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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내 안에 있는 진정한 나! ‘MBTI vs 사주’

[#OTT] 티빙 다큐멘터리 ‘MBTI vs 사주’
전문가들 "섣부른 라벨링으로 단정하지 말아야","운에 맞게 선택해야 용이"

입력 2023-12-13 18:30 | 신문게재 2023-12-1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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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전문가 이병훈, 김재형, 최영임, 김명준, 박보민과 사주명리학 전문가 도화도르, 초명, 정동찬, 소림, 현묘 등이 약 6개월에 걸쳐 참가자들의 MBTI와 사주팔자를 분석했다.(사진제공=티빙)

 

한국인의 ‘MBTI’검색률은 세계 1위다. 서울 삼청동에는 해외 관광객들에게 필수 코스로 꼽히는 MBTI별 맥주펍이 생겼을 정도다. 각종 맘카페를 비롯해 SNS에는 “우울해서 빵을 샀다”는 테스트가 한창 유행했다. 상대방이 “왜 우울해?”라고 묻는다면 감성적인 F, “그래서 무슨 빵을 샀냐?”라고 한다면 직관적인 T라는 것.

태도 유형, 인식 기능, 판단 기능, 외향성, 내향성, 감각형, 직관형, 사고형, 감정형, 판단형, 인식형으로 구분되는 심리 유형론인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는 마이어스(Myers)와 브릭스(Briggs)가 스위스의 정신분석학자인 카를 융(Carl Jung)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고안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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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MBTI vs 사주’의 한 장면.(사진제공=티빙)

 

개인마다 태도와 인식, 판단 기능에서 각자 선호하는 방식의 차이를 나타내는 4가지 선호 지표로 구성돼 있는데 이 지점이 흥미롭다. 과거 혈액형으로 구분되던 A형은 소심하고 O형은 성격 좋다는 일종의 맹신이 AI시대를 거치며 꽤 그럴싸한 하나의 학문으로 재정비된 모양새다.

정신적 에너지의 방향성을 나타내는 외향-내향(E-I) 지표, 정보 수집을 포함한 인식의 기능을 나타내는 감각-직관(S-N) 지표,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사고-감정(T-F) 지표, 인식 기능과 판단 기능이 실생활에서 드러난 생활 양식을 보여 주는 판단-인식(J-P) 지표가 조합된 양식을 통해 16가지 성격 유형으로 구분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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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에서 모인 참가자들이 자신이 직접 꾸민 종이 봉투를 쓴 채 실험에 참가하고 있다.(사진제공=티빙)

티빙에서 올초 공개된 2부작 웹 다큐멘터리 ‘MBTI vs 사주’는 여기에 천년의 역사를 지닌 명리학까지 더했다. 사주는 사람이 태어난 순간의 시간을 간지로 표기한 것으로 동양의 운명학이라 불린다. 

 

천체운동을 기준으로 시간의 주기(하루, 한 달, 일 년 등)를 구분했으므로 규칙적으로 반복하는 특성이 있다. 국내 사주명리학의 권위자인 김동완 동국대 평생교육원 겸임교수는 “타고난 운명을 알아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삶이 어떻게 변해 갈지 예측하는 학문”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작품은 ‘나’를 설명하기 더 적합한 도구가 무엇일지 알아보는 관찰 실험을 보여주며 150명의 대규모 일반인 참가자들의 모습을 비춘다. 

 

전국에서 몰린 MZ들의 고민은 다양하다. 연애와 돈 그리고 성격과 앞으로의 미래까지 자신의 타고난 운과 MBTI의 상관관계가 어디까지인지 궁금해 실험에 참가했다. 본격적인 실험인지도 모른 채 시작된 촬영은 제작진이 사운드 테스트를 하겠다며 튼 빠른 음악으로 시작된다. 

 

단순한 마이크 확인인 줄 알고 긴장을 푼 생면부지의 사람들 중에서 갑자기 리듬을 타는 한 여성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사전 인터뷰를 통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사주와 심리유형에서 가장 먼저 춤을 줄 참자가”라고 점찍었던 사람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며 소름을 돋게 한다. 


정확한 나이와 직업을 모른채 MBTI와 사주만으로 정의한 이들의 데이터는 참가자들이 절대 알아챌 수 없는 성격 실험 상황에서 빛을 발한다. 가장 눈물이 많고 공감을 잘 하는 사람들과 특유의 승부 근성을 타고난 부류가 정확히 구분된다. 이들은 각자의 종이봉투를 쓰고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MBTI 궁합표 대로 소개팅을 하기도 한다. 

 

한 참가자는 대 놓고 “지금까지 손절한 사람 모두가 나랑 상극인 MBTI에 속해있더라”는 고백을 하기도 했다. 이후 사주궁합으로 최고의 조건과 2차 미팅을 갖는다. 추적조사도 거침없다. 한달 후 연인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커플까지 공개해 자신의 MBTI와 사주에 입각한 천차만별 행동 표출이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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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리학의 핵심기초중 하나는 ‘우주와 인간은 하나’라는 개념이다.(사진제공=티빙)

 

이들은 모두 “연애가 가장 어렵다”고 토로한다. “행복의 조건은 돈”이라고 대놓고 말하는가 하면 몇 몇 사람들은 “그럼에도 성격에 맞는 직업을 갖는 것”“만족하는 삶”이 인생의 목표라고 밝힌다. 반복되는 커플 매칭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는 것은 아쉽지만 2부에서는 이런 단점을 가뿐하게 덮는다. 

 

실험이 진행되는 6시간 동안 상대방에게 먼저 말을 건 사람이 5명 이상, 그 중 인스타그램을 맞팔로워하고 이미 연락처까지 교환한 ‘인싸’가 누구인지, 길거리 붕어빵 할머니의 부탁에 잠시 가게를 맡은 것도 모자라 짧은 시간 서브 메뉴인 어묵까지 끼워 팔며 사주에 있는 재물복을 증명한 참가자 등 다양한 실험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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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반응한다고?’가 절로 나오는 다양한 사람들을 보는 재미가 ‘MBTI vs 사주’에 있다.(사진제공=티빙)

 

영혼을 끌어 집을 마련하고 가상화폐가 익숙한 세대들 답게 횡재수가 남다른 참가자들이 복권을 사면 어떻게 될지를 실험에 넣은 출연진들이야 말로 공룡 OTT 넷플릭스가 탐낼만한 인재들이다. 거기에 출연료 한방에 몰아주기를 했을 때 나오는 결과물은 그 어떤 반전 드라마보다 흥미롭다. 사실 MBTI와 사주의 요소에 따라 선택한 결과물이 한 사람의 인생을 정의하진 못할 것이다.

‘MBTI vs 사주’는 섣부른 라벨링으로 나다움을 버리지 말라고 조언한다. 타고난 시간이 말해주는 천년의 학문 또한 성향에 의해 바뀔 수 있음을 간과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각자에 대한 정답은 이미 내 안에 있을지 모른다는 메시지와 함께 마무리되는 엔딩은 유독 코끝이 시큰하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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