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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성공한 사람들의 약점

입력 2018-01-03 15:30 | 신문게재 2018-01-0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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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국내 프로야구의 박한이 선수는 타석에 들어선 후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모습을 보이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먼저 발로 흙을 고르고 장갑 벨크로를 떼었다 붙인다. 제자리에서 2회 점프 후 양 발을 부딪치고 고객을 숙여 헬멧을 벗고 얼굴 부근을 2번 쓸어 올린 뒤 다시 착용한다. 배팅 박스에 두 발을 벌리고 고정시키며 왼쪽 허벅지를 탁 친다. 야구 배트로 바닥에 직선을 긋고 연습 스윙을 한번 한 뒤에야 타격에 들어간다. 이러한 무의식적 반복 행위는 스포츠 분야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호날두는 프리킥을 할 때 슛을 쏘기 전 준비동작에서 5야드 뒤로 물러서는 반복행동을 한다.

우연한 사건들을 계기로 무의식적으로 반복적인 행동 패턴을 갖게 되는 것은 조작적 조건화(operant conditioning) 과정 때문이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스키너는 비둘기를 서로 다른 새장에 가둬놓고 정기적으로 먹이를 주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새들이 저마다 기이한 행동을 시작했다. 빙빙 원을 도는가 하면 머리를 위아래로 까닥이거나 새장 밖으로 고개를 내밀기도 했다. 알고 보니 새들의 이런 행동은 먹이를 받아먹기 바로 직전의 행위였다. 박한이, 호날두 선수처럼 큰 성과물을 달성하기 이전에 그들이 하고 있던 행위에 기초한 것으로 우연의 일치가 낳은 결과다.

그렇다면 왜 이런 무의식적으로 반복적인 행동을 하는 걸까? 답은 우리가 너무나 불확실한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삶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은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간이든 동물이든 불확실성을 극복할 방법이 필요하다. 그렇다. 무의식적 반복행동은 불확실한 상황을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과 심리적 안정을 갖게 해주고 이런 행위가 결과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행동이 우리의 일상 삶에서도 쉽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쥬라기 공원’의 저자인 마이클 크라이튼은 새로운 소설을 집필할 때 항상 점심으로 똑같은 것을 먹는다. 대부분의 사람은 숫자 13을 두려워한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같은 테이블에 열세 명이 함께 앉아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게 저녁 때 사람들에게 비상식을 제공하는 회사도 있다. 중요한 시험 전날에는 머리를 감지 않거나 미역국을 먹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이러한 무의식적 행동이 미래 사건에 대한 결과를 더욱 강화시킨다. 그렇게 하면 항상 긍정적 효과만 있는 걸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슨 일이든 삼세번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일정 기간 동안 기쁘거나 슬픈 일이 세 번 일어난 예들을 증거로 제시한다. 하지만 이런 증거들은 문제가 많다. 왜냐하면 우리는 어떤 일이 세 번 연달아 일어난 경우는 잘 기억하지만 그렇지 않았을 때는 쉽게 잊어버리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성공한 사람들이 실패 가능성이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행위 결과 중 긍정적 효과만 기억하고 부정적 결과는 쉽게 잊어버리기 때문에 항상 자신은 성공할 수 있다고 자만한다. 요컨대 심리학자인 스튜어트 비제(Stuart Vyse)는 “인간 이성의 취약성이야말로 무의식적 행동을 낳는 가장 강력하고 유일한 원천”이라며 인간의 행동을 경고한다.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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