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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무리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라지만!

입력 2022-12-08 14:48 | 신문게재 2022-12-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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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승 문화부 차장

솔직히 믿기지 않았다. 모 매체에서 ‘가스라이팅’이란 자극적인 제목으로 이승기의 ‘가수정산 0원’이라는 단독보도를 접한 직후였다. 학생회장을 할 정도로 영특한데다 노래까지 잘해 데뷔 때부터 큰 주목을 받았던 이승기가 ‘눈 뜨고 코 베인’ 전후사정은 법인카드 내역과 주변인의 증언이 더해진 후속보도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그간 억울함을 호소했던 후크엔터테인먼트의 권진영 대표는 개인재산을 처분해서라도 책임을 지겠다는 보도자료를 내보냈다.

 

같은 소속사 다른 스타들의 후폭풍도 이어졌다. 업계에서 공공연한 사실이었지만 정작 후크에서는 극구 부인했던 배우 윤여정의 계약해지가 짤막한 몇 줄의 글로 배포됐다. 일각에서는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윤여정이 무리한 스케줄을 소화하며 쌓인 불협화음이라고 했지만 배우 본인의 건강상의 이유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추측도 팽배했다. 

 

하지만 이승기의 정산 문제가 불거진 뒤 윤여정이 후크를 떠나면서 그간 ‘할 말 하는 어른’으로서 보여준 소신이 행동으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두 사람은 같은 소속사로 ‘꽃보다 누나’를 통해 선후배 특유의 케미를 뽐냈던 사이. 까칠한 여배우와 그를 따르는 집사 콘셉트는 시청률 견인으로 이어졌다. 

 

 

이와 반대로 비난의 중심에 선 동료도 있다. 절친이자 동료인 이서진은 같은 시간 미국에서 프로농구를 관람하는 모습이 공개돼 논란에 휩싸였다. 이승기의 계약해지와 이서진의 농구 관람이 무슨 상관이냐는 반응도 있지만 이승기의 ‘스승’으로 불린 이선희조차 후배의 억울한 상황에 침묵하고 있어 대중의 비난이 일고 있다.


한때나마 같은 소속사에서 한솥밥을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손가락질을 받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같은 아티스트로서 겪는 불합리함과 불행을 몰랐다 하더라도 이들의 행동은 약간의 불편함을 일으킨다. 물론 ‘미정산 가스라이팅’ 이전에 촬영된 분량이라던가 배우 개인의 일정이라는 타당한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소속사 대표가 한 만행(?)이 공개된 상태에서 남겨진 사람들이 보여야 할 행동의 정의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는다.

단골 명품숍 직원에게는 후하면서, 정작 고생하는 로드 매니저에게는 (사내 정치) 줄을 잘 서라고 할 정도로 닥달했던 대표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무너지지 않는다면 그 또한 후크의 수장이 지닌 ‘남다른 인복’일 것이다. 법적으로 어찌 할 수 없는 계약 기간이나 말 못한 사정이 있을 거라는 조심스러운 추측이 있지만 이래서 영화 ‘대부’의 명대사가 탄생했나 보다.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 이 말은 시대를 앞서간 인생의 진리가 아닐까.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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