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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에 취하다] 20세기 팝의 전설… '더벅머리 4총사' 비틀즈

입력 2015-04-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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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작지만 위대한 나라입니다. 셰익스피어, 처칠, 비틀즈, 숀 코넬리, 해리포터의 나라입니다.”

1999년, 세기말을 따뜻하게 장식한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서 영국 수상 역을 연기한 휴 그랜트의 명대사를 기억하는가.

 

신사의 나라 그러나 지금은 잠룡 신세인 영국이 전세계를 이끄는 강대국 미국에게 당당하게 자랑할 수 있는 전통과 문화 가운데는 비틀즈(Beatles)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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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리버풀 로큰롤 밴드 비틀즈가 활동한 기간은 1962년부터 1970년까지 단 8년. 채 10년이 안되는 기간 동안 20대의 더벅머리 영국남자들은 록과 클래식을 넘나들며 20세기 팝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이들은 반전과 평화를 외치던 시대의 아이콘이자 전설이었다. 

 

1999년, 미국 레코드산업협회에 따르면 이들의 앨범은 총 1억 600만장이 판매됐고 타임지가 뽑은 20세기 최고의 아티스트로 선정됐다. 

 

‘예스터데이’, ‘렛잇비’, ‘헤이 주드’, ‘오블라디 오블라다’ 등 숱한 히트곡이 세계인의 입과 입을 통해 노래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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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논과 함께 비틀즈의 양대산맥인 폴 매카트니가 내달 2일 오후 8시,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역사적인 내한공연을 갖는다. 

 

지난해 한차례 내한하려고 했지만 바이러스 질환으로 공연을 취소하고 앓아 누웠던 그다. 

 

건강한 모습으로 무사히 한국을 찾는 폴 매카트니의 공연에 발 맞춰 브릿지경제 문화부 기자들이 추억하는 비틀즈에 대한 기억 한 조각을 털어놓는다.


◇ 비틀즈에 대한 경외, ‘예스터데이’

재즈도, 로큰롤도, 모던 록도 첫 시작은 드럼이었다.

 

‘차르르’ 혹은 ‘창창창창’ 리듬에 맞춰 다양하게도 울려대는 드럼 사운드에 대부분 음악장르에 빠져 들었다. 밴드의 항상 맨 뒤에서 나는 그 소리가 이상하게 좋았다. 

 

하지만 그 첫 시작이 다른, 유일한 음악이 비틀즈다. 교복자락을 휘날리며 천방지축으로 날뛰던 중학교 시절 학교 앞 레코드가게에는 근처 남고의 스쿨밴드 보컬이 상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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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 (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

 

언제나 통기타를 들고 ‘차차찬찬~’ 소리를 내며 흥얼거렸다.

알 수 없는 언어로 흥얼거리는 그 목소리가 좋아서, 힘 있는 연주도 아닌데 이상하게 마음을 울리는 기타소리에 끌려서 열심히도 드나들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발걸음이 점차 뜸해지더니 몇 개월 지나지 않아 그는 더 이상 오지 않게 됐다. 말 한번 걸어보지 못했고 아는 체할 용기도 없는 덕분(?)에 레코드 가게 주인과 친해져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돼버렸다. 

 

그 후로도 몇 번을 드나들었지만 그는 더 이상 만나지지 않았다. 레코드 가게 주인이 ‘그 연주곡’이라며 틀어준 노래는 이상하게 허했다.

중학교 졸업식을 앞두고 레코드 가게 주인이 선물한 카세트테이프를 보고야 알았다. 

 

그 곡은 비틀즈의 그 유명한 ‘예스터데이(Yesterday)’였다. 1965년 영국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녹음해 발표한 앨범 ‘Help!’ 수록곡으로 가장 많은 리메이크와 커버가 된 비틀즈의 대표곡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성장해 통기타를 배우겠다고 집어든 악보가 ‘겁도 없이’ 그 ‘예스터데이’였다. 

 

어쩌면 첫사랑이었을지도 모를 그를 떠올리며 ‘차차찬찬~’을 기대지만 첫 소리부터 쉽지 않았다. 그 후로 이어지는 코드는 말할 것도 없이 버벅거림의 연속이었다.

간단하고 자연스러워 보이던 ‘예스터데이’의 코드는 만만치가 않다. 

 

코드 진행은 범상치 않고 손가락이며 품안에서 울려대는 통기타의 바디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소리만을 비명처럼 질러댔다. 

 

“에라이~” 결국 집어 던졌다. 그리고 그 후로 다시는 통기타를 잡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리고 비틀즈에 대한 존경심은 경외감으로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괜히 비틀즈가 아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 브라 위에 인생? ‘오블라디 오블라다’

수많은 가수들의 노래가 그렇지만 유독 비틀즈의 가사들은 세월이 흐를수록 가슴에 와닿는다. 

 

그중 비틀즈의 ‘화이트 앨범’(1968)에 수록된 ‘오 블라디 오블라다(Obladi Oblada)’는 듣자마자 신나는 리듬에 매료되고, 가사를 음미하면서 ‘음. 인생이란 이런 거군’이란 생각을 하게 되는 곡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오블라디 오블라다’는 자메이카 말로, “뭐 어때”, “다 괜찮아” 같은 의미로 한쌍의 커플이 사랑하게 되고, 아이를 낳고, 그렇게 인생은 흘러간다는 의미다.

문제는 내가 이 앨범을 초등학교 때 들었다는 데 있다. 

 

지금이야 당연히 초등학교 때 초경을 하고, 속옷을 갖춰 입는다지만 상대적으로 덜 성숙(?)한 당시 국민학교 고학년 언니들은 봉긋이 솟아나오는 가슴을 가리려 갖은 애를 다 썼었다. 

