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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대선 한달 앞두고… 언론탄압인가 정당한 항의인가

[트렌드 Talk] 대선 한달 앞두고 언론 쥐고 흔드는 정치권

입력 2022-02-10 18:30 | 신문게재 2022-02-1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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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화면캡처

 

정당한 항의인가. 언론 탄압인가. 대선을 한달 앞두고 방송가가 다시금 뜨겁게 불 타 올랐다. SBS 라디오 ‘시사특공대’를 진행한 라디오국 이재익 PD가 지난 4일 방송에서 언급한 발언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를 겨냥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 측의 항의를 받은 SBS는 공정성·객관성을 훼손했다며 하루만에 이재익 PD를 진행자 자리에서 하차시켰다. 이 PD는 사측의 결정에 반발하며 자신의 개인블로그에 억울한 심경을 밝혔다.

발단은 이PD가 4일 방송에서 DJ DOC의 노래 ‘나 이런 사람이야’ 가사를 소개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방송에서 이 PD는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고 이 카드로 저 카드로 막고’라는 가사를 따라 부른 뒤 “가사가 의미심장합니다. 이런 사람은 절대로 뽑으면 안 돼요. 이런 사람이 넷 중에 누구라고 얘기하진 않았어요. 여러분들 머릿속에 있겠죠. 이런 가사를 들었을 때”라고 말했다. 이어 다시 한 번 가사를 강조하며 “그런 사람을 뽑으면 되겠어요, 안 되겠어요. 안 되겠죠. 누구라고 얘기하면 안 됩니다. 그럼 이 방송 없어져요”라며 웃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방송은 없어지지 않았지만 진행자인 이 PD가 경질됐다. 이 PD는 자신의 블로그에 “주말 사이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공정하지 못한 방송을 했다는 민주당 쪽의 항의가 들어왔다”며 “진행자 자리에서 물러나는 걸로 회사의 조치를 받아 당장 내일(7일)부터 물러나기로 했다”고 하차배경을 밝혔다.

억울한 마음도 토로했다. 이 PD는 “제가 의도한 방향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비판이었다. 내로남불은 제가 평소 방송에서 자주 분개했던 악습이고 네 후보 모두 소리 높여 비판하는 문제이기도 했다”며 “노래를 틀고 선곡의 의미를 자유롭게 해석하라고 청취자들에게 맡기는 것은 수없이 했던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SBS와 더불어민주당 양측 모두 항의가 있었던 건 인정했다. SBS는 “방송 내용에 대해 이재명 후보 캠프 측 항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런 항의는 종종 있는 일이고 이 때문에 이재익 PD가 하차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익 PD의 하차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대원칙이 훼손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권혁기 선대위 공보부단장도 “선대위가 해당 방송국에 관련 문의와 항의를 하는 것은 정당한 권한”이라며 “다만 (이 PD에 대한) 조치는 SBS가 한 것이고 저희가 이래라저래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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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SBS노조와 한국PD연합회 등 직능단체는 사측의 섣부른 진행자 경질 사태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SBS 노조는 “권력을 이용해 다짜고짜 언론사 간부에게 항의하는 건 명백한 언론자유와 방송독립 침해“라며 ”대통령과 닮았다는 이유로 방송 출연을 금지하던 그 시절로 퇴행하길 원하는 게 아니라면 집권 여당의 방송 자유 침해는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PD연합회도 성명을 내고 SBS가 이 PD의 하차를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PD연합회는 “정치 편향성이 문제라면 방송통신심의위의 판단을 기다려 보는 게 순서”라며 “SBS가 정치권 항의에 굴복해 진행자 하차라는 극단적 조처를 내린 것은 ‘과잉조치’란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올해 대선에 출마한 여야 후보들의 비호감도가 역대급으로 높은 상황에서 이들을 둘러싼 방송과 관련해 양대 정당이 최근 한 달 사이에 언론사에 10여 차례 압박을 가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방송기자연합회 등 6개 언론단체의 ‘대선캠프 언론겁박 규탄’ 기자회견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지난달 10일 YTN ‘돌발영상’, MBC ‘스트레이트’의 윤석열 후보 김건희씨 녹취파일 방송금지가처분 신청, 사옥 항의방문, 제작진 고발 등을 진행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11일 다수 언론사에 대장동 재판 관련 기사 제목을 문제 삼으며 언론중재위원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이와 별개로 국민의당 측이 JTBC ‘가면토론회’ 측에 항의하면서 해당 방송이 아예 사라지는 사태도 벌어졌다. 국민의당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가면토론회’ 출연을 놓고 해당 방송사에 항의하자 방송사 측이 아예 프로그램을 폐지시켰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자토론 역시 국민의당의 반발로 무산됐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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