 살아가게 되었다. 사람들은 정보의 신뢰도와 무관하게 같은 정보에 반복 노출되면 그것을 정확하다고 인식하는 경향을 보인다. 소셜 미디어는 그렇게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자기 본질을 말하지 않고 숨긴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 모두가 집단 착각을 만들고 유지하는 장본인”이라며 각자의 책임을 강조한다.

◇ ‘인상 관리’의 시대


어느 새 정직하지 않고 냉소적으로 구는 것이 기본인 세상이 되었다. 진심으로 믿는 바에 솔직해지는 대신,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지에 초점을 맞추는 ‘인상 관리’의 시대다. 소셜 미디어 덕분에 우리는 가짜로 만들어진 삶에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자신과 타인을 이해할 능력마저 빼앗겼다. 이제는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도록 압박 당한다.

‘미끄러진 비탈길 효과’ 이론이 여기에 딱이다. 자신의 행태를 정당화하고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록, 제지당할 때 까지 계속 나쁜 짓을 하게 된다. ‘이건 나쁜 게 아니야’라는 스스로의 거짓말이 습관화되어 집단 착각으로 발전한다. 저자는 “적극적으로 배우고 훈련해야 다른 사람들을 ‘덜 모방하게’ 된다”고 말한다.

◇ 낯선 이를 향한 신뢰


저자는 오늘날 모든 조직과 단체가 ‘관리하는 자’와 ‘관리당하는 자’로 나뉜다고 꼬집는다. 관리당하는 자들이 스스로를 위해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없을 것이라는 전제 아래, 만들어진 구조 속에서 살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더 건강하고 안전하며 공정한 사회에서 살고 싶다면 서로에 대한 신뢰부터 회복할 것을 강조한다. 그 전제는 ‘집단 착각을 다 함께 떨쳐버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현대인들이 다른 사람 대부분이 믿을 만한 존재가 아니고 그럴 가치도 없다는 식으로 인간 본성에 대한 잘못된 전제까지 받아들이고 있다고 우려한다. 그는 “사람들은 믿을 만한 존재다. 다만, 우리는 사람들이 믿음직하지 않다는 집단 착각 속에 살고 있을 뿐이다”라고 강조한다.

◇ 침묵과 거짓이 가져다 줄 세상

저자는 집단 착각이 유리알처럼 쉽게 깨질 수 있음을 증명한 체코슬로바키아의 하벨 전 대통령을 높이 평가한다. 그의 에세이 ‘힘 없는 자들의 힘’에서처럼 강압된 힘의 공허함을 모두가 깨닫고 힘을 모은 덕분에 체코가 해방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순응할수록 우리 집단은 피해를 본다”며 “우리가 침묵에 빠지면 집단의 개선과 성장에 필수적인 것들을 제대로 이룰 수 없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소외되고 쫓겨날 가능성이 있다는 ‘공포’를 이유로 자신의 행동이 불러올 개인적·집단적 비용을 정당화한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맹목적인 순응이 어쩌면 우리가 저지르는 가장 이기적인 행동일지 모른다”고 말한다. 그는 규범을 깨부수고 집단 착각에 균열을 내려는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서로 진실을 말하면 함께 풀지 못할 일이 없다”고 말한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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