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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양향자 의원 "K-칩스법 시즌2로 더 많은 기업이 초격차 기술 갖도록"

[브릿지 초대석, 반도체의 내일을 본다⑨] 양향자 한국의희망 의원

입력 2023-09-12 06:45 | 신문게재 2023-09-1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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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향자 의원이 글로벌 반도체 설계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 차원의 전략적인 투자와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사진=이철준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방한 첫 일정으로 삼성 파운드리를 방문했지 않습니까? 왜 굳이 삼성전자를 찾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것은 바로 대만 TSMC가 중국 침공에 대한 리스크를 쥐고 있다 보니, (만약)TSMC가 위험에 처할 경우 차선책으로 쓸 수 있는 곳으로 삼성을 지목한 것입니다. 미국 내 공장을 짓는 것도 이런 리스크들을 최소화하기 위한 차원이고요.”

 

바야흐로 ‘반도체 만사시대’, 브릿지경제는 우리 기업들의 현주소와 향후 생존경쟁력 등에 대해 국회에서 반도체 전문가 혹은 해결사로 통하는 양향자(한국의희망) 의원을 만났다. 양 의원은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에서 근무한 바 있으며, 회사 최초의 여성 상무라는 상징성도 보유했다. 주요 의정활동 중에도 한국의 반도체 특별법인 ‘K-칩스법’을 발의하며 반도체 전문가로서의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시장은 패권 확보를 위한 각국 및 기업들의 치열한 전장터가 된지 오래다. 일각에서는 칩워(반도체 전쟁, Chip War)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워 반도체를 둘러싼 기술 패권 경쟁을 신(新)냉전시대의 서막을 여는 핵심 이데올로기란 평가까지 내놓고 있다. 결국 반도체 경쟁의 승자가 다음 세대 글로벌 리더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다는 조건의 ‘0’ 순위가 됐다.

칩워에서 특히 중요시되는 부분은 생산이다. 과거 설계 기술이 칩 패권의 핵심이었다면, 초미세공정 및 패키징 기술 발전에 따라 나노미터(nm, 10억분의 1m) 단위의 칩을 양산할 수 있는 생산 기술의 중요성이 커진 것이다.

한국은 7나노 이하 선단공정이 가능한 세계적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삼성전자 보유국이다. 대만 TSMC보다 시장 진입은 늦었지만, 메모리 반도체를 통해 쌓은 제조 노하우를 통해 턱 밑까지 따라잡았다.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양향자 의원은 기자가 자리에 앉자마자 메모리와 시스템 양쪽에 대한 전폭적인 생산시설 지원이 절실하다는 일성부터 터뜨렸다. 바로 이 분야가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최강이고, 향후 나아갈 미래이기 때문이다.

양 의원은 “우리는 메모리를 하면서 반도체 제조 기술 기반도 갖고 있다”며 “특히 반도체 생산 기술 부문에서 확실한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브릿지초대석]양향자 한국의희망 공동대표
양향자 한국의희망 공동대표가 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철준 기자)

 

다만, 생산 능력이 최대 강점이라면 설계는 K-반도체의 최대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약하다며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양향자 의원실에 따르면 국가별 팹리스 시장 점유율은 1위 미국이 68%, 2위 대만이 21%, 3위 중국이 9%를 차지했다. 한국의 경우 단 1%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산업연구원이 ‘세계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시장 지형과 정책 시사점’ 보고서에서도 전세계 주요 6개국 중 한국이 3.3%의 점유율을 올리며 꼴찌다. 1위 미국(54.5%)의 16분의 1 수준, 5위 중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양 의원은 “국내 팹리스 기업들 역시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규모나 보유 기술 측면에서 글로벌 플레이어가 당장 등장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평가했다. 관건은 인재 양성이다. 현재 반도체 설계 엔지니어는 미국이 6만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최근 무서운 기세로 반도체 기술력을 올리는 중국이 5만2000명, 인도가 3만5000명 규모다. TSMC를 보유한 대만은 1만명, 일본은 4000명 수준이다. 한국은 현재 7000명의 반도체 설계 엔지니어가 있는 것으로 집계되지만 이들 대부분이 메모리 반도체 엔지니어다. 사실상 시스템 칩 설계 기술자가 없는 셈이다.

파운드리 인재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TSMC의 R&D(연구개발) 센터 인력(추정치)이 6만명인데 비해 삼성 파운드리는 2만명에 불과하다.

그는 “한국은 글로벌 경쟁 무대에서 선수로 뛰어야 할 인재들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뒤 “우리나라는 해외에 취업비자를 쉽게 줘 인재를 수출한다. 바로 이 부분이 그나마 부족한 인재를 더 밖으로 나가라고 하는 꼴”이라고 지목했다. 

 

[브릿지초대석]양향자 한국의희망 공동대표
양향자 한국의희망 공동대표가 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철준 기자)

 

후공정 분야에 대한 강화도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현재 글로벌 패키징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6%에 불과하다. 후공정 전문 업체인 OSAT 세계 상위 10권 기업 중 한국 기업은 단 하나도 없다. 후공정 왕국 대만은 6개의 상위 10개 OSAT를 보유했다. 대만은 설계-전공정(파운드리)-후공정(OSAT)으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완벽하게 구축한 것이다. 이처럼 한국의 패키징 업계는 생태계조차 구축하지 못했지만 이번 반도체 특화단지 추가 선정에서 패키징은 선택되지 못했다.

양 의원은 “다음 특화단지 선정에서는 글로벌 패키징 기업 유치 및 국내 패키징 기업 육성이 가능하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칩스법 시즌2’도 준비 중이다. K-칩스법 시즌2는 △전략기술보유자의 전략기술 유출 및 침해 시 근로자 해고 허용 △특화단지 조성·운영에 필요한 비용의 보조율 인상 허용 △특화단지 용적률 450% 상향 등 업계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 내용을 담았다.

양 의원은 “K-칩스법의 통과로 반도체 업계 내 시설투자가 59%, 56조7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앞으로 K-칩스법 시즌2를 통해 더 많은 기업에 더 많은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세상에 없는 기술을 개발하기는 힘들다. 한 마디로 추격은 쉽지만 선도는 어렵다”면서 “칩워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결국 초격차 기술 밖에 없고,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보다 전략적인 투자와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담=송남석 산업IT부장
정리=전화평 기자 peace20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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