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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탐구생활] 갈 길 먼 K-배터리 재활용…이젠 순환경제 활성화 이끄나

사용후배터리 재활용하면 환경보호·자원 효율화·자원안보 기여
2030년 42만개 사용후배터리 발생 전망…배터리 순환경제 시장 2027년 154억 달러
광물 100% 재활용 시 2040년 수요량 리튬 22%·코발트 36% 차지
배터리 재활용 정책 ‘초기’ 단계…“폐배터리 순환자원으로 인정해야”

입력 2023-07-02 14:17 | 신문게재 2023-07-0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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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호의 측면과 함께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재제조·재사용·재활용 등 순환경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관심도 적고 기술 발전, 산업화도 덜 됐다. 특히 전기자동차의 보급 확산과 함께 증가하는 자동차용 배터리(이차전지)는 생산적인 측면은 강조되고 되지만 재사용·재제조·재활용 등은 아직 활성화가 덜 돼 향후 처리의 체계화·기술개발·산업화가 반드시 필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은행미래전략연구소에 따르면 배터리 재사용은 잔존수명 80% 이상인 경우 교체용으로 전기차에 사용하거나 ESS(에너지저장장치) 등으로 사용하는 방식이고 재제조는 잔존수명 65~80%의 배터리 팩을 모듈 단위로 성능·안전성 평가를 진행한 후 모듈 수준에서 재구성해 새로운 배터리관리시스템(BMS)과 연결해 다른 제품에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재활용은 재사용 및 재제조가 불가능한 수준(잔존수명 65% 이하)의 배터리를 폐기물로 처리하기 전 분쇄 및 선별 등을 통해 함유된 니켈·코발트·리튬 등 희소금속을 추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희소금속을 추출해 사용하는 재자원화란 말도 있지만 여기서는 넓은 의미로 재활용으로 통칭한다.


사용후배터리 재활용 시 신품 대비 30~50%의 가격 경쟁력

지난달 27일 국민의힘 홍석준·이주환 의원, 정의당 이은주 의원, 국회입법조사처가 주최한 ‘기후위기, 폐자원 리사이클링 K-순환경제 이행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산업통상자원부(산업환경과)는 ‘K-순환경제 이행을 위한 산업 및 시장동향’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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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동차 사용후배터리 산업 분류(산업은행)

 

산업부 발표에 따르면 순환경제의 세계 시장 규모는 오는 2030년 4조5000억 달러로 전망됐고 이 중 배터리는 2021년 33억 달러에서 2027년 154억 달러, 플라스틱은 2021년 424억 달러에서 2027년 638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의 경우 광물이 핵심 재료이지만 한국은 니켈과 희토류, 망간 등 주요 원자재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지난 2020년 기준 광물자원의 해외의존도는 95% 안팎에 달한다. 이에 환경 보호와 자원 이용 효율화, 자원안보를 위해 정책·기술개발(R&D) 지원, 제도 개선 등을 통한 순환경제의 활성화가 중요하다.

이 중 배터리의 경우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라 사용후배터리도 급증할 전망으로 쏟아져 나오는 사용후배터리를 재활용하면 가격을 낮추고 핵심광물 신규 수요를 줄여 자원 확보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에 사용후배터리 재활용을 통한 배터리 순환경제 활성화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산업부 추산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2025년 3만1700개, 2030년에는 10만7500개, 누적 42만4500개의 사용후배터리가 발생할 전망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해 12월 내놓은 ‘폐배터리 산업’ 보고서에서 글로벌 전기차 폐배터리(사용후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오는 2025년부터 연평균 33% 성장해 2040년 574억 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용후배터리를 재활용하면 신품 대비 30~50%의 가격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6월 한국무역협회국제무역통상연구원 김희영 연구위원은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산업 동향 및 시사점’에서 “소재 재활용으로 중국 등 배터리 자원보유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며 “특히 우리나라가 주력하고 있는 삼원계 배터리는 제조원가가 높아 재활용 시 경제적 이점도 높다”고 밝혔다. 이어 “배터리의 순환형 생태계를 구축해 세계적인 순환경제 시스템 구축에 기여할 수 있다”고 사용후배터리 재활용 산업의 육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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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배터리 재자원화 개념도(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핵심광물 수요 급증에 대비한 자원안보 확보 방안 연구’를 보면 오는 2040년 국내 전기차(승용차) 보급 대수는 2021년에 비해 11배 증가로 전망하며 이에 따라 핵심광물 수요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2040년 배터리 양극재에 필요한 리튬 수요는 2021년 대비 15배, 니켈은 12배, 망간은 19배, 코발트는 4배 증가할 전망이다. 전기차 모터에 필요한 네오디뮴, 프라세오디뮴, 디스프로슘 등 희토류는 모두 10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국내 전기차 사용후배터리의 재자원화(재활용)율을 100%로 가정하면 2040년 재자원화를 통한 2차 공급량은 배터리 양극재에 필요한 리튬 수요량의 22%, 니켈 수요량의 28%, 망간 수요량의 9%, 코발트 수요량의 36%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리 준비하고 달리는 중국·EU…한국은 ‘초기’ 수준

