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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복지부까지 번진 넥슨 손가락 논란

입력 2023-12-10 13:19 | 신문게재 2023-12-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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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이정아 기자
최근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홍보 영상에 삽입된 ‘집게손가락’ 모양이 남성 혐오를 상징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여성 캐릭터가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드는 과정을 0.1초 프레임 단위로 분석해 보니 ‘집게손가락’이 나타났다는 이유다.

이후 남성 위주 사이트에서 해당 작업에 참여한 스튜디오 뿌리의 여성 애니메이터가 SNS에 페미니즘 사상이 담긴 문장을 올렸다며 ‘집게손가락’은 고의로 한국 남성을 조롱하기 위해 삽입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경향신문의 단독보도에 따르면 ‘집게손가락’이 나타난 부분은 여성 애니메이터가 아닌 40대 남성이 참여했다. 또 ‘집게손가락’ 콘티는 넥슨이 뿌리에 직접 의뢰한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집게손가락’이 남성혐오라는 논리가 무너진 것이다.

그리고 지난 7일, 보건복지부 대변인실로부터 한 통의 문자가 도착했다. 이날 개최되는 ‘2023 의사과학자 콘퍼런스’ 행사 포스터를 회수했으니 사용을 금지해달라는 요청이다.

설마 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 ‘집게손가락’ 논란이 복지부까지 덮친 것이다. 한 의사과학자가 알약을 가르키는 손 모양이 ‘집게손가락’이라는 지적이 또 남성 위주 사이트에서 제기됐다.

복지부는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지 않기 위해 포스터를 회수했다고 말했다. 문제를 제기한 기자에게는 ‘일러스트는 2년 전에 이미 완성됐고, 작업자도 영국 일러스트레이터다’고 설명했지만 계속 문제 제기하는 바람에 회수 결정을 내렸다는 해명이다.

복지부의 난감함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다만 아쉬움도 있다. 알약을 가르키는 장면일 뿐인데 남성혐오를 한다고 문제 제기하자 굴복한 꼴이 됐다. 이렇게 되면 알약을 엄지와 검지로 집어서도 안 되고, 하트를 엄지와 검지를 맞닿아 표현할 수도 없게 된다.

이정아 정치경제부 기자 hellofeliz@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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