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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9주년] "상속세보다 법인세 받는게 더 이득"… 주요국, 기업이탈 우려 상속세 폐지

[기업 세제 이대로는 안된다] OECD 15개국 상속세 없어

입력 2023-09-15 06:00 | 신문게재 2023-09-1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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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상속세
(전경련)

  

국내 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도 막대한 상속세를 내기 위해 빚을 내거나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폐업을 선택하는 등 경제계를 중심으로 상속세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100년이 넘는 장수기업 및 가업승계를 위해 상속세를 없앤 국가들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포르투갈·슬로바키아(2004년), 스웨덴(2005년), 체코(2014년) 등이 2000년 이후 상속세를 폐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에서도 15개국에는 상속세가 없다.

캐나다·스웨덴·뉴질랜드 및 호주 등은 상속세 대신 자본이득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콜롬비아 등의 경우에는 추가 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와 멕시코 등의 경우에는 세금을 전혀 부과하지 않고 있으며, 스위스 등 5개국은 상속세가 있지만 자식에게 물려줄 때는 상속세를 물리지 않는다.

이미 여러 국가에서는 과도한 상속세로 오너 일가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권까지 흔들 수 있기 때문에 상속세를 걷는 것보다 가업을 이어받아 법인세를 더 내고, 일자리를 만드는 게 사회에 이익이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높은 상속세율로 유명했던 스웨덴의 경우 상속세율이 70%이던 1984년 유명 제약회사 아스트라AB(현 아스트라제네카) 설립자 미망인이 사망해 아스트라 지분을 물려받은 자녀들이 상속세 납부를 위해 주식을 매각했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회사의 투자자들은 상속인들이 주식 대량 매도에 따라 주가가 하락할 것을 우려해 그 전에 자신의 주식을 매각했고, 그 과정에서 주가가 폭락했다. 결국 주식 대부분을 팔아도 상속세를 마련할 수 없었고, 기업은 스웨덴을 떠난 이후 영국의 제네카에 인수됐다.

아스트라 사태는 스웨덴의 다른 기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스웨덴의 유명 가구회사인 IKEA, 우유 팩 발명 및 제조회사인 Tetra Pak 등이 아스트라와 같은 사태를 겪지 않기 위해 스웨덴을 떠났고, 스웨덴의 부호들 역시 스웨덴을 떠나 노르웨이 등 상속세 비과세국으로 이민 가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최근에는 영국 정부에서도 상속세의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상속세 수입이 역대 최대인 71억 파운드(약 12조원)에 달했지만, 지난 7월 리시 수낵 행정부와 집권당인 보수당이 상속세 폐지 방안을 마련해 2025년 하원 총선거에서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기로 했다.

그 이유는 자산을 해외로 빼돌릴 수 있는 부자들의 경우 상속세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만,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가정은 상속세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소득세를 내고 난 후의 재산에 대해 상속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며, 열심히 일한 결실을 자녀들에게 물려줄 때 사라지지 않는 것이 공평의 원칙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이영환 계명대 세무학과 교수는 “우리의 상속세제는 적절히 시대변화를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부의 대물림 억제’라는 프레임에 갇혀 불필요한 엄격성을 유지하고 있다”라며 “많은 사람과 국가는 국민에게 애국심을 부자들에게 도덕적 의무를 강요하지만, 그럴 상황을 만들어줘야 애국심이든 도덕적 의무든 가지게 된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길모 기자 yg10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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