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더불어 문화

[비바100] 돌인 듯 나인 듯 거대한 청동조각 사이를 거닐다…우고 론디노네 ‘Nuns and Monks by The Sea’

[Culture Board] 조각가 우고 론디노네 개인전

입력 2022-04-06 18:30 | 신문게재 2022-04-07 11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KookJeUntitled-1
우고 론디노네 개인전 ‘Nuns and Monks by The Sea’(사진=허미선 기자)

 

자연과 인간, 자연과 인공, 단단함과 연성, 꽉 참과 비움, 자연의 색과 형형색색의 채색…. 스위스 작가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 개인전 ‘Nuns and Monks by The Sea’(5월 15일까지 국제갤러리 서울점 K3, 부산점) 전시장에 늘어선 동명의 작품들은 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청동조각들이다. 

2013년 뉴욕 록펠러 센터 광장에서 선보인 ‘휴먼 네이처’(Human Nature), 2016년 네바다 사막의 돌탑형상을 한 ‘세븐 매직 마운틴스’(Seven Magic Mountains)에서 이어지는 연작들이다. 형태와 내용에서 다층적인 면을 품고 있는 이들은 거대한 돌 위에 작은 돌을 얹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는 조각들이다.

KookJeUntitled-3
우고 론디노네 개인전 ‘Nuns and Monks by The Sea’(사진=허미선 기자)
사제복의 디테일까지를 표현할 수 있는 석회암은 쉽게 부서지는 연성 재료다. 이에 작가는 석회암으로 원형을 만들고 이를 3D프린팅해 크기를 늘이고 청동을 입혀 바닷가의 수녀와 수도승을 구현했다. 

돌처럼 단단하고 무거워 보이지만 연성으로 잘 부서지는 석회암으로 원형을 만들었고 속은 비었다.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돌의 질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극과 극의 것들과 의미들 혹은 이질적인 것들이 다양한 상징성을 담고 우뚝 서 있다. 

‘바닷가의 수녀와 수도승’이라는 제목은 종교적인 메시지 보다는 인간의 내적 자아, 내면의 세계와 인간을 품는 자연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우고 론디노네는 외부에서 흔히 접하는 물질인 동시에 높은 밀도로 안팎의 경계를 만들어내기도 하는 돌이라는 재료에 대해 “자연적인 아름다운 형태의 구조적 특징과 시간을 축적하고 응집한 의미”를 짚어 믿음과 확신을 표하곤 한다. 

눈에 보이는 인간의 외형과 사유하는 내면을 ‘수녀’ ‘수도승’이라 명명한, 돌의 질감을 그대로 살린 인간 형상의 청동조각을 통해 내면과 외형이 조우하고 교류하도록 했다. 더불어 자연의 한 부분이기도 한 돌을 현대로 가져옴으로서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의 내면세계를 만들고 거대한 철학성과 예술적 조형 감각, 영원성과 시간성, 일상에서 받은 영감과 감성 등을 담아낸다. 

이번 전시장의 벽과 천장은 석회를 발라 바닥과의 차이를 최소화했고 자연광이 잘 드는 문에는 자외선 차단시트를 발라 구름이 가린 듯 연출했다. 이는 국제갤러리 윤혜정 이사의 설명처럼 “전시 자체가 작품으로 마치 처음부터 이곳에 있었던 것처럼 연출된 것”이다. 

KookJeUntitled-4
우고 론디노네 개인전 ‘Nuns and Monks by The Sea’(사진=허미선 기자)

 

이러한 시도는 작가 우고 론디노네가 의도한 “원시성과 색을 통한 현재성의 대조, 낯섦과 익숙함의 공존을 위한 것”이며 “관람객들이 어느 시간대에 와서 보든 색채와 그 색들이 담고 있는 뉘앙스를 그대로 전달받도록 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돌인 듯 사람인 듯, 단단한 듯 연성인 듯, 꽉 찬 듯 비어있는 듯, 자연 그 자체인 듯 사람에 의해 변형된 인공적인 것인 듯…대조되는 듯하지만 동질감이 느껴지는 청동조각들 사이를 거닐다 보면 ‘진짜 나’인 듯 어쩌면 ‘사실은 아닌 나’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