 

‘Life goes on,bra’를 직역해 언니한테 ‘브래지어 위에 인생이 있다는 거야?’라고 물었다가 막 사춘기가 시작된 언니한테 죽어라 맞은 기억도 있다. 

 

아마도 언니는 그 당시 브래지어를 막 하게 된 시기였던 것 같다. 

 

당시 3녀 1남을 둔 엄마는 동네에서 알아주는, 지금으로 말하면 선행 학습의 선도자였다. 초등학교 입학 전 구구단과 알파벳을 완전히 떼고 들어갔으니 이 정도 번역이야 우스웠던 것이다.

물론 여기서의 ‘bra’는 ‘blah’ 같은 환호성이다. 번역본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시기였으니 비틀즈의 이 노래가 나올 때마다 언니한테 꿀밤을 맞았던 이마 언저리가 다시금 시큰거린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20대 중반 무렵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에 ‘bra’를 속옷으로 알았다는 글을 읽었을 때 어찌나 반가웠던지…. 그렇게 생각한 게 나 혼자만이 아니라면 아래 이메일로 연락주세요. 번개 한번?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 그녀는 ‘난 년’이다…존 레논의 뮤즈, 오노 요코

뮤즈(Muse).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시, 음악을 관장하는 아홉 명의 여신을 뜻한다. 

 

현대에 와서는 작가에게 영감을 주는 이들(여성)을 지칭하는 의미로 쓰인다. 누군가의 뮤즈가 되는 것만큼 섹시하고 가치있게 사랑을 나누는 일이 또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오노 요코는 한마디로 ‘난 년’이다. 오노 요코를 만난 존 레논은 가뜩이나 불화설이 돌았던 비틀즈를 탈퇴했고 아내와 함께 평화와 반전을 외쳤다. 

 

오노 요코
오노 요코
그 유명한 ‘이매진(Imagine)’은 오노 요코와 가장 행복했던 시기인 1971년에 만들어진 노래니 존 레논의 음악 인생에서 오노 요코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감히 가늠해 볼 수 있다. 

 

 

존 레논은 생전 자신의 프로필을 “1940년 10월 9일 출생.1966년 오노 요코를 만남”이라고 적었고 마크 채프먼의 총알에 암살당하기 6시간 전, ‘롤링스톤’지와의 인터뷰에서 요코보다 먼저 죽고 싶다고 고백했다. 

 

물론 비틀즈의 충성도 높은 팬들은 요코에 대해 “세계인이 가장 싫어하는 인물”, “비틀즈를 해체시킨 주범”, “존 레논을 죽음으로 이끈 마녀”라고 지칭하지만, 누군가에게 이렇게 극적인 사랑과 미움을 동시에 받는 것도 그녀가 ‘난 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아닐까. 

 

사실 오노 요코는 존 레논을 만나기 전까지 ‘비틀즈’라는 그룹 자체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오노 요코가 폴 매카트니와 롤링 스톤즈의 믹 재거에게도 대시했다고(결과는 중요하지 않다!)하고 심지어 존 레논 사후 그녀의 행적들을 보면 어쩐지 그러한 가십들이 사실일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남들은 두 번 세 번 한다는 결혼을 마흔이 가깝도록 한번도 못한 기자 입장에서 이제는 80이 넘은 이 할머니의 과거연애사를 복기하며 “배워야 한다”고 주장해 본다. 물론 다시 태어나야 가능할 것 같긴 하지만.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 OST로 듣는 비틀즈. 영화 ‘아이 엠 샘’


지금은 훌쩍 커버린 할리우드 배우 다코타 패닝이 출연한 영화 ‘아이 엠 샘(I am Sam)’은 비틀즈 노래로 엮은 영화다.

 

샘(숀 펜)의 아내가 갓 태어난 루시(다코타 패닝)을 버리고 도망치는 장면에서는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가 흘러나온다. 

 

극 중 딸의 이름이 루시인 것도 비틀즈를 사랑하는 아빠 샘의 마음이 담겨서다. 아이가 누워있는 벽에는 비틀즈의 사진이 있고 기저귀에도 존 레논의 얼굴이 그려진 배지가 달려있다.

영화에는 비틀즈의 애비로드 앨범을 패러디한 장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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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 엠 샘’의 한 장면

 

횡단보도 위를 자유롭게 건너는 비틀즈 멤버들처럼 샘과 루시도 주황색 풍선을 들고 힘차게 도로를 가로지른다. 이때 등장하는 음악이 ‘Across the universe’다.

사회는 7살 지능을 가진 샘과 루시를 그냥 두지 않는다. 6살인 루시는 철이 들수록 자신의 아빠가 남과 다른 걸 눈치채고 더 똑똑해지려 노력하지만 오히려 그런 행동이 주위 어른들에게 걱정을 안긴다. 

 

샘은 루시가 다니던 유치원 학예회 때 약간의 소동을 벌인 것을 계기로 결국 정부에 의해 양육권을 박탈당한다. 

 

슬픔에 잠긴 루시의 눈 뒤로 몽환적 가사가 특징인 비틀즈의 ‘Strawberry fields forever’가 흐른다. 세상 저 멀리 있는 곳에서 아빠와 단둘이 살고 싶은 루시의 소박한 바람이 노래에 고스란히 담겼다.

저작권 문제로 비틀즈 원곡이 그대로 담기진 않았다. 각기 다른 감성을 지닌 가수가 저마다의 개성을 담아 비틀즈 노래는 색다르다. 

 

특히 무겁고 남성적인 목소리의 호주 출신 가수 닉 케이브가 부른 ‘렛잇비(Let it be)’는 원곡과는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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