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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웃음’이라는 감각 너머 ‘인간’…연극 ‘굿닥터’

입력 2023-10-06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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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닥터
연극 ‘굿닥터’의 김승철 연출(왼쪽부터)과 이승우, 김귀선, 김수현, 정원조(사진=허미선 기자)

 

“그냥 가벼운 코미디 정도로 인식되고 있지만 가볍게, 그냥 감각적으로 넘길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코미디냐 휴머니티냐 했을 때 저는 휴머니티에 방점이 찍힌 작품이라고 이해했어요. 현 시대의 사회상이나 부조리를 풍자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고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인간’에 더 집중했죠.”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 연극 ‘굿닥터’(10월 6~11월 12일) 프레스콜에서 김승철 연출은 “웃음 보다는 인간”이라며 “체홉 원작에 담긴 아주 짙은 인간의 무언가가 깊게 밴, 여운이 긴 작품”이라고 밝혔다.

‘굿닥터’는 러시아 문학거장 안톤 체호프(Anton Chekhov)의 동명 단편소설을 ‘기이한 부부’ ‘공원에서 맨발로’ ‘스위트 채리티’ ‘선샤인 보이’ ‘나팔을 불어라’ 등으로 토니상, 골든글로브 각본상, 퓰리처상을 수상한 브로드웨이 작가 닐 사이먼(Neil Simon)이 각색해 엮은 옴니버스극이다.

고선웅 연출이 이끄는 서울시극단의 네 번째 레퍼토리로 “전통연극, 고전의 원형을 지금 관객들에게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기조의 일환으로 무대에 올려지는 작품이다.  

 

굿닥터
연극 ‘굿닥터’ 중 ‘재치기’(사진=허미선 기자)

 

소심한 하급 공무원과 최고 상관인 장관의 이야기를 담은 ‘재채기’를 시작으로 ‘가정교사’ ‘치과의사’ ‘늦은 행복’ ‘물에 빠진 사나이’ ‘생일선물’ ‘의지할 곳 없는 신세’ ‘오디션’ 등 8개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8편 중 닐 사이먼의 오리지널 창작 에피소드인 ‘늦은 행복’과 ‘오디션’을 제외한 6편이 체호프 단편을 원작으로 한다.

김승철 연출은 “8개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한테 관객분들이 애정을 느끼고 누구는 도닥여주고 싶고 누군가는 끌어안아주고 싶고 또 어느 인물하고는 같이 술 한잔을 하고 싶고 어느 인물은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작품에 접근했다”고 밝혔다.

“닐 사이먼이 작가(김수현)를 체호프로 상정하고 썼다고 생각합니다. 본인 머릿속에 떠오른 이야기들을 관객들에게 들려주는 형식의 극이죠. 무대 역시 글을 쓰다가 너무 지치고 힘들어 ‘언젠가는 글 쓰는 일을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던 중 갑자기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고 그 아이디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매달리는 작가의 머릿속을 표현하고 있어요. 작가 머릿속의 말풍선이 마치 극장의 프레임 안의 구조처럼 무대로 구성했습니다.” 

 

[세종문화회관] 서울시극단 굿닥터_16
연극 ‘굿닥터’ 중 ‘가정교사’(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이어 “무대가 작가 머릿속의 이야기 주머니”라 전한 김승철 연출은 “이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듯 더 세밀하게, 돋보기처럼 확대해 장면을 포착해 무대 위에 표현하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작가 역의 김수현은 “교묘하게 관객과 직접적으로 만나야 한다는 게 제일 어려웠다”며 “오래된 고전이고 대본상에 엄격하게 표시돼 있지는 않지만 작가를 체호프로 추정하다 보니 관객과 직접적으로 만날 때 괴리감 같은 게 있다”고 전했다.

김승철 연출은 “아주 마음 여리고 유약한 인물이 어떤 현상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재채기’ 속 이반은 바보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조금만 애정을 가지고 달리 보면 순수한 마음이 충분히 이해될 것”이라며 “‘가정교사’의 줄리아는 바보 같을 정도로 착한 천성을 가진 사람이다, 사회 곳곳에 드물게라도 있는 그런 사람들이 윤활유 역할을 해 각박함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고 살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세종문화회관] 서울시극단 굿닥터_19
연극 ‘굿닥터’ 중 ‘치과의사’(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더불어 ‘치과의사’는 내가 아닌 남의 고통이 얼마나 웃기고 즐길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죠. 인간의 본질을 좀 비틀어서 보여주는 걸 수도 있어요. 그렇게 모든 에피소드들은 인간에 포커스를 맞춰 본질, 본성 등을 이야기하죠. 그래서 마냥 깔깔 거리면서 웃기 보다는 등장인물에 대한 연민, 사랑, 격려 등의 마음이 들기를 바랍니다.”

정원조는 “관객들한테 여러 가지를 줄 수 있지만 제 생각에는 재미를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가장 대중적인 재미를 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굿닥터’를 통해 관객들이 두 시간 동안 정말로 지루하지 않게 즐기고 가면 제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김수현은 “원작 그대로의 고전 즐기기가 되면 좋겠다”고, 이승우는 “주변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느끼시면서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더불어 아무리 힘든 상황도 한발짝만 멀어지면 웃어 넘길 수 있다는 긍정의 힘을 줄 수 있는 작품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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