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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엘리펀트송’ ‘마마돈크라이’ 고영빈 “앞으로 30년, 영혼이 죽지 않는 뱀파이어로!”

입력 2020-01-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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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연극 ‘엘리펀트송’, 뮤지컬 ‘마마돈크라이’의 고영빈(사진=썸스튜디오 서정준 기자)

 

“제 안에 서늘함과 악(惡)이란 것이 독하게 많지 않나 봐요. 제가 만들어가는 캐릭터들에는 인간의 나약함이 항상 존재하는 것 같거든요. 무대에서도 제대로 된 악역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2월 28일까지 백암아트홀)의 12회차 공연을 마치고 연극 ‘엘리펀트송’(2월 16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3관) 무대에 오르며 뮤지컬 ‘마마돈크라이’(2월 28~5월 17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10주년을 준비 중인 고영빈은 이렇게 말했다.

베스트셀러 작가로 성공하기 위해 앞만 보고 내달리다 친구 앨빈 켈비(이석준·정동화·이창용·정원영, 이하 관람배우·시즌합류·가나다 순)를 잃고서야 소중함을 깨닫는 토마스 위버(고영빈·김다현·조성윤·강필석·송원근) 뿐 아니다.

크리스마스이브를 앞두고 실종된 의사 로렌스를 찾기 위해 그의 환자 마이클(곽동연·강승호·정일우)을 예민하게 다그치는 ‘엘리펀트송’의 그린버그 원장(고영빈·이석준·양승리)도, 영원히 사는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프로페서 브이(허규·송용진·송유택·조형균·백형훈·양지원·최민우)를 사로잡는 드라큘라 백작(고영빈·박영수·이충주·고훈정·김찬호·이승헌·장지후·노윤)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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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엘리펀트송’에서 고영빈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마이클들. 위부터 곽동연, 강승호, 정일우(사진제공=나인스토리)
“인간은 누구나 나약하잖아요. 겁나고 실패가 두렵고…‘세종, 1446’의 태종마저도 여린 부분들이 보이는 것 같아요. 냉철함과 강인함 속에 그런 면이 있죠.”


◇연극 ‘엘리펀트송’의 대견한 후배들, 곽동연·정일우·강승호

“(곽)동연이를 아주 많이 칭찬하고 싶어요. 사실 저랑 같은 띠예요. (12간지를) 두번이나 돌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무대를 더 많이 해도 좋을 아이 같아요. 무섭게 잘하죠. 연기에 대한 감을 타고난 부분들이 있어요.”

고영빈은 로렌스 박사를 찾기 위해 소년 마이클을 다그치는 과정에서 약점을 드러내고 성장하는 그린버그 원장으로 무대에 함께 오르는 곽동연에 대해 극찬을 털어놓았다. 이어 “즉흥적이기도 한데 너무 좋다”며 “상대를 무대에서 자극해 새로운 모습을 끄집어내주는 배우”라고 표현했다.

연극 ‘엘리펀트송’은 저명한 정신과 의사 그린버그 원장이 돌연 사라진 로렌스를 찾기 위해 그의 환자 마이클와 벌이는 심리전을 담고 있다. 유일한 목격자이자 사건의 실마리를 쥔 마이클과의 불편하고도 위험한 게임에 휘말리며 충격적인 반전을 맞는 작품으로 2004년 캐나다 초연 후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서 공연돼 사랑받았다.

2014년 자비에 돌란 주연의 영화로 제작돼 사랑받았으며 2015년 한국에서 초연된 후 2016년, 2017년에 이어 4번째 시즌이 공연 중이다. 고영빈은 2016년 재연부터 그린버그 원장으로 합류해 매 시즌 무대에 오르고 있다.

“사실 세 배우가 다 너무 잘 해요. (정)일우는 매우 진지한 배우예요. 진정성 있게 다가서려고 늘 노력하는 모습이 참 예쁘게 무대에서 표현돼 대견스럽죠. (강)승호는 워낙 데뷔 때부터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후배였어요. 어리지만 같이하면서 편안하고 믿음이 가죠.”


◇10주년 ‘마마돈크라이’ 걱정은 태산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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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년을 맞은 ‘마마돈크라이’에서 드라큘라 백작으로 분할 고영빈(사진제공=알앤디웍스)

 

“제가 밑도 끝도 없이 뻔뻔스럽게 멋있음을 깔고 가야하는 작품이어서 자꾸만 덜컥 덜컥 걸려요. ‘스토리’는 7살부터 앨빈과 호흡을 맞추면서 어린 아이의 정서만 표현해주면 되거든요. 어린 아이와 어른의 가장 큰 차이는 말투나 행동이에요. 뚝뚝 끊어지거나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차이죠. 하지만 백작은 늙지 않는 아름다운 인물이다 보니 제 스스로 마인드콘트롤이 엄청 필요한 캐릭터죠.”

