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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고단한 삶 사는 현대인에게 시를 통한 희망을"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조성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입력 2017-04-24 07:00 | 신문게재 2017-04-2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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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민 교수
조성민 교수는 “누구나 시를 쓰면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주변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보면 마음 속 시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조성민 교수

 

조성민 한양대학교 로스쿨 교수가 지난해 말 세 번째 시집 ‘사랑의 이정표’를 펴냈다. 조 교수는 딱딱한 법학을 전공하면서 삶을 부드럽게 순화시키고 지친 현대인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시를 쓰게 됐다고 말한다.

조 교수는 “시를 쓰는 것을 이론적으로 생각하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주변을 관찰하고 관심을 갖다보니 시를 쓰게 됐다”면서 “편안하게, 무게 잡지 않고 메모를 했고, 그 메모가 모여 시집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1990년 독일 괴팅겐 대학교에서 연구교수로 생활 하면서 고향과 가족, 조국에 대한 그리움을 간단하게 메모지에 적었다. 한국에 돌아와 그렇게 쓴 메모를 모아 ‘행복의 뜨락’이라는 첫 번째 시집을 냈다. 외로움과 그리움이 생길 때마다 메모장에 글을 적기 시작한 것이 시집이 된 것이다.

이후 ‘표현을 해볼까’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메모가 습관이 됐다. 사람들과 만나면서, 주변을 둘러보고 관찰하고 작은 순간 순간 스케치도 놓치지 않았다. 고속도로 담에 있는 담쟁이를 보고 담쟁이의 기상을 느끼기도 했고, 울릉도 여행에서 시심(詩心)을 느꼈다.

그는 “산에 오르면 나무들에게서 기상을 배우고, 계곡의 흐르는 물을 보면서 낮은 데로 임하는 겸손의 삶을 살고자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주변에 대한 애정이 모여 3번째 시집을 내게 됐다. 그는 어떤 시적 영감이 떠올라서 시를 쓰기보다는 주변에서 접하는 것들에 관심을 갖고 애정을 갖다보니 자연스럽게 시를 쓰게 됐다고 설명한다.

조 교수는 학생들에게도 ‘쉽게 쓰는 것’을 강조하고 훈련하도록 한다. 그는 “판결문을 보면 아직도 문장이 너무 길고 단어도 어렵다”면서 “어떤 판결문은 A4 한 장에 한 문장이 이어지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반인은커녕 로스쿨 학생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실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글을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조 교수는 “로스쿨생에게 실무교육 과정에서 판결문을 쉽게 쓰라고 항상 강조한다”면서 “학생들에게 판례 분석하는 훈련을 하면서 기존 판결문을 끊어서 읽게 하고, 단락도 바꾸는 등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업시간에도 학생들에게 시를 인용하거나 중간 중간 시를 낭송해 집중을 도왔다. 법학은 워낙 어렵고 외울 내용이 많은 전공이다. 때문에 조 교수는 수업도 쉽게 진행하려고 한다.

그는 “법학 이론을 강의하면서 처음에 시를 인용한다. 용문사에 1100년쯤 된 은행나무가 있다. 용문사 은행나무 시를 읽어주고, 여기에서 용문사 땅에 마의태자가 심었다는 전설을 학생들에게 말해줬다”면서 “이어 법학 이론에 부동산부합이론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이 쉽게 기억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생각을 쉽게 글로 표현하는 일은 인성 교육에도 효과적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조 교수는 “학생 모두 시를 쓸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누구든지 마음속에 숨겨진 시심(詩心)을 끄집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열정을 보였다.

실제로 조 교수가 가르친 법학대학 학부생 중 3명이 시인으로 등단하기도 했다. 그는 “취미로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는 것은 좋다”면서 “학생의 시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수업시간에 가끔 시를 한 두 구절씩 읽어준다”고 했다.

일반인들은 법과 친숙하지 않다. 법전 용어는 일반인들에게 거리가 멀다. 그는 “아직도 법전 용어는 어렵다. 로스쿨생마저 한자도 어렵다고 하는데 일반인들에게 법전 용어는 오죽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쉽게 바꿔야 한다. 일반인이 법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대중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조 교수는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상처받은 영혼을 시로 희망을 주고자 했다. 본인의 생각을 글로 쓰면서 위로하고, 또 위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의 시에는 소통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희망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조 교수는 시집 3권을 펴낸 중견 시인으로 2016년 창립한 아태문인협회 초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아태문인협회는 기존의 문인협회에서 글을 쓸 기회가 없는 문인들에게 매년 두번씩 글을 내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단체다.

조 교수는 희망을 주는 시를 쓰는 것과 더불어 사람 성격을 아홉가지로 분류해 성격 유형 지표를 만드는 일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은퇴 이후 시를 쓰고, 관련 연구를 꾸준히 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는 저서 ‘삼국지 에니어그램’램(Enneagram)도 발간할 예정이다. 조 교수는 사람의 성격을 아홉가지 분류하는 지표이자 인간 이해의 틀인 에니어그램을 수련해왔다. 그는 사람들이 ‘참된 나’를 발견하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도록 돕고자 한다. 책은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의 특성을 에니어그램 형식으로 비교한 내용을 담을 계획이다.

김소연 기자 syki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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