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주연배우인 티모시 샬라메에게 연기를 지도 하고 있는 드니 빌뇌브 감독.(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 |
발빠르게 2편 제작에 착수한 영화 ‘듄’.(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 |
영화 ‘라스트 듀얼:최후의 결투’의 공식 포스터.(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재미있게도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를 들고 온 리들리 스콧도 젊은 시절 ‘듄’의 영화화를 제안받았다. 하지만 그는 ‘블레이드 러너’라는 기념비적인 SF를 완성한 장본인이었기에 굳이 미래 세계에 매력을 못 느낀 게 아닌가 싶다. 대신 긴 세월이 흘러 실제 14세기 프랑스에서 벌어진 미투운동에 집중한다.
프랑스 역사를 뒤흔든 마지막 결투 재판 실화를 바탕으로 한 ‘라스트 듀얼’은 재산과 지위가 아무리 높아도 남편의 도움 없이는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고 불합리한 일을 당해도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시대에 침묵을 거부한 한 여인의 이야기를 그린다. 총 3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는 영화는 자상하고 정의로운 남편 장(맷 데이먼)의 시선과 타고난 두뇌, 처세술을 지닌 남편의 친구이자 라이벌인 자크(아담 드라이버) 그리고 귀족부인 마그리트(조디 코머)의 시선으로 그날의 사건을 다룬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참석해 관객들의 환호를 받고 있는 리들리 스콧 감독.(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후계자를 낳아야지만 인정받았던 아내라는 지위와 남편이 없는 사이 강간을 당한 여성 그리고 침묵을 강요받는 며느리이자 피해자로서의 모습이 묘하게 교차된다. 극중 마그리트의 고군분투는 현대에도 빈번히 일어나는 부당함이기도 하다. 영화는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결투의 승자가 정의로 판정받게 되는 부당함에 목소리를 내는 마그리트의 모습을 가장 후반부에 배치해 시대적으로 반복되는 남성성의 미개함을 정조준한다.
주인공의 우열을 가리긴 힘들지만 ‘굿 윌 헌팅’으로 제70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을 수상한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이 24년 만에 공동 각본 및 출연으로 다시 만나 ‘못남 남자’의 전형을 경쟁하듯 보여주는 점이 영화에 재미를 더한다. 특히 진실과 관계없이 실제로 펼쳐졌던 결투 재판신을 재현한 후반 20분은 이 영화의 백미다. 남편이 지면 아내까지 화형을 당하는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가문의 명예만을 위해 덤비는 장과 끝까지 거짓을 고수하는 자크의 대결에 진정한 승자는 없다.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사회와 관념이 바뀌었어도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이 밟는 가시밭길을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은 간과하지 않는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지금 세계 어느 나라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더 공감하며 작품을 만들었다. 작품을 만들 때마다 책임감을 느끼며 유익함을 추구하려고 한다. 이 영화에도 아주 강력한 메시지가 들어있다”고 밝혔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