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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시간’과 ‘공간’의 교차점에서 강서경이 내딛는 봄을 향한 발걸음 ‘마치’

입력 2024-03-2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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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경
강서경 개인전 ‘마치’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현대사회에서 저마다가 굳건히 딛고 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땅의 규격을 표현해온 강서경 작가가 개인전 ‘마치’(March, 4월 28일까지 국제갤러리 K3)를 통해 봄의 시작을 알린다.

국제갤러리와의 첫 전시인 ‘마치’에서는 ‘시간성’에 대한 고찰을 다양한 방식으로 시각화한 신작 조각 및 회화군들을 만날 수 있다. 

 

강서경 작품세계의 근간은 세종대왕이 창안한 유량악보 ‘정간보’(井間譜)의 기호로 바둑판처럼 생긴 우물 정(井)과 모라(Mora, 음절의 한 마디보다 짧은 단위를 일컫는 언어학 용어)다.  

 

강서경 개인전 '마치'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강서경 개인전 ‘마치’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그 자체로는 어떤 의미를 가지지 않지만 이들이 모여 문장이 되기도, 문단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 그의 작업도 그렇다. 보이지 않는 매일의 시간을 쌓아올려 시각화하는가 하면 높지 않은 테이블에 캔버스들을 쌓아 올려두고 작업을 하다 물감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자 그 낙하지점에 아크릴 판넬들을 깔아놓고 그 위에서 작업을 하기도 한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그렇게 바닥에 생긴 자연스러운 물감의 흔적을 작품화함으로서 자신의 작업과 시간의 흔적을 담은 ‘모라_누하’ 연작들을 만날 수 있다. 

 

‘누하’는 그의 작업실이 있는 동네의 이름으로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씨실과 날실처럼 엮인 ‘정’ 시리즈와도 일맥상통하는 지점이다. ‘모라’ 연작이 시간성을 쌓아서 표현하는 작업이라는 ‘모라_누하’는 시간성에 공간성까지를 보탠 작품들이다. 

 

강서경 개인전 '마치'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강서경 개인전 ‘마치’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동그란 자수틀, 화문석, 매듭, 반투명 비단 등 공예적 요소가 돋보이는 재료들로 꾸린 강서경의 새로운 연작 ‘아워스’는 그가 지금껏 천착해온 시간성의 극대화다. 재료 자체가 지닌 시간성은 물론 절대적으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자수는 여성적 노동의 시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시간들(Hours)인 동시에 ‘우리들’(Ours)의 뜻을 동시에 지닌 ‘아워스’는 묶어내기도 분리하기도 하는 시간의 공유를 뜻하기도 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고립되고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꾸준히 작업했던 그의 신작들은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고 받아들이게 하는 예술적 수행의 방법 혹은 결과물”인 셈이다. 

 

강서경 개인전 '마치'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강서경 개인전 ‘마치’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전시장 중앙에는 브론즈를 처음으로 활용한 ‘산_아워스’ 연작이 걸려 있다. 전시장 전체를 동양화의 한 장면처럼 보이게 하는 이들은 브론즈를 구부리고 두드려 띠의 안과 밖의 질감을 완전히 다르게 함으로서 시간성의 소멸을 표현한 작품이다.

더불어 이 공간을 걷는 이들로 하여금 모빌처럼 매달려 어쩔 수 없이 움직이는 작품들을 통해 시간 그리고 공기의 흐름을 인지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산_아워스’를 비롯해 그와 대칭을 이루게 배치된 ‘산_꽃’까지 전시장은 그 자체로 3월이라는 ‘시간’과 전시장이라는 ‘공간’을 엮은 ‘산수화’가 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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