이 같이 사용후배터리의 재활용 등이 중요해지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등은 배터리 순환경제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희영 연구위원의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산업 동향 및 시사점에 따르면 미국과 EU, 중국 등은 한국보다 일찍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국내 제조 기반이 미흡하지만 공급망 관리 차원에서 배터리 재활용 기업 육성을 위해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베이징과 상하이 등 17개 지역에 폐배터리 재활용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고 핵심소재 회수를 높이기 위해 니켈·코발트·망간은 98%, 리튬은 85%, 기타 희소금속은 97%를 회수 목표치로 설정했다. 배터리 재활용 등록기업만 4만개가 넘고 재활용 촉진을 위해 배터리의 규격·등록·회수·포장·운송·해체 등 각 단계별 국가표준을 제정해 활용하고 있다.

산업부 등 한국 정부도 산업 육성 측면에서 사용후배터리 재활용 확산에 나서고 있다. 산업부는 사용후배터리산업 활성화를 위해 2019년부터 2024년까지 234억원을 투자해 전남 나주에 EV(전기차)·ESS사용후배터리 산업화 센터를 구축하는 등 EV·ESS사용후배터리사이클링산업화추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오는 2026년까지 185억원을 투입해 이차전지 핵심부품용 희소금속 자원화 및 응용기술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산업부는 내후년부터는 신규 사용후배터리 활성화 사업을 시행할 계획으로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는 또 사용후배터리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해 폐기물 감축과 신산업 육성,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경제성 있는 회수·유통·활용 순환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2023 세계 배터리 & 충전 인프라 엑스포<YONHAP NO-2604>
지난달 2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세계 배터리 & 충전 인프라 엑스포에서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가 전시되어 있다.(연합)

 

하지만 국내 사용후배터리 재활용 정책과 산업수준은 미국과 EU, 중국 등에 비교하면 아직 ‘초기’ 단계로 배터리 순환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유진투자증권의 폐배터리 산업 보고서를 보면 사용후배터리 재활용 정책은 중국은 고도화단계, EU도 발전단계로 EU는 재활용 원료 활용 비율 의무화도 부여했다. 반면 한국은 미국과 같이 ‘초기’ 수준으로 평가했다.


전처리 분야 민간 역할 확대, 안전성 확보, 경제성 제고 필요…공공조달·인증 연계형 R&D 정부 지원해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이승필 부연구위원 등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전기차 사용후배터리 산업 생태계 활성화 방안’에서 전처리 분야에서 민간의 역할 확대와 안전성 확보, 경제성 제고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기업 중심의 산업 생태계 구축도 우려했다. 이에 전처리 장비 지원과 안전 탈거·방전·운송 연구개발(R&D) 및 이를 기반으로 한 가이드라인 수립·교육에 대한 중점 지원이 필요하고 안전성·경제성 확보를 위한 공공조달·인증 연계형 R&D 및 실증 R&D 중점 지원 등을 정부에 권고했다.

김희영 연구위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아 재활용하기로 한 폐배터리는 순환자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폐기물로 보고 있다. 폐기물로 처리하려면 자격 인증 등 절차가 복잡해져 재활용 활성화에 제약이 되고 있다”며 폐기물보다는 재활용할 수 있는 순환자원으로 인정을 확대해야 국내 사용후배터리 재활용산업 육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이어 “장기적으로는 소비자가 사용하고 내놓는 배터리를 회수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누구한테 팔고 가격을 어떻게 책정하는지, 그런 시장이 어떻게 돌아갈지에 대한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종=이원배 기자 lwb2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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