‘사춘기’ ‘최후진술’ ‘해적’ 등으로 마니아를 형성한 이희준 작가·박정아 작곡가·김운기 연출로 초연된 뮤지컬 ‘마마돈크라이’는 타고난 천재성, 병적인 수줍음 등으로 사회생활도, 연애도 쉽지 않은 프로페서 브이가 타임머신을 타고 치명적인 매력의 드라큘라 백작을 만나 위험한 계약을 맺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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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연극 ‘엘리펀트송’, 뮤지컬 ‘마마돈크라이’의 고영빈(사진=썸스튜디오 서정준 기자)
10주년을 맞아 ‘마마돈크라이’ 드라큘라 백작으로 12회차에 걸쳐 무대에 오를 고영빈은 “10주년이 아니었다면 엄두도 못낼 작품”이라며 “걱정이 태산”이라고 토로했다.

“좀 미안할 정도예요. 사실 지금 제가 하기에는 저 스스로도 많이 부끄러운 작품이거든요. 프로페서 브이가 백작 얼굴을 보면서 ‘이렇게 아름답다’ 등의 대사들을 하는데 어떻게 버텨야 하지 싶어요. 서사는 없고 멋있어야 하고 늙지도 않아야하고…살짝 후회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고영빈이 ‘마마돈크라이’ 10주년 공연 출연 제의를 아무 말 않고 받아들인 이유는 그에게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와 ‘마마돈크라이’는 “10주년 무대에 안오를 수 없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영빈의 전언처럼 “처음엔 다섯 번만 한다고 했다가 열두 번의 무대에 오르게 됐다.”

“그래도 ‘스토리’는 이석준 배우와만 호흡을 맞추면 됐는데 ‘마마돈크라이’는 허규·송용진과 송유택·최민우, 네 배우를 만나요. 허규와 송용진 배우는 프로페서 브이로 오래 호흡을 맞춘 배우지만 송유택·최민우 배우는 한번도 같이 한 적도, 공연을 본 적도 없어서 두렵고 걱정스러워요. 제(백작)가 20여분 있다가 등장하는데 프로페서 브이에 따라 객석 공기가 다르거든요.”

그리곤 “처음 합류해 만들 때부터 ‘마마돈크라이’는 많이 괴로웠던 작품”이라며 “기승전결 없이 배우들이 끊임없이 스토리를 찾아가고 그 안에 자기 정서를 담아내는 매력적인 작업”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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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연극 ‘엘리펀트송’, 뮤지컬 ‘마마돈크라이’의 고영빈(사진=썸스튜디오 서정준 기자)

 

“발상의 전환 같아요. 처음엔 재밌는 B급 코미디 내지는 가볍게 볼 수 있는 스타일리시한 작품을 만들자 했어요. 저희끼리는 되게 재밌게 만들었고 말도 안되는 멋도 많이 부렸던 작품이죠. 제 출연작 중 몸을 먼저 만들어야하는 유일한 작품이어서 일단은 복부에 쌓인 지방들을 빨리 빼야해요.”

이어 “예전에는 백작이 가진 사연들을 정말 많이 만들었는데 지금은 머리를 비워내고 있다”며 “10주년이라 출연을 결정했지만 오래 기다려준 분들이 계시고 12회차만 무대에 오르니 한회 한회 허투루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준비 중”이라고 말을 보탰다.

“한 천재 물리학자가 어느 날 밤에 꿨던 재밌는 꿈 얘기를 하나 듣는다는 마음으로 보시면 좋겠어요. 평생 살 수밖에 없는 백작의 슬픔, 죽음을 선택하기 위해 이용하는 브이, 하지만 죽지 못하는 복잡난해한 이야기죠. 실생활에서는 전혀 접할 수 없는 재밌는 꿈같은 뮤지컬이네, 백작 멋있다, 프로페서 브이들 잘한다…하면서 보시면 좋겠어요. 게다가 배우들에 따라서 전혀 다른 정서들이 충실하게 쌓이면서 각자 다른 이야기와 재미들이 생겨나거든요.”


◇톰과 그린버그 그리고 백작,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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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연극 ‘엘리펀트송’, 뮤지컬 ‘마마돈크라이’의 고영빈(사진=썸스튜디오 서정준 기자)

“분명 다들 성장했을 거예요. 특히 ‘스토리’의 톰은 분명 행복해졌을 거라고 믿어요. 하지만 ‘엘리펀트송’의 그린버그나 ‘마마돈크라이’의 백작은….”

