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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소위 마지막 기회 살리길

입력 2024-01-08 14:20 | 신문게재 2024-01-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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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 추진한 분양 아파트 ‘실거주 의무 폐지’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고 말하기에도 늦었다. 딱 한 달 전인 지난해 정기국회 마지막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을 때 했어야 더 어울릴 말이다. 1년 전의 정부 발표를 믿고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의 청약에 당첨된 수분양자(입주예정자)들은 피가 마르는 상황에 비유된다.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바라는 정부와 건설업계도 애가 타긴 마찬가지다. 주택법 개정안의 운명이 경각에 달려 있다.

국회 통과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런데도 최초 입주일로부터 2~5년 실거주 의무 법안의 폐기를 끝까지 막아낼 이유가 있다. 반쪽 짜리 규제 완화가 시장 대혼란에 빠지는 걸 방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1년 넘게 국회 문턱을 못 넘기면서 이렇게 불확실성을 키운 건 시장 상황과 무관한 여야 대치와 정치적인 논리였다. 실거주 의무가 사라지면 갭투자를 부추길 수 있다며 법 개정을 미루는 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처사다. 서울 전세가율이 2017년 이후 최저 수준이어서 그럴 우려는 크지 않다. 그런데도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실수요자 위주로 공급해야 한다는 형식적 근거에만 매달리니 현실을 놓치는 것이다.

주택가격이 최고점에 도달했던 2021년에 실거주 의무가 도입된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있는 듯하다. 분양가 상한제 혜택이 사라진 마당에 해당 66개 단지의 현재 주변시세는 당시 분양가 수준이거나 이를 밑돌기도 한다. 분양받은 이들 대부분은 투기성 수요 아닌 무주택 실수요자들이다. 자녀 전학 문제나 자금 부족 등 입주자들의 사정은 각양각생이다.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일일이 구제하기에는 매우 비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법 개정이 무산되면 시행령에서 조건부 예외를 허용해서라도 구제해야 할 만큼 절박하다.

주택법 개정안을 논의한 마지막 데드라인이 오늘(9일)이다. 워낙 큰 여야 입장 차이를 좁히는 쪽으로 더불어민주당이 내부 입장을 정리하는 게 관건이다. 국회 본회의 이전에 국토위 법안소위 일정을 잡으면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셈이고, 불발돼 정치권이 총선 모드에 돌입하면 폐기 수순이라고 봐야 한다. 실거주 의무 폐지가 어렵다면 보유 기간 중 거주 의무를 채우는 절충안이라도 처리해야 할 것이다. 기존 전셋집 계약이 끝나지 않을 경우 실거주 시기를 늦추는 등의 예외 규정이라도 둬야 한다. 실거주 의무 적용 아파트 청약 당첨자들의 혼란을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아직도 주택법 개정안의 시급한 처리다. 그렇게 되도록 끝까지 포기하지 않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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