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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두 거장 감독이 각자 과거와 미래로 걸어간 이유는?

[문화공작소] 지난 20일 국내 개봉한 영화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와 '듄'
SF개척한 리들리 스콧 14세기 실제 일어난 미투사건에 집중
'대세감독'드니 빌뇌브 "이 영화를 찍는건 내 평생의 꿈"

입력 2021-10-25 18:00 | 신문게재 2021-10-2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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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감독
현장에서 주연배우인 티모시 샬라메에게 연기를 지도 하고 있는 드니 빌뇌브 감독.(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

 

영화계를 주름잡고 있는 거장 감독 두명이 치열한 스크린 대결을 펼친다. 시대를 이끈 선배와 치고 나가는 후배의 모양새가 아니다. 이들은 각자 과감히 과거로 돌아가거나 미래를 향해 거침없는 행보에 나선다. 영화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를 들고온 리들리 스콧 감독과 SF 블록버스터 ‘듄’을 완성한 드니 빌뇌브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두 작품 모두 화려한 캐스팅과 독특한 세계관이 시선을 끈다. 두 감독의 인연도 흥미롭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 속편 ‘블레이드 러너 2049’를 연출한 감독이 드니 빌뇌브기 때문.

지난 20일 나란히 국내 개봉에 나선 두 작품의 흥행은 ‘듄’이 선점한 모양새다. 개봉 첫날 전국에서 6만 명의 관객을 모은 ‘듄’은 올해 워너브라더스가 낸 최고 오프닝 기록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개봉한 영화 중 ‘테넷’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관객을 불러 모았다. 전 세계적으로 2000만부가 판매될 정도로 뜨거운 사랑을 받은 프랭크 허버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듄’은 ‘스타워즈’ ‘에이리언’ ‘스타 크래프트’ 등에 영감을 주며 현대 대중문화사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기념비적인 고전으로 꼽힌다.

작가 생전에 6권까지 출간돼 거대한 연대기이자 우주를 배경으로 한 대하소설로 완성됐다. 수많은 감독이 영화화에 도전했지만 졸작에 그치거나 혹평을 피해가지 못했다. 원작의 방대함을 살리려면 16시간의 분량이 필요하다는 정설과 함께 고작(?) 136분으로 완성한 데이비드 린치 감독에게 이후 “1984년도에 완성한 ’듄‘은 내 영화에서 유일하게 자랑스럽지 않은 작품”이라고 하대받을 정도였다.

듄
발빠르게 2편 제작에 착수한 영화 ‘듄’.(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

 

독립예술영화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온 드니 빌뇌브는 아예 초반부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빼어난 영상미와 서사로 압축하며 논란을 잠재웠다. 155분으로 개봉된 2021년 판 ‘듄’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지금부터 9000년 후의 미래를 다루는 만큼 이질적이면서 우주적인 최첨단 기술이 집약돼 있다. 제작진은 사막 지역에서의 로케이션 촬영 진행과 실감 나는 세트로 우주 공간을 묘사해 역사적인 블록버스터를 탄생시켰다.

빌뇌브 감독은 “나에게 ‘듄’은 심리스릴러이자 어드벤처, 전쟁영화, 성장영화다. 그리고 심지어 러브스토리이기도 하다”는 말을 남겼는데 놀랍게도 이 한편에 감독이 말한 장르가 모두 녹아있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2편에 대한 기다림이다. 너무 길면 인간만사가 모두 그렇듯 잊혀질 것이고 너무 빨리 나와도 1편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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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스트 듀얼:최후의 결투’의 공식 포스터.(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재미있게도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를 들고 온 리들리 스콧도 젊은 시절 ‘듄’의 영화화를 제안받았다. 하지만 그는 ‘블레이드 러너’라는 기념비적인 SF를 완성한 장본인이었기에 굳이 미래 세계에 매력을 못 느낀 게 아닌가 싶다. 대신 긴 세월이 흘러 실제 14세기 프랑스에서 벌어진 미투운동에 집중한다.

 

프랑스 역사를 뒤흔든 마지막 결투 재판 실화를 바탕으로 한 ‘라스트 듀얼’은 재산과 지위가 아무리 높아도 남편의 도움 없이는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고 불합리한 일을 당해도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시대에 침묵을 거부한 한 여인의 이야기를 그린다. 총 3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는 영화는 자상하고 정의로운 남편 장(맷 데이먼)의 시선과 타고난 두뇌, 처세술을 지닌 남편의 친구이자 라이벌인 자크(아담 드라이버) 그리고 귀족부인 마그리트(조디 코머)의 시선으로 그날의 사건을 다룬다.

 

라스트듀얼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참석해 관객들의 환호를 받고 있는 리들리 스콧 감독.(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후계자를 낳아야지만 인정받았던 아내라는 지위와 남편이 없는 사이 강간을 당한 여성 그리고 침묵을 강요받는 며느리이자 피해자로서의 모습이 묘하게 교차된다. 극중 마그리트의 고군분투는 현대에도 빈번히 일어나는 부당함이기도 하다. 영화는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결투의 승자가 정의로 판정받게 되는 부당함에 목소리를 내는 마그리트의 모습을 가장 후반부에 배치해 시대적으로 반복되는 남성성의 미개함을 정조준한다.

 

주인공의 우열을 가리긴 힘들지만 ‘굿 윌 헌팅’으로 제70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을 수상한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이 24년 만에 공동 각본 및 출연으로 다시 만나 ‘못남 남자’의 전형을 경쟁하듯 보여주는 점이 영화에 재미를 더한다. 특히 진실과 관계없이 실제로 펼쳐졌던 결투 재판신을 재현한 후반 20분은 이 영화의 백미다. 남편이 지면 아내까지 화형을 당하는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가문의 명예만을 위해 덤비는 장과 끝까지 거짓을 고수하는 자크의 대결에 진정한 승자는 없다.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사회와 관념이 바뀌었어도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이 밟는  가시밭길을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은 간과하지 않는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지금 세계 어느 나라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더 공감하며 작품을 만들었다. 작품을 만들 때마다 책임감을 느끼며 유익함을 추구하려고 한다. 이 영화에도 아주 강력한 메시지가 들어있다”고 밝혔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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