고영빈은 친구를 잃고서야 소중함을 깨달은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토마스를 비롯해 충격적 반전으로 많은 것들을 감당해야하는 ‘엘리펀트송’ 그린버그 원장, 결국 영원한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 ‘마마돈크라이’ 드라큘라 백작의 엔딩 그 후에 대한 상상을 털어놓기도 했다.

“제가 그린버그라면 미치거나 귀농했을 것 같아요. 현실적으로는 해나오지 못할 충격이죠. 하지만 간절히 바라요. 그린버그 같은 사회적 유명인사, 너무 많은 스트레스에 둘러싸인 이들이 마이클처럼 순수하지만 닫힌 영혼과의 일들을 계기로 더 이상 다치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찾아갔기를요.”

그리곤 “제발 그러길 바란다” 다시 한번 강조하며 “저라면 못살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막이 내려간 후 ‘마마돈크라이’ 백작의 모습에 대해서는 “만화책 속으로 들어가지 않았을까요?”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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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데레우스’에서 갈릴레이로 분했던 고영빈(사진제공=랑)
“공연이 끝나면 거대한 만화책이 펴지면서 장면이 그림으로 바뀌는 거죠. 다음 편을 기대하게 하는 만화 주인공처럼요.”


◇심폐소생극 ‘세종, 1446’ ‘시데레우스’, 그 10주년을 기다리며

“그냥 살면서 너무 복잡했던 것 같아요. 이루고 싶은 것도 많았고 어떻게 살아야할지도 막막했고 뭐가 행복한건지도 모르겠고…사람들과 늘 만나고 생활하는데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랬어요.”

고영빈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내내 이어졌던 슬럼프에 대해 이렇게 털어놓았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캐스팅 제의에 유독 바빴고 상도 받았으며 뉴욕으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특별한 계기도 없이 ‘모든 것들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한 가지만 오래 하는 데서 오는 무의미함 같았요. 제일 컸던 건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평가절하였어요. 여기까지가 끝이고 더는 뭔가가 없을 것 같은 느낌이었죠.”

이어 “뭔가에 가려졌었는지 더 이상 노력도 안하면서 ‘나는 이 정도까지인가 보다’에 빠져들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리곤 “그때의 저는 지금까지 했는데도 안되는 건 안되는 거라고 포기해 버렸다”며 “안됐으면 뭐가, 왜 안됐는지 시간을 가지고 만들었어야 하는데 그럴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예전에는 노래하고 싶지 않았고 음악도 듣고 싶지 않았어요. 제 삶이 되게 복잡했어요. 토마스처럼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연기도 안 되고 너무 뜬구름 잡는 거 같고…그런 시기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이어졌죠. 스스로 저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했고 안되는 건 빨리 포기하곤 했어요. 그런 생각들이 저를 가로 막고 있었던 거죠. 사람에 따라 될 때까지 필요한 시간이 다르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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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세종, 1446’ 중 태종 역의 고영빈(왼쪽)과 세종 정상윤(사진제공=HJ컬쳐)

 

그런 그를 일으킨 건 “감사하게도 끊이지 않은 일”이었다. 고영빈은 “일이 없었다면 귀농을 했을 수도 있다. TV는 꺼버리고 영화든 공연이든 극장 극처에도 안갔을 것”이라며 가장 힘들 때 자신을 일으켜준 ‘심폐소생극’(?)으로 뮤지컬 ‘세종, 1446’과 ‘시데레우스’를 꼽았다.

“두 작품에 대한 애착이 너무 커요. 거의 죽어가는 저의 세포를 살려준 작품들이죠. ‘세종, 1446’은 저를 전혀 모르는데도 믿고 맡겨줬던 감사한 작품이고 ‘시데레우스’는 ‘그리스’ 초연(2003년) 때 오디컴퍼니에서 처음 만나 인연을 맺은 랑의 신동은 제작프로듀서, 안영수 대표와 함께 해 의미가 컸죠.”

‘시데레우스’ 공연 당시에는 2015년 ‘마마돈크라이’ 연습 도중 터진 디스크가 재발해 제대로 걷지도 못하던 상황에서도 “무대에만 오르면 그렇게 재밌었다”고 털어놓았다.

“두 작품 때문에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든, ‘엘리펀트송’이든, ‘마마돈크라이’든 했던 작품들을 다시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는 심폐소생해준 ‘세종, 1446’ ‘시데레우스’의 10주년을 바라보면서 행복하게 무대에 서지 않을까 싶어요.”


