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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탐구생활] “국민연금 개혁에 청년·특고·여성 지원방안 더 담겨야”

김설 연금유니온 위원장·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조직국장 인터뷰

입력 2023-08-27 14:06 | 신문게재 2023-08-2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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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 (PG)
(사진=연합)

 

국민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국민연금’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오는 2055년 기금이 모두 소진될 것이라는 추계가 나오자 현재 청년 노동세대를 중심으로 ‘연금 무용론’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제도에 대한 가입자들의 불신이 터져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을 가입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연금 약자로 불리는 불안정 청년 취업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여성 등이다. 국민연금 가입조차 어려운 이들에게 보험료율을 인상하자는 현재의 연금개혁 방안은 가입의 문을 더더욱 높이는 처사다. 브릿지경제는 연금약자로 대변되는 이들을 만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연금개혁 과정과 방향에 관해 묻는 자리를 가졌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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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 연금유니온 위원장 (사진=이정아 기자)

◇김설 “보험료율 인상에 불안정취업자 지원방안 담겨야”

27일 국민연금 제5차 재정추계전문위원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앞으로 20여년간 지출보다 수입(보험료+투자수익)이 많은 구조를 유지하나 오는 2041년을 기점으로 지출이 수입을 상회하는 수지적자가 발생하게 된다.

이로 인해 기금은 2040년 최고점을 찍고 서서히 줄어 2055년에 모두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4차 추계보다 고갈 시점이 2년 앞당겨진 것이다. 정부는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보험료율·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개혁을 진행 중이다.

다만 현재 제도에서도 국민연금 가입의 벽이 높았던 불안정 청년 취업자는 현행 보험료율(9%)이 인상되면 가입은 더더욱 어렵다. 사업주가 보험료의 절반을 지원하는 사업장근로자와는 달리 불안정 청년 취업자는 9%에 달하는 보험료를 온전히 본인이 내야 하기 때문이다.

김설 연금유니온 위원장은 “2030 청년들에게 ‘국민연금’은 먼 나라 이야기와 같다. 특히 불안정 청년 취업자의 경우엔 어차피 가입 기간을 못 채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연금개혁 과정에서 정부가 이런 고민을 안고 있는 불안정 청년 취업자의 목소리를 더 들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68만6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21만1000명 늘었지만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13만8000명 줄었다. 9개월째 감소한 것이다.

또 지난 5월 기준 청년 취업자 400만5000명 중 주36시간 미만 취업자는 104만3000명(26%)으로 집계됐다. 이중 48만 9000명은 학업을 마친 후에도 풀타임으로 근로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위원장은 “현재 노동시장은 정규직 일자리보다 비정규직 일자리가 더 많다. 프리랜서, 특고 등 일자리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 제도가 이를 포함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국민연금이 지금까지 정규직을 위해 세팅된 제도였다면 이제는 범위가 더 넓어져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노동시장에서 구조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놓여 있는 여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여성 근로자는 결혼·출산·육아를 기점으로 노동시장에서 배제되고 연금이라는 노후마저도 정상가족의 남성중심으로 구성돼 제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 2008년 ‘출산크레딧’ 제도를 도입했지만 지난 1월 기준 전체 수급자 4376명 중 여성 수급자는 90명(2.1%)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 가입자의 연금 수급권을 위해 설계됐지만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비판이다.

김 위원장은 “여성의 연금 수급권과 노후 보장을 위해 크레딧을 전폭적으로 늘려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출산과 육아라는 행위를 사회적 노동, 돌봄 노동으로 인정하고 이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국민연금에 대한 2030의 불신을 없애는 것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연금에 대한 불신은 과거에도 계속 있었다. 그러나 정부에서 국민을 설득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국민이 국민연금을 신뢰할 수 있도록 정부가 끝까지 보장한다는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 다음으로 연금이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사회복지제도로 거듭나기 위해서 사각지대에 놓인 불안정 청년 취업자, 특고, 여성 등 모든 시민이 이 풀에 들어올 수 있도록 보험료 지원과 크레딧의 전폭적 확대, 지역가입자에 대한 국가책임을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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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조직국장 (사진=이정아 기자)

◇박정훈 “소득 10% 연금으로 납부할 근로자 많지 않아”

국민연금 제도 도입이 논의됐던 지난 1970년은 근로자 대부분이 정규직이었던 노동시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2015년 이후 4차 산업 혁명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현재의 노동시장은 그 범위가 전보다 훨씬 커졌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는 변동하는 노동시장의 상징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특고란 사업주와의 근로계약이 아닌 위임계약이나 도급계약 등 개인사업자 형태의 근로자다. 자영업자, 플랫폼 노동자 등 프리랜서가 여기에 해당한다. 사업주와 근로 계약을 맺지 않았기 때문에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 특고의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배달업 종사자는 규모가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동안 사각지대에 있었던 배달업 종사자 및 특고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조직국장은 “국토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배달업 종사자 수는 2019년 상반기 11만9626명에서 지난해 상반기 23만7188명으로 약 두 배 이상 증가했다”며 “그러나 특고는 근로자로 인정이 되지 않기 때문에 사회보험 가입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특고에게 국민연금이란 그림의 떡 같은 존재다. 가입해야 좋은 건 알고 있지만 국민연금을 내줄 사업주 찾기가 어려울뿐더러 가입의무기간 채우기도 힘에 부친다.

박 국장은 “국민연금에 대한 정보가 있고 다른 직종에서 가입 이력이 있는 분들은 연금가입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연금을 왜 가입해야 하는지 모르는 분들이 대다수”라며 “사회안전망을 경험하지 못한 불신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특히 연금에 대한 반발 중 하나로 당장 내 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납부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데 연금을 수령하는 70세를 바라볼 여력이 있을까. 연금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9%에서 12%, 15%, 18%로 인상하는 방안을 각각 준비 중이다. 오는 2055년으로 예상되는 기금 소진 시점을 2063년, 2071년, 2082년으로 늦추자는 것이다.

문제는 보험료율이 인상되면 사업장 근로자를 제외한 특고, 지역가입자 등은 연금 보험료를 전부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정부의 보험료 지원이 없다면 연금 가입 자체를 망설이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박 국장은 “보험료율이 9%인 지금도 연금 가입을 미루는 분들이 있는데 12%로 인상된다고 하면 누가 미래에 있을 보장으로 당장 내 소득의 12%를 납부하려 하겠냐”며 “사업장 근로자는 6%지만 우리의 경우엔 12%다. 두 배 이상 차이 나는 보험료는 차별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난 5월 복지부와 프리랜서, 라이더 업계의 국민연금 간담회가 있었다”며 “그 자리에서 정부는 우리의 고충을 듣는다고 했지만 명확한 해답이 나오지는 않았다. 연금이 공적인 역할을 하려면 우리처럼 연금 가입을 희망하는, 연금 사각지대에 놓인 연금 약자를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정아 기자 hellofeliz@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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