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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욕망이라는 이름의 두 얼굴, 연극 ‘도둑맞은 책’ 배우 박호산·변정주 연출

[Pair Play 인터뷰] 연극 '도둑맞은 책' 연출자 변정주·배우 박호산

입력 2016-08-17 07:00 | 신문게재 2016-08-1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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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도둑맞은 책' 변정주 연출(사진 왼쪽)과 배우 박호산.(사진=양윤모 기자)

 

이번에 가장 많이 바뀌는 건 영상이에요. 이전 공연에서는 조영락 역의 정순원 배우가 고생했었는데 삼연에서는 네이버에 연재됐던 웹툰 작가님의 작품으로 꾸리게 됐죠.” 

 

변정주 연출의 설명대로 삼연으로 돌아오는 연극 도둑맞은 책은 영화 내 심장을 쏴라’, ‘무수단’, 드라마 뱀파이어 검사 시즌2’ 등의 유선동 감독 시나리오를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시나리오 작가 서동윤과 그의 제자 조영락이 엮어가는 심리극이다.

 

지난해부터 레진코믹스에서 연재된 동명 웹툰이 완결되면서 91일 충무아트센터 소극장 블루에서 개막하는 삼연에는 웹툰의 이규희 작가가 합류했다. 이로써 도둑맞은 책은 한 무대에서 원 소스 멀티 유즈를 실현하는 작품으로 거듭났다

 

◇ 웹툰 완결로 진정한 원 소스 멀티 유즈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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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도둑맞은 책' 재연 무대에서의 박호산.(사진제공=문화아이콘)

 

재연에서는 초연 각색본을 토대로 내용을 업그레이드했어요. 구성이나 영화를 위한 시나리오에서 수용하지 못하던 걸 추가했죠. ()호산 형의 영향이 컸어요. 다양한 아이디어를 주셨거든요. 삼연에선 영상과 표현적인 면에서 좀 달라진 부분이 많을 거예요.”

 

김준원, 전병욱, 강기둥, 정순원, 이현철, 김강현, 김철진 등 초연부터 삼연까지 배우 중 유일하게 두 번째 무대에 오르는 박호산은 최근 SBS 드라마 원티드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베테랑 배우다

 

최근작인 데블 인사이드에서는 빨간 선글라스와 실눈으로 관객들로부터 인생캐릭터 칼 교수라는 칭송(?)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엔 세상 진지하고 우울하며 뻔뻔스러운 악당 서동윤으로 무대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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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호산(사진=양윤모 기자)

 

시나리오를 읽다 보니 무지하게 재밌는 것들이 있는데 연극이라 넘겼던 것들이 있어서 들이 밀었죠. 그랬더니 ()정주가 좋아라 하면서 며칠 혼자 틀어박혀 대본을 완성하더라고요. 저는 정주의 그런 열린 사고가 좋아요. 연출의 유연한 정도에 따라 캐릭터가 달라지는데 정주는 극 흐름에 무리 가지 않으면 대부분 오케이를 해주죠. 그러다 보면 캐릭터 색도 작품의 특성도 확 달라져요.”

 

박호산 역시 대학로에서는 꽤 이름을 알린 베테랑 배우지만 하고 싶은 역할이 있을 땐 하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부딪히곤 한다. 뮤지컬 빨래, 연극 변태도 그렇게 합류했다. 그럴 땐 돈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박호산의 지난해 출연료 최소·최대치는 100배까지 차이가 날 정도다.

 

지난해 연극, 뮤지컬만 10편에 출연했다는 박호산은 2016년도 이미 바쁘게 보냈다. ‘그 여름, 동물원’, ‘명동로망스·재연, 장진 연출의 2인극 얼음’, 신춘문예 클래식전 변기를 포함해 도둑맞은 책이 벌써 6번째 작품이다.

 

하고 싶은 건 해야하니까 작품 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더라고요.”

 

예기치 않게 열일’(열심히 일하는) 배우가 된 박호산은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지만 하고 싶은 작품은 꼭 하고야 마는 열정 넘치는 무대 배우기도 하다.