◇30년 동안의 사춘기 “앞으로 30년, 영혼이 죽지 않는 뱀파이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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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연극 ‘엘리펀트송’, 뮤지컬 ‘마마돈크라이’의 고영빈(사진=썸스튜디오 서정준 기자)

 

“올해는 발동이 걸려 있는 상태예요. 4년 동안 침체돼 있다가 조금씩 올라오더니 이제는 뭔가를 많이 하고 싶은 상태죠. 한번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는 음악적 훈련, 보컬 레슨도 시작했어요.”

이어 “올해도 신작을 꼭 했으면 좋겠다”는 고영빈은 올해 11월에 한국 초연되는 뮤지컬 ‘더 그레이트 코맷’(Natasha, Pierre&the Great Comet of 1812)의 피에르 역에 대한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더 그레이트 코맷’은 러시아 문학거장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모티프로 한 이머시브 뮤지컬로 19세기 러시아 귀족의 살롱을 연상시키는 무대와 일레트로-팝 오페라 넘버로 무장했다.

전쟁에 나간 약혼자를 기다리는 러시아 백작의 스무 살짜리 딸 나타샤와 불행한 결혼생활, 삶에 대한 회의로 겉도는 귀족 피에르, 매력적인 젊은 군인 아나톨 등이 꾸려가는 이야기다. ‘헤드윅’ ‘알앤제이’ 등의 뮤지컬제작사 쇼노트가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프로덕션에 투자했던 작품으로 피에르는 유명 팝페라 가수 조쉬 그로반(Josh Groban)이 연기하기도 했다.

“흘러가는 대로 맡겼던 것 같아요. 의욕이 없는데 의욕을 가지겠다고 뭔가를 판단하고 시도하면 가지 말아야할, 엉둥한 길을 걷게 되는 것 같아요. 그냥 그런 거예요. 죽었다 생각하고 삶이 흘러가는 대로 두면서 오라는 데 가고 하라는 걸 하다 보니 지금에 이르렀죠. 그 과정에서 심폐소생을 해준 작품들, 인간관계들, 자그마한 행운들, 가족의 기쁜 일들을 만났고 어느 순간엔가 에너지와 의지로 충만한 채 환한 빛에 서 있는 저를 발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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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연극 ‘엘리펀트송’, 뮤지컬 ‘마마돈크라이’의 고영빈(사진=썸스튜디오 서정준 기자)
좌절하고 힘든 시간을 극복한 데 대해 이렇게 전한 고영빈은 “안좋은 시간이 왔다면 분명 돌아서 또 다시 좋은 시간으로 간다고 믿는다”며 “견디기 힘들면 그냥 맡기면 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시간이 나를 그렇게 만든 거라면 힘든 시기도 결국 견뎌내야 할 시간이더라고요. 저는 내적 갈등, 많은 고민들로 오랜 세월을 보냈어요. 티 안나는 사춘기가 길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 사춘기가 온 게 아니라 30년 정도 계속된 느낌이랄까요. 겉으로는 고요해보이지만 내적갈등은 거의 백조 수준이죠.”

이제야 그 오랜 사춘기를 즐기기 시작했다는 고영빈은 “앞으로는 매해 매순간 배우로서 많이 발전하는 시간을 살아가고 싶다”며 “더 좋은 모습, 오래 오래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사춘기를 겪는 30년 동안은 고민만 했어요. 한두 번인가는 벗어나 보려고 도망도 갔었죠. 하지만 부질없더라고요. ‘마마돈크라이’의 백작이 죽으려고 기를 쓰는데 뜻대로 안되는 것처럼요. 어쩔 수 없는 뮤지컬 배우인가봐요. 다 내려놓고 ‘이제 끝인가 보다’ 하면서도 끄집어내는 게 또 뮤지컬인 걸 보면.”

그리곤 ‘시데레우스’ ‘세종, 1446’의 10주년을 비롯해 “‘프리실라’ ‘라카지’ ‘조지엠코핸 투나잇!’ ‘벽을 뚫는 남자’ ‘컴퍼니’ 등 출연했던 작품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지금 하라면 진짜 잘할 것 같다”고 말을 보탰다.

“제 모습을 돌아보기 보다 앞으로 더 잘 살고 싶어요. 인간답고 착하게요. 제 이면의 지질하고 못나고 악마 같은 모습은 돌아보고 싶지 않아요. 제 삶을 뮤지컬 배우답게 마무리하기로 마음먹었거든요. 이제야 철이 좀 드나 봐요. 2020년은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준비를 하는 해로 만들고 싶어요. 30년의 사춘기를 발판 삼아 정반대의 30년을 살아야죠. 진짜 뮤지컬 장인으로, 영혼이 죽지 않은 뱀파이어로.”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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