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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불쾌하고 불안한 중국

입력 2023-03-22 14:07 | 신문게재 2023-03-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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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중국과 러시아가 다시 인류의 고민 덩어리가 되고 있다. 주변국에 무력으로 공산주의를 번지게 하던 시절에도, 전쟁 우려와 주변국 주권 피해 문제 등으로 골치 아프게 했던 그들이다. 그런데 이제 다시 전쟁 촉발의 복병으로, 냉전의 갈등 제공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류 평화와 공동번영의 꿈은 코로나와 전쟁을 계기로 위태로워지고 있다. 동·서가 다시 코로나 발발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으로 돌아갈 공산은 거의 없어 보인다.

중국은 우리가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수출의 23%를 의지하는 나라지만, 원래 그리 가깝게 지낼 생각은 없던 상대였다. 우리는 2005년 전후에 점차 우리를 따라오는 중저가 수출상대국 중국과의 거래에서 서서히 발을 떼고 했었다. 당시 중국은 우리와의 교역에서 배운 저가품 제조업과 경공업산업의 학습효과로 대규모 투자와 생산을 시작했고, 특히 한국산을 심하게 모방하기 시작해 더 이상의 거래는 득보다 실이 커지던 상태였다.

한국은 이때 산업구조를 고도화해 미국 유럽 등 서방 선진국을 상대하는 고품질·고가품 생산국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아 미국 금융당국이 천문학적인 돈을 풀게 되었고, 그 돈이 수익률 높은 저 원가의 중국으로 흘러가 갑작스레 공장을 짓고 도시건축물을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 지금은 거의 다 돌아갔지만, 기술과 품질의 나라인 독일마저 저가 유혹에 빠져 중국에 공장을 지었다.

생산국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중국은 우리 중저가 상품과 중간재, 자본재, 소재·부품 등을 대거 사갔다. 마침 우리가 산업 고도화를 위해 버리려던 업종들이었다. 2009~2013년에 한국의 중국 수출 피크로 그 효과가 나타났다. 우리는 엄청난 돈을 벌었고, 중국은 삽시간에 많은 것을 배워갔다. 그러나 우리는 당시 중국의 중저가 기술과 상품 수출에 취해, 당초 버리려던 중저가 수출산업을 손절하지 못하고 오히려 일부는 증설하는 등 전체 국가산업 구조가 후퇴하는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고 말았다.

그 후유증을 우리는 2016년 사드 사태로 실감 나게 겪었다. 그들이 무역과 투자 보복을 해 온 바람에 롯데와 아모레, 이랜드 그룹 등이 홍역을 치렀다. 실은 지금도 그런 형국이다. 대 중국 거리두기의 보조를 맞추려 해도, 수출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관련 기업들에 타격을 줄까 엉거주춤하고 있다. 중국은 이 약점을 빌미로 미국에 동조하지 말라고 위협 중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으로 중국은 우리에게 적절한 교역과 경협의 상대는 아니다. 우리가 전략적으로 국제관계를 형성하고 동반성장의 협력국으로 상대할 나라가 아니다. 원래부터 산업구조 차이가 크고, 국가 운영의 정치사상도 크게 달랐다. 특히 시장경제국이 아닌, 아직은 공산당이 좌지우지하는 조변석개의 예측이 불가한 나라이다.

일본에 대한 불편한 국민감정을 알면서도 정부가 일본을 다시 경제협력과 우호외교의 상대로 삼으려는 의도도 이런 답답한 주변국 상황에 기인한다. 역사적으로 중국도 일본도, 하나 같이 불쾌하고 불안하다. 증권투자나 무역거래, 문화교류에서 중국을 쉽게 생각하는 것이 그래서 조심스럽다. 특히 원격 주식거래에 익숙한 청년들은 이런 오프라인 선상에서의 중국 투자위험과 거래의 불안정성이 점증할 수 있음을 유념했으면 한다. 국제투자는 그렇다. 근자의 미국 은행사태가 그 본질을 잘 보여준다. 

 

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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