 

“‘도둑맞은 책은 연극인데 영화같은 커트바리(커트를 나누는 기법을 이르는 영화계 은어)가 많아요. 장면들이 점프 점프하는데 암전이 많거나 길지 않고 디졸브로 해결하죠.”

 

 

연극 도둑맞은 책의 시작, 카피라이트와 카피레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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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정주 연출과 배우 박호산.(사진=양윤모 기자)
 

작가님이 아이템 주고 우리는 썼을 뿐이죠.”

도둑맞은 책은 창작에 대한 도덕성 문제에서 시작한다.

 

판단이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아이디어를 주는 사람이 작가 타이틀을 가는 게 옳은 건지 실제로 쓰는 사람이 작가 타이틀을 가지는 게 옳은 건지.”

 

변정주 연출의 자못 진지한 고민에 박호산이 명쾌하게도 답을 던진다.

 

당사자들은 알고 있어요. 그걸 상식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힘으로 누르거나 말 못하게 하거나 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거죠.”

 

배우는 저작권과는 거리가 먼 직업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대화하고 해석해 캐릭터와 애드리브, 세심한 작은 몸짓 등을 만들어 초연을 잘 만들었는데 재삼연에서는 인지도 있는 배우나 출연료가 싼 배우들로 교체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배우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아요. 그런 걸 일일이 문제 삼을 수는 없잖아요. 정말 애착이 가는 작품은 차라리 다 줄테니 혹은 출연료 적게 줘도 좋으니 날 좀 데려다 쓰라고 하고 싶을 때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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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정주 연출.(사진=양윤모 기자)

 

이에 변정주 연출은 공개공유의 개념인 카피레프트를 이야기한다. 변 연출은 배우는 카피라이트가 아닌 카피레프트인 것 같다. 더블 캐스팅의 경우도 두 배우가 서로의 것을 공유하면서 시너지를 발휘해 좋은 캐릭터가 탄생하고 발전한다. 배우는 저작권 공유를 실천하는 저작권 좌파인 셈이라고 설명한다.

 

연극 날 보러 와요의 김광림 선생님은 희곡집을 출간하면 초연배우를 모두 적어요. 이 작품을 만드는 데 기여한 사람들임을 공개하는 거죠.”

 

이에 박호산이 고마운 일이라고 전한다.

돈이나 계약 등이 아니라 인정만 받아도 배우들은 눈물을 흘려요.”

 

 

이구동성 역시 선배 송영창! 노력파 조상웅, 회심의 한방 박용우…관객만큼 설레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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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책' 서동윤 역의 송영창.(사진제공=문화아이콘)

송영창 선생님 연기를 보면서 정말 저랑 정주랑 동시에 우와~~’ 한 적이 있어요. 선배가 왜 선배시겠어요. 이상한 마력 같은 게 있어요. 엄청난 무게감이 느껴지죠. 저랑은 완전 다른 서동윤이 될 겁니다.” 

 

디셈버에서 아버지로 호흡을 맞췄던 송영창과 서동윤에 더블캐스팅된 박호산의 말만으로도 기대감이 오르는데 변정주 연출이 영화배우 송영창의 클로즈업 신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기대감을 보탠다.

 

“()상웅이는 진짜 열린 마음으로 노력하는 배우예요. 뮤지컬 러브레터를 할 때였는데 한참 후배인 ()기둥이한테도 배울 건 직접 가서 물어보고 배우더라고요. 진짜 잘하는 후배면 위계나 권위 같은 걸 따지지 않고 배우죠. 그러니 안늘 수가 없어요.”

 

변정주 연출이 배우는 자세가 넘치는 배우라고 표현하는 조상웅은 미스 사이공웨스트엔드 무대에 올랐던 실력파 배우로 이번 삼연에서 박용우와 조영락 역에 더블캐스팅됐다.

 

“()용우 형은 연극 무대는 처음인데 아주 적극적이에요. 아이디어도 많고 뭔가 각오를 단단히 한 사람 같아요.”

 

송영창-박용우, 박호산-조상웅 고정페어로 번갈아 오르는 무대는 확연히 다른 맛을 예고한다. 이에 대해 송영창-박용우 페어는 웰메이드 드라마를, 박호산-조상웅은 전통적인 연극적 언어로 꾸린 호러물을 보는 느낌이지 않을까라는 기자의 예상에 변정주 연출과 박호산이 동시에 그 반대!”라고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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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책'에 조영락으로 더블캐스팅된 박용우(왼쪽)와 조상웅.(사진제공=문화아이콘)

 

박호산도, 변정주 연출도 동시에 엄지를 치켜세우게 하는 송영창과 일취월장한 조상웅, ‘회심의 한방을 노리는박용우를 떠올리며 도둑맞은 책의 개막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단다.

 

삼연에서는 제 캐릭터가 바뀌기 보다는 상웅이와의 호흡에 중점을 맞추려고 해요. 상웅이가 시간만 지나면 뭘 또 가지고 오거든요. 둘 사이의 분위기와 흐름이 바뀌면서 서동윤 캐릭터도 미묘하게 바뀔 것 같아요. 그게 바로 2인극의 묘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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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호산(사진=양윤모 기자)

연극 얼음에 이어 올해만 2인극 두편에 출연 중인 박호산은 2인극의 매력에 대해 무대 위에 여러 명이 있어도 노동량은 같다. 그 중 한 사람이 대사를 한다고 다른 배역이 놀거나 쉬는 건 아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2인극은 내가 공연을 하는 건지 현실에 있는 건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대배우가 누구냐에 따라 완전 달라지니까 아무리 나이가 먹고 베테랑 배우라도 2인극을 하면 늘어요. 관객을 만날 때 전체에 관여할 수밖에 없다 보니 단단해지고 밀도가 생기죠. 누군가 박호산이 좀 하네라고 한다면 그건 2인극을 해봤기 때문일 거예요.” 

 

연기하는 맛이 꿀맛이라는 박호산의 말에 변정주 연출은 좋은 배우들이 에너지를 주고받는 것을 보는 재미가 있다. 그걸 함께 만들어간다는 것만으로도 좋다여러 명이 무대에 오르는 연극은 축구팀이 패스를 주고 받는 느낌이라면 2인극은 탁구 진짜 잘하는 선수들의 랠리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놓는다.

 

변 연출은 오픈 마인드의 끝이죠. 그래서 좋은 아이디어가 오갈 수 있고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어요. 선후배 모두에게 수평적으로 대해요. 선배에게도 할말은 다이렉트로 하고 후배들이 바쁘면 커피배달도 하고 스타킹도 사다 주고.”

 

 

◇ 기억에 남는 작품, 하고 싶은 작품 그리고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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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정주 연출(사진=양윤모 기자)
정말 모두가 행복했어요. 마지막 공연에서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다 울고 김아람 작곡가가 쫑파티를 위한 노래를 만들어 배우들이 몰래 연습해 부르기도 했어요. 지치거나 힘들 때 그 노래를 부르는 동영상을 돌려보면 힘이 나죠.” 

 

그 영상을 요즘도 한달에 한번씩은 돌려 본다는 변정주 연출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러브레터를 꼽았다. 일본 영화 러브레터를 무대로 옮긴 작품으로 스태프와 배우들 똘똘 뭉쳐 하나가 돼 완성했다.

 

저는 안아픈 손가락이 없어요. 다만 전환점이 되는 작품은 있죠. 영화 왕의 남자 원작인 연극 는 대중적으로 저를 알린 작품이었고 즐거운 인생으로는 대학로 선배들께 인정받았죠. 연극 아가멤논에서 노래 부르는 신 덕분에 캐스팅된 어쌔신은 첫 뮤지컬 작품이고.”

 

스스로를 하고 싶은 건 다 할 수 있었던 운이 좋은 배우라고 표현하는 박호산에게도 여전히 하고 싶은 작품이 있으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다. 베르테르는 호불호가 극명하게도 갈리는 캐릭터로 쉽게 공감받기 어려운 인물이기도 하다. 

 

정말 잘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기가 막힐 거 같아요. 베르테르의 그 슬픔을 이해시켜주고 싶었죠. 악마적 열정이 가진 슬픔이요. 그렇게 가려면 어둡기보다는 순정만화같은 느낌으로! 그래야 낙차가 생기거든요.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못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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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호산(사진=양윤모 기자)

박호산은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못해본 배역도 있어야 고마움을 알죠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변정주 연출은 최근 오페라와 판소리에 빠져 있다. 예술의전당 어린왕자와 고양 아름누리의 마술피리를 연출하기도 했던 그는 성악가, 연주자들의 그 대단한 음악과 사운드를 듣고 있으면 황홀해진다고 털어놓는다. 

 

오페라 라트라비아트는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판소리도 해보고 싶어서 두 작품을 준비 중이요. 한국에서 여성으로 사는 게 얼마나 힘든가를 이야기하는 창작 판소리고 또 하나는 언제 될지 모르지만 김용민PD민중의 소리이완배 기자가 보도했던 내용들로 꾸린 작품이죠. 두분께 허락도 받아뒀어요.”

 

현재 출연 중인 드라마 원티드의 종영을 앞두고 있는 박호산은 이후 말아톤’, ‘좋지 아니한가등의 정윤철 감독 신작 대립군’(가제)에 합류한다.

 

광해군 이야기인데 선조 역할로 출연해요. 둘의 관계가 아닌 광해가 어려서 나라를 떠맡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죠. 가벼운 역할이긴 하지만 매체(영화, TV )에서는 처음 하는 왕이니까! 아무리 바빠도 공연은 안놓을 거예요. 1년에 몇편은 하겠다 이미 정해놓고 있죠.”

 

드라마 원티드로 바쁜 2016년 그가 올랐던 무대만도 벌써 6번이다. 박호산에겐 꽤 오래 전부터 계획하던 꿈이 있다. 연극하는 후배들을 위한 셰어하우스, 공동주택을 짓는 일이다. 박호산 스스로도 연극판에 뛰어든 후부터 7번의 이사를 했고 번번이 돈이 문제였다.

 

무대 하는 배우들을 보러 사람들이 모이니 상권이 형성되고 대관료와 임대료가 올라요. 결국 공연하는 사람들이 만든 판에 돈 있는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연극 하려면 돈이 모자라는 악순환이 되풀이되죠. 배우들은 방구하기도 너무 어려워요. 그래서 성북동 지역 어디쯤 방 100개 정도 들어가는 건물 하나 올려서 후배 배우들을 위한 기숙사를 짓고 싶어요. 저 혼자서도, 돈으로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걸 해주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 비틀린 욕망이 전하는 의미심장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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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도둑맞은 책 포스터

“‘도둑맞은 책에서는 저 밑에 있는 욕망까지 끄집어내요. 사회생활하는 분들은 직장 상사에 대한 부당함을 느끼곤 하잖아요.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재미가 있어요. 연기적인 표현도 재밌지만 연출적 표현들, 만화적인 것들 등도 흥미롭죠. 배우 둘이 진행하는데도 빠르고 캐릭터는 탁탁 변하면서 주는 재미가 있어요. 대리만족과 잘 짜여진 쇼를 보는 느낌이죠. 윗사람인데 묶여 있어서 풀려나고 싶고 아랫사람은 강요하고 싶고아이러니한 상황이 재밌어요.” 

 

박호산과 변정주 연출은 연극 도둑맞은 책욕망에 대한 이야기라고 정리한다.

 

서동윤은 나쁜 놈이에요. 욕망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그걸 채우기 위해 부적절한 방법을 쓰면서 중독이 되거든요. 그리곤 나만 그런 게 아니라고 합리화를 시키죠. 뻔뻔하고 잘못을 모르는 인물로 그려갈 겁니다. 그에 대해 부적절한 방법으로 복수를 하는 조영락 역시 나쁜 사람이죠. 악과 악이 충돌하면서 생기는 메시지가 분명 있을 거라고 믿어요.”

 

박호산의 말에 변정주 연출이 털어놓는 마지막 말이 의미심장하게도 다가온다.

 

인간이 사적으로 복수하는 건 지구상에선 대부분 불법이에요. 사고가 생기면 경찰이나 공권력이 해결해야하는 게 상식이죠. 사적 복수가 늘어난다는 건 상식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잖아요. 그래서 사적 복수가 일어나는 사회는 좋은 사회가 아닌 것 같아요.”

 

악과 악이 충돌하면서 전하는 연극 도둑맞은 책의 